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특강] 하나님의 나라 성취와 특징_이복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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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나라 성취와 특징 (수 18:1-10)

이복우 교수 합신 신약신학

여호수아 18:1-10은 아직 기업을 받지 못한 일곱 지파의 땅 분배에 관해 말씀하고 있다.

1. 회막의 의미
본문은 이스라엘 자손의 온 회중이 실로에 모여서 거기에 회막을 세웠다는 말씀으로 시작한다. 실로는 지리적 으로 가나안의 중심지였다. 그리고 회막은 여호와께서 거주하시는 장소(참 고, 요 1:14)로서 여호와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한다. 이 사실은 실로의 회막을 가리켜 “여기서 … 우리 하나님 앞에서 제비를 뽑으리라”(6), “여기 실로의 여호와 앞에서 너희를 위하여 제비를 뽑으리라”(8), “실로의 여호와 앞에서 제비를 뽑고”(10)라는 말씀에서 잘드러난다. 그러므로 이제 여호와 하나님 임재의 상징인 회막이 약속의 땅 한가운데 세워진 것이다. 이 사실은 가나안 땅 전체가 여호와께서 거하시는 땅임을 강조한다(김진수, 「여호수아서 주해」, 합신대학원출판부, 2024, 474-5). 모세도 가나안 땅에 대해 “주여, 이것이 주의 손으로 세우신 성소로소이 다”(출 15:17)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실로의 회막은 하나님의 주권과 통치를 잘 보여준다. 이는 여호 수아가 제비뽑기를 “실로의 여호와 앞에서”(8, 10), “실로에 있는 회막 문 여호와 앞에서”(수 19:51) 행한 사실에서 분명하다. 하나님께서 땅 분배를 주권 적으로 행하시며, 이스라엘 자손은 하나님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한다. 약속의 땅에 임재하시어 통치하시는 하나님은 주권자 하나님이시다.

2. 땅
나아가 본문은 땅을 매우 강조한다.
열 절로 된 단락에 ‘땅’이라는 단어가 무려 여덟 번(1, 3, 4, 6, 8×2, 9, 10)이나 언급된다. 그런데 여호수아는 가나안 땅을 “너희 조상들의 하나님 여호와 께서 너희에게 주신 땅”(3)이라고 말한 다. 여기서 ‘조상들’은 아브라함, 이삭, 야곱을 가리키며, “너희 조상들의 하나님”은 하나님께서 조상들에게 약속 하신 땅과 관련한다(창 12:7; 15:18-21 아브라함; 26:3-4 이삭; 28:4, 13;
35:12 야곱). 즉, 그 땅을 주신 분이 “너희 조상들의 하나님”이심을 상기시킨 다.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조상들 에게 하신 언약에 근거하여 가나안 땅을 이스라엘 자손에게 주셨다(3). 이스 라엘 자손은 하나님의 언약에 기초하여 가나안 땅을 기업으로 분배받았다 (4).

3. 하나님의 나라 성취
이와 같이 이스라엘 자손이 회막을 세운 일과 하나님의 임재와 통치와 주권,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조상 들에게 하신 언약에 근거한 땅 분배는 하나님 나라의 성취를 잘 보여주는 구속사의 획기적인 사건이다. 하나님께서 오래전에 이스라엘 조상들에게 땅을 주시고 큰 민족을 이루게 하시겠다고 언약하셨는데, 이것이 곧 하나님의 나라를 말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은 레위기 26:11-12의 말씀에서도 분명하다. “내가 내 성막을 너희 중에 세우리니 내 마음이 너희를 싫어하지 아니할 것이며 나는 너희 중에 행하여 너희의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될 것이니라.” 따라서 성막을 세우는 것은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고 너희는 내 백성이 된다”라는 말씀을 성취하는 일이다. 그리고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조상들에게 하신 언약의 핵심 내용 이며, 이 언약은 하나님 나라의 근간이 다. 그러므로 이스라엘 자손이 실로에 회막을 세운 것은 그 땅에 하나님의 언약에 근거한 하나님의 나라가 성취되었 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구속사적 사건이다.
4. 하나님 나라의 특징
이런 이유로 본문에는 하나님 나라의 특징이 잘 나타난다. 첫째로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을 섬기고 예배하는 나라이다. 이스라엘 모든 회중이 가나안 땅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실로에 모여 하나님께 예배하는 곳인 회막을 세웠 다. 또한 땅 분배가 레위 사람이 성읍을 받는 것(21장)으로 종결된다(김진수, 518). 이 모두는 이스라엘 자손이 하나 님께 예배하는 백성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호수아는 그의 생애 마지막에 세겜에서 언약을 갱신하면서(24:1-28) “이제는 여호와를 경외하며 온전함과 진실함으로 그를 섬기라 … 여호와만 섬기라 … 나와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24:14-15)라고 말한 것이다.

둘째로 본문에는 ‘나누다’라는 뜻의 동사 ‘할라크’가 세 번, 그리고 이것의 명사형으로서 ‘부분’이나 ‘몫’을 뜻하는 ‘헬레크’가 네 번, 합하여 모두 일곱 번이나 언급되었다. 이와 함께 ‘일곱’이라는 단어가 네 번(2, 5, 6, 9) 사용되었 다. 이들은 모두 일곱 지파의 땅 분배와 관련된다. 이와 함께 레위 사람은 제사장 직분이 그들의 기업이므로 땅의 몫이 없다고 말한다(7). 이러한 진술들은 하나님께서 일곱 지파 모두에게 땅을 골고루 나누어 주신 사실을 강조한다.하나님께서는 자기 백성 모두에게 은혜를 베푸신다. 하나님은 은혜로우신 하나님이시며, 그의 나라는 은혜의 나라이다.

셋째로 여호수아는 실로의 여호와 앞에서 제비를 뽑았다(10). 이 말씀은 땅을 나누기 위한 제비뽑기를 마친 후에도 다시 언급된다(수 19:51). 이것은 하나님께서 각 지파에 은혜로 기업을 나누어 주시되, 공평하고 공정하게 주셨 다는 뜻이다. 또한 여호수아는 땅을 아무렇게나 나누지 않고 ‘기업에 따라’(4) 그 땅을 그려서 나누었다. 본문에는 ‘그 리다’라는 단어가 다섯 번(4, 6, 8×2, 9) 등장한다. 여호수아는 분배할 땅을 두루 다니며 일곱 부분(몫)으로 그려오게 했고(6) 사람들은 가서 그 땅을 두루 다니며 성읍들을 따라서 일곱 부분 으로 책에 그려서 돌아왔다(9). 이것은 공평하게 땅을 분배하기 위한 것이며, 질서성과 명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 다. 땅을 그리러 가는 사람을 어느 지파에 치우치지 않고 각 지파에서 세 명씩(4) 선정한 것도 이 사실을 뒷받침한 다. 이처럼 하나님의 나라는 ‘의와 공도’(창 18:19)를 행하는 공평과 질서와 공의의 나라이다.

넷째로 하나님 나라의 질서성은 특히 땅을 분배하는 절차에서 잘 나타난다.
여호수아는 땅을 그리러 갈 사람들을 지파별로 세 사람씩 선정했고, 그들은 땅을 두루 다녔으며, 기업에 따라 땅을 그려서 돌아왔다. 그리고 여호수아는 이것에 근거하여 회막 문 여호와 앞에서 제비 뽑아 땅을 나누었다(수 18:10;
19:51). 따라서 모든 일이 절차를 따라 질서 있게 이루어졌다. 만일 지파별로 사람 수를 다르게 했다면, 땅을 횡단하지 않았다면, 기업을 그려서 오지 않았 다면, 여호수아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제비를 뽑았다면, 특히 회막 문 여호와 앞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제비를 뽑았다면 사람들이 제비뽑기 결과를 쉽게 수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나님 나라는 질서가 중요하며, 특히 ‘절차적 정의’가 강조된다(참고, 성막 세움, 제사 의식, 제사장 복장 등). 하나님의 나라는 질서의 나라이다. “하나님은 무질서의 하나님이 아니시요 오직 평화의 하나님 이시니라”(고전 14:33). 성경에서 평화의 반대는 무질서이다. 질서가 깨어지면 평화는 사라지고 혼란과 다툼과 불안만 남는다. 그리고 질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절차적 정의’이다. 절차가 무시되면 질서도 무너지기 때문이 다. 하나님의 나라는 절차를 지키는 질서의 나라요 그래서 평화의 나라이며, 품위의 나라이다(고전 14:40).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가서 그 땅을 두루 다니며 성읍들을 따라서 일곱 부분으로 ‘책에’ 그려서 돌아왔다(9). 구약 성경에서 책에 기록하는 행위는 율법과 제도, 언약, 표준과 규범, 역사적 증거, 교육과 전수, 구별과 근거 등을 남겨 보존하기 위해 이루어졌다. 이스 라엘 자손도 분배받은 땅을 기업에 따라 책에 그림으로써 그들이 하나님으 로부터 가나안 땅을 기업으로 받은 사실을 후손들에게 전수할 뿐 아니라 그림으로 구분된 각 지파의 지계(地界) 를 서로 침범하지 않고(참고, 잠 22:28; 23:10) 항구적으로 지켜야 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이 행하신 일들을 가르치고 배워 전수하고 계승 하는 나라이다(출 10:2; 시 9:1; 26:7;
71:17; 78:1-8, 참고, 삿 2:10; 고전 11:26; 15:3 등). 이런 까닭에 “이스라 엘이 여호수아가 사는 날 동안과 여호 수아 뒤에 생존한 장로들 곧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모든 일을 아는 자들이 사는 날 동안 여호와를 섬겼더라”(24:31)라는 말씀은 의미 심장하다. “이스라엘 자손이 여호와를 섬긴 것은 그들이 여호와의 모든 역사를 아는 것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여호와와 그분이 행하신 일들을 알지 못하면 여호와를 섬길 수 없다. 그러므로 여호와와 그분이 행하신 일은 계속 기억되어야 하며 후세대로 계속 전해져야 한다.”(김진수, 594, 참고, 시 44:1;66:16; 77:11; 78:4 등). 이와 함께 하나님의 나라는 받은 은혜로 자족하며 타인의 것을 침범하지 않는 신적 윤리의 나라이다. 이에 대해 하나님께서 법으로 명하셨다.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지니라”(출 20:17; 신 5:21).

5.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삶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언약에 근거하여 세워지는 나라며, 하나님께서 임재하셔서 주권적으로 다스리는 나라 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삶은 무엇보다 하나님을 예배하는 삶이 되어야 한다. “실로에 회막을 세웠 다”(1)라는 말씀은 전체 땅 분배 기사 (13장-24장)의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다(김진수, 57). 이는 땅 분배의 목적이그 땅을 기업으로 주신 여호와를 섬기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 레위 사람이 기 업을 분배받지 않은 이유가 여호와의 제사장 직분이 그들의 기업이 된다는 설명도 이를 지지한다(7).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고 대망하는 자는 하나님을 예배하는 데 열심을 내야 한다.

또한 하나님의 나라는 은혜, 공정과 공의, 절차적 정의, 그리고 질서와 평화의 나라이다. 그런데 이 모든 특성은 다름 아닌 하나님의 성품이다. 그래서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성품으로 다스리는 나라이며, 하나님의 성품이 실현되는 나라이다.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삶은 자신 안에 이와 같은 하나 님의 성품들을 이루는 것이다.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 있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롬 14:17). 그러므로 성도는 은혜롭고, 어떤 일이나 관계에서도 공정 하고 공의로우며, 절차적 정의를 중히 여기고, 질서를 지킴으로써 평화와 품위를 지켜야 한다.

나아가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삶은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에 게으르지 않고 순종하는 것이다. 기업을 분배받지 못한 일곱 지파의 문제는 그들이 여호와께서 주신 땅을 점령하러 가기를 지체한 것이다. ‘지체하다’는 ‘태만 하다’, ‘게으르다’는 말이다. 그들이 게을렀던 근본적인 이유는 환경이 아니라 영적인 것에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일에 태만했고 게을렀다. 언약을 이루시고 그의 나라를 성취하시는 분은 오직 하나님 자신이시 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 일을 위해 성도를 부르신 것도 사실이다. 성도는 하나님의 나라 성취를 위한 하나님의 동역자이다.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일에 이스라엘 자손의 순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도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 부여받은 사명에 충실하고 게으르지 않아야 한다. “신자의 영전(靈戰)에서 정전(停戰)은 있을 수 없다”(박윤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