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LM 시대, 개혁주의 목회자는 어떻게 응답할 것인가?
김찬성 목사 경남노회 주뜻교회
존 매카시가 ‘지능을 가진 기계들을 만드는 과학과 기술’이라는 개념으로 ‘인공지능’(AI)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1955년 이래로, AI 기술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특히 2016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AI가 더 이상 상상 속의 존재가 아닌,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온 현실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AI 기술은 거대 언어 모델(Large Language Model, LLM)이다.
LLM은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성하는 AI 시스템으로,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 하여 자연스러운 대화, 글쓰기, 번역, 요약 등의 언어 관련 작업을 수행한다. 대표적인 예로 ChatGPT, Claude, Gemini 등이 있다.
LLM은 단순한 정보 검색을 넘어서 창의적 사고와 논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언어 구사 능력을 보여주며, 복잡한 질문에 대해서도 맥락을 이해하고 적절한 답변을 제공한다.
목회 현장 또한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서 예외가 아니다. 2023년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의 79%가 ChatGPT에 대해 알고 있으며, 47%가 사용 경험이 있고, 42% 가 목회나 설교에 ChatGPT를 활용한다고 응답했다. 심지어 독일에서는 AI가 40분간 예배를 인도하는 사례까지 등장했으며, 미국에서는 AI가 작성한 설교문을 활용하는 목회자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급변하는 시대에 개혁주의 목회는 LLM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 가야 할까? 언약주의 관점에서 성경과 신학을 살피는 개혁주의 목회자로서, LLM이 가져올 충격을 신학적으로 성찰하고 목회적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
먼저 AI의 등장은 설교, 목회 활동, 목회자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더욱이 한국 교회 내부의 문제, 즉 목회자의 설교 표절과 성윤리 문제로 인한 신뢰 하락은 인공지능이 인간 설교자의 역할을 대체할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목회자의 85%가 미래에 AI 설교 자의 출현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일반 국민 조사에서도 목사의 역할을 AI가 더 잘 수행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30%에 달했다.
이러한 통계는 단순한 기술적 호기심을 넘어서 인간 설교자의 위치를 위협하는 현실적인 위기다.
AI 개발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단순히 ‘인간처 럼’ 되는 것을 넘어, ‘인간을 넘어서’ 나아가 ‘하 나님처럼’ 되는 것이다. 인간의 피조성을 부정 하고 스스로 창조자가 되려는 욕망은 ‘교만’이 라는 죄성과 연결되며, 이는 하나님에게 도전 하는 행위이다. 기독교 세계관에서 볼 때, 인간의 가치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존재라는 데 있다. 따라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AI라 할지라도 인간과 동등하게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개혁주의 신학은 하나님의 주권과 말씀의 절대 권위를 강조한다. LLM을 포함한 AI 기술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안에서 인간에게 주어진 ‘문화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이다. LLM 은 설교자나 목회의 본질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 현장에서 다양한 보조적 역할을 할수 있다. 설교 구상, 성경 해석에 대한 새로운 관점 발견, 설교 개요 작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교회 행정 업무의 효율화, 교육 자료 초안 작성, 교인들의 신학적 질문에 대한 기초적 답변 제공 등도 가능하다.
그러나 LLM이 아무리 발전해도 설교의 본질인 ‘하나님과의 관계, 성도와의 인격적인 교제, 성령의 인도하심’을 대체할 수 없다. 설교는 ‘하나님의 말씀’이며, 성령의 조명 아래 목회자의 깊은 묵상과 기도, 신학적 분별력으로 접근 해야 한다. 목회자는 ‘살아있는 인간문서’이다.
목회자는 ‘양 무리의 본’(벧전 5:3)으로서, 언어뿐 아니라 삶과 인격 전체로 복음을 전달하는 ‘복합 매체’이다. AI는 ‘삶’과 ‘공감’이 없기에 진정한 치유와 영적 교감을 이룰 수 없다. 목회상 담에서 살아있는 인간문서가 살아있는 인간문 서를 만나 대화하고 감정의 깊은 층위를 함께 탐색하며 경험을 나눌 때 진정한 치유가 이루 어진다.
LLM 활용에는 분명한 한계와 위험이 존재 한다. 첫째, LLM이 제공하는 정보는 반드시 성경의 진리와 개혁주의 신학에 비추어 검증 해야 한다. AI가 기존 정보를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표절 논란이 생길 수 있으며, ‘환각 증상’(hallucination)으로 인해 성경 내용을 왜곡하거나 이단적인 정보를 제공할 우려도 있다. 둘째, 목회자의 게으름을 경계해야 한다. LLM 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은 목회자의 영적 훈련과 사고의 깊이를 저해할 수 있다. AI를 통해 설교 준비 시간을 단축하여 얻은 여유 시간은 심방, 교인 돌봄, 깊은 묵상과 기도 등 다른 핵심 사역에 할애되어야 한다. 셋째, 가장 중요한 신학적 한계는 AI가 ‘하나님에 대한 경험과 갈망’을 가질 수 없으며, ‘초월자를 동경하고 하나 님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감’을 가질 수 없다는 점이다. 목회의 본질은 내담자가 ‘하나님의 공감적 내주’를 경험하도록 돕는 과정이며, 이는 AI가 접근할 수 없는 영역이다.
다가오는 AI 시대에 그리스도인들은 결코 위축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창조 신앙’의 견고한 토대 위에서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인간의 죄성을 직시하며, 하나님의 사랑과 샬롬을 실현하는 청지기로서 AI를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 AI 시대에도 변치 않는 목회자의 핵심 사명은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고 적용하며 성도를 사랑으로 돌보는 것’이다. 목회자는 소명과 사명의식을 재점검하고, 지속적으로 영적 훈련과 신학적 깊이를 더해야 한다. 무엇보다 ‘삶의 설교, ’즉 자기 삶과 인격으로 복음을 전하며 회중과 공감하는 것이 AI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 설교자만의 고유한 강점임을 기억해야 한다.
AI는 설교의 본질적 행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의 사역 효율성을 높이는 ‘지능적 비서’다. 설교 개요 작성, 자료 정리, 교육 콘텐츠 초안 마련 등에서 LLM을 적극적으로 활용 하되, 모든 정보를 철저히 검증하고 목회자의 신학적 통찰력을 통해 재구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 기술의 발전 이면에 깔린 비성경적 세계관과 가치관을 분별하고, 성경적 인간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기독교 교육을 강화 해야 한다. 과학 기술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 신학 공동체가 과학 연구자들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AI가 가져올 윤리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신학적 담론을 구축해야 한다.
AI 시대는 분명 위기와 도전의 시기이지만, 동시에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개혁주의 목회는 말씀 위에 굳건히 서서, 시대의 변화에 지혜롭게 응답하며, 인간만이 지닌 영적, 인격적 본질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