당회 부재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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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회 부재의 위험성

장로회 정치는 교회의 치리권을 개인이 아니라 ‘회(會)’에 둔다. 우리 교단의 헌법은 이 정치 원리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제1부 체제 선언에서 “장로를 선택하여 당회를 조직하고, 그 당회로 하여금 치리의 사역을 하게 하는 정치”라고 선언하며, 제3부(교회정치) 제14장에서는 “교회의 치리권은 개인에게 있지 않고 당회, 노회, 총회 등의 치리회에 있다”고 못 박고 있다. 치리권이 회(會)에 있다는 것은 장로교 정치의 기본 원리이며, 우리 교단 헌법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다.

이는 바로 성경의 가르침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무엇이든지 너희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마 18:18-20)고 말씀하셨다. 천국 열쇠가 개인이 아니라 ‘너희’라는 ‘회’에 주어진 것이고, 한 사람이 아니라, 두세 사람의 합심된 판단과 구함을 하나님께서 들으시는 것이다.

당회는 단순한 행정 업무가 아니라, 교인의 입회와 퇴회, 학습과 입교, 예배와 성례의 거행, 장로와 집사의 임직, 권징, 교회 각 기관의 감독, 심방, 노회 총대 파송 등 영적 사무를 처리한다. 장로회 정치는 이처럼 중요한 일들을 목사 혼자 결정하도록 허용하지 않고, 반드시 두 사람 이상으로 구성된 당회를 통해 이루어지게 한다.
역사적 교훈도 이를 뒷받침한다. 19세기 영국의 정치사상가 액턴 경(Lord Acton)은 성공회 주교 맨델 크리튼이 로마 가톨릭 교황들의 부패를 교황이라는 직분의 권위로 면죄해주려 할 때, 유명한 말을 남겼다.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직분이 직분자를 거룩하게 만든다는 생각보다 더 나쁜 이단도 없다(There is no worse heresy than that the office sanctifies the holder of it).” 이 말은 교회의 직분자가 그 직분이 갖는 영예와 권위만으로 그 직분을 자동적으로 거룩하게 수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목사직은 복음을 전하고 성례를 집례하며 교회를 치리하는 거룩한 직분이다. 그러나 그 직분이 견제와 협의 없이 운영된다면, 부패를 피해가기 어렵다. 이는 세속 정치에서 삼권분립이 필요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로, 당회를 통한 공적 의사결정 없이는 권한의 남용과 사유화의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당회가 구성되지 않은 미조직교회에서는, 목사 한 사람이 행정·권징·성례 등 교회 치리의 전권을 쥐기 쉽다. 목회 초년에는 겸손하게 사역할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독단과 무비판적 결정 구조에 빠지기 쉬운 것이 사람의 연약함이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여 교단의 헌법은 미조직 교회 시무목사의 시무 연기에 대해 명확한 제한을 두고 있다. 제5장 제4조는 “1년간 시무한 시무목사의 시무 연기가 필요하면 3년 후 1회에 한하여 공동의회의 3분의 2 이상의 가결로 당회장이 노회에 청원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미조직교회에서 장기 시무에 따른 폐해를 막고, 동시에 안정적인 목회를 고려한 제도적 장치이다. 무제한 연임이 아닌 ‘3년 후 단 1회’라는 제한과, ‘공동의회 ⅔ 이상 찬성’이라는 엄격한 조건은 바로 공적 검증과 협의의 장치이다.

물론, 대부분의 미조직교회는 의도적으로 당회를 구성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헌법이 정한 기준(세례교인 25인 이상)을 충족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미조직 상태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이럴수록 헌법이 정한 공동의회의 결의와 노회의 승인이라는 절차를 충실히 따라야 하며, 자신에게 부여된 당회권을 하나님의 영광과 교회의 질서를 위해 겸손히 사용해야 한다. 만일 세례교인 수가 기준을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든 당회를 구성하지 않고 있다면, 그 이유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치열하게 뒤따라야 한다.

당회가 없는 목사는 부득이 자신의 사역에 대한 외부 검증과 내부 협의가 현저히 줄어든다. 아무리 겸손하고 정직한 목사일지라도 십 년, 이십 년 동안 교회 내 최종결정권자로 사역하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독단과 나르시시즘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미조직교회일수록 제직회와 공동의회를 통해 사역을 투명하게 검토받고 협의하고, 노회의 시찰과 협의와 통찰을 기꺼이 얻으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일반 회의에서도 동의와 재청을 통해 안건이 성립되는데, 당회 없이 목회한다는 것은 목사 혼자 동의하고 재청하며 결정하는 것에 오류가 없다고 여기기 쉽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공적 치리와 협의 구조 안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을 성찰하고 절제해야 한다. 교회는 목사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공적으로 세운 질서를 통해 운영되는 그리스도의 몸이다. 당회는 그 교회를 지키는 하나님의 은혜와 지혜의 장치이며, 미조직교회일수록 더욱 그 은혜의 구조를 사모하고, 신중히 세워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