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절의 여왕 5월에 가정을 생각한다
김학인 목사_본보 편집국장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하나님 아버지 모셨으니 믿음의 반석도 든든하다 우리 집 즐거운 동산이라” (찬송가 559장 1절)
2016년 11월 전북교육청이 주최한 ‘너도나도 공모전’에서 동시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듬해 어버이날 전북교 육감이 전북교육청 페이스북에 이 시를 공개하 면서 널리 알려졌다. 몇 년 후에는 어느 교사가 이 시에 감동하여 노래로 만들기도 했다.
이 동시 제목은 ‘가장 받고 싶은 상’이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 이슬 양이 암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동시였다. ‘가장 받고 싶은 상’의 내용은 이렇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짜증 섞인 투정에도 어김없이 차려지 는, 당연하게 생각되는 그런 상. 하루에 세 번이나 받을 수 있는 상, 아침상 점심상 저녁상. 받아도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해도 되는 그런 상. 그때는 왜 몰랐을까? 그때는 왜 못 보았을 까? 그 상을 내시던 주름진 엄마의 손을 그때는 왜 잡아주지 못했을까?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 꺼내지 못했을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에야 늘 당연하게 생각했던 그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고 과분한 사랑이었는지 뒤늦게 깨닫고, 그때를 그리워하며 쓴 동시다.
5월에 가족과 관련한 기념일이 몰려있다. 5 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그래서 5월이 되면 가정의 소중함을 새삼 떠올려 보게 된다. 가정과 관련한 기념일을 5월에 정한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다.
1993년 UN은 5월 15일을 ‘세계가정의 날’로 정했고 일본, 미국, 스페인 등 북반구의 많은 나라들이 가족과 관련한 날을 5월에 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가정 관련 기념일이 이렇게 5월에 몰려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5월은 북반구에서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며 온 지면이 푸르고 백화가 만발하는 시기다. 가장 좋은 계절에 가족 들을 먼저 떠올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고자 했을 것이다.
가정은 하나님께서 친히 제정하신 제도다. 세상에 가정만큼 중요한 공동체도 없다. 가정은내 삶의 뿌리이자 피로 맺어진 혈연공동체이다.
가정에서 한 인생이 시작되고, 그 끝도 마찬가 지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영웅호걸들도 누군 가의 어린 아들이었고, 어머니에게는 한없이 유약한 자식이었다. “나도 내 아버지에게 아들이 었으며 내 어머니 보기에 유약한 외아들이었노 라”(잠 4:3). “대추,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는 장석주 시인의 시구처럼 그 누구도 자애 로운 부모의 손길, 혹 그것이 친부모의 그것이 아니었다고 해도 누구의 보살핌 없이 어른이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보살핌 속에 장성하여 배우자를 만나 한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낳아 계대를 이어간다.
그런데 너무나 가까이에 있어서 그런지 가족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경우도 많다. 남들에게는 매우 예의 바르고 말도 함부로 하지 않으면 서, 정작 가족들끼리는 무례하고 배려심이 없이 행동하기도 한다. 다 이해해주는 편한 관계라고 생각해서일까?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노래와 책이 있다. 결론은 ‘그러면 안 됐었다’는 것이다. 부모나 배우자의 희생과 헌신은 그저 당연한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많은 인내와 수고와 희생을 동반한 사랑이 요구된다. 부모, 형제자매, 자녀, 배우자에 이르기 까지 우리가 기억해야 할 소중한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 좋은 계절에 주변을 돌아보고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챙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