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찾는 시대, 어른이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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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찾는 시대, 어른이 되는 길

 

가정호 목사_부산노회 세대로교회

 

요즈음 교육 현장에서 ‘어른’또는 ‘선생’이라는 말보다는 ‘멘토’(Mentor)라는 말을 사용하는 빈도가 더 높은 것 같다. 이전에는 선생님 또는 어른이라는 표현이 일반적이었다. “그분은 드문 어른이시다”라는 표현은 젊은 세대들이 본받고 따를 만한 통전적 경륜을 구비한 사람을 일컫는 것이었다. 요즘 성인 어른은 많으나 참된 어른을 만나기가 어렵다고 한다. 노동의 종말과 함께 금융자본주의가 그 천박한 실체를 드러내어 지배권을 휘두르는 시대를 지나 오면서 어른스럽게, 어른답게 나이 들어가기도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다. “그분처럼 나이 들고 싶다”거나 “그분처럼 어른스럽게 살고 싶다” 고 소환할 만한 어른이 희귀한 시대인 것이다.

박복한 시대다.
멘토는 고대 이티이카 왕국의 훌륭한 왕사 (王師)였다.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왕자 또는 세자를 왕으로 키워냈던 훌륭한 어른이었다.

전선에서 실종된 오디세이 임금이 10년 동안 부재한 상황에서 국운이 기울어져 갈 때 세자의 스승 멘토는 텔레마코스를 탁월한 왕으로 키웠다. 이러니 교육계에서 멘토의 스승 사역을 멘토링이라는 말로 사용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교회는 어떠해야 할까? 성도는 하나님의 자녀요, 우리 주님의 몸으로 교회 된 사람 들이다. 주님의 자녀들이니 모두 왕이신 우리 주님의 자녀들이다. 두렵고 떨리는 심정으로 교회 된 성도들이 섬기는 직분자(어른)들이 되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고 마땅한 일이다.

교회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이들은 어떠해야 할까? 세상을 살아가는 정보량을 많이 가진 지식인이나 세속 권력을 획득하는 탁월한 기술을 가진 사람도 별수 없는 게 교회의 어른이 다. 여기 임한 하나님 나라의 어른, 멘토로 살 아가려면 세상을 읽고 해석하는 통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통전성이란 하늘과 땅을 엮는 경건한 삶, 삼위일체 하나님, 완전한 공조체제로 존재하시는 하나님과 소통하는 커뮤니케이 터여야 한다. 그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 도의 살과 피를 상징하고 기념하면서, 그분이 임재하시는 성찬을 먹으며 일상을 믿음의 아들로 살아가는 사람이어야 한다. 동시에 성도 들과 하나 되어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책임 있는 학습자여야 한다. 부재하시는 것과 같이 느껴지는 처참한 세계에서 존재하시는 하나님을 생생하게 맛보며 살아가는 믿음의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은 오직 은혜요, 절대 은혜인 것이다.

교회 된 성도들이 따르고 싶고 본받고 싶은 이런 어른은 세상과 교회에 큰 선물이다. 평생 선물로 살고 싶다면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한 삶을 치열하게 추구해야 한다. 애매한 세상, 안개 같은 세상, 혼돈과 무질서가 난무하는 세상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지혜와 해석한 세계를 걸어가는 삶의 정갈함이 선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이러니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높은 이상인가. 나이 들면 자연 몸도 느려진다. 여기저기 아픔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노인이 되면 육신도 지성도 영혼도 낡아 버리기 쉽다. 낡아버려 혼미한 어른으로 살기 보다 잘 익은 어른으로 지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속사람을 강건하게 이루어가시는 성령 님의 신비를 붙들어야 한다.
난세일수록 사람들은 훌륭한 어른을 절실하게 찾는다. 후배들이 찾는 어른이 되려면 초지 일관 옳음을 포기하지 않고 비장한 각오로 살아가야 한다. 사막의 수도사처럼 신비로운 경건의 능력을 구비한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 까? 나대지도 않는데 그의 묵직한 말 한마디, 계시 의존 사색의 해석이 시대를 뒤흔들 영향 력으로 드러난다면 그 늙음이 자신과 이웃에게 얼마나 감사하고 기쁠까? 성숙한 분별력으로 시대를 해석하고, 상황을 분별하여 방향을 제시해 주는 선견자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사람으로 나이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든 것을 맞고 틀리고, 옳고 그름으로 각을 뜨는 사람에 머물지 않고, 대상을 미숙과 성숙으로 보면서 품어내는 품넓은 자비를 겸비한 그런 어른, 회복적 정의를 위해 몸 바쳐 사는 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겸비한 어른이 되려면 나이 먹을수록 이기적인 자기 중심성을 벗어나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이웃들과 부지런히 연합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웃의 필요를 위해 기도하면서 그들의 삶이 꽃피도록 사랑으로 섬기며 희생하는 거름더미가 되는 일상을 살아야 한다. 어른은 사회적으로 공동체적으로 크고 귀한 자산이다.

절박한 운명에 처한 나라에, 푯대를 집어던지고 세속화를 향하여 질주하는 교회에, 실낱같이 생명력을 겨우 유지하며 버티고 있는 공동 체에 어른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대다. 부끄러운 행동을 서슴없이 드러내며 살아가는 세상 에서, 사람들은 거룩한 길 걸어가는 어른들을 찾고 있다.

8, 90에도 건재하면서 후배들에게, 뒤를 따르는 이들에게 삶의 경륜을 부지런히 나누어 주는 그런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당신은 왕이신 하나님의 명을 받들어 사는 교회다.
교회 된 당신은 하나님의 아름다우심을 아낌 없이 드러내는 어른으로 나이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