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 합신 해외석학 초청 강연
브루스 보거스 교수의 “개혁주의 윤리신학
이 문서는 3월 18일(화)부터 20일(목)까지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성경적 변증센터(센터장 이남규 교수)가 개최한 2025 합신 해외석학 초청 강연에서 미국 퓨리탄 리폼드 신학교(Puritan Reformed Theological Seminary) 조직신학 및변증학 교수인 브루스 보거스(Bruce Baugus)가 한 강의를 당시 통번역자들이 요약한 것이다.
보거스의 저서로는 “The Roots of Reformed Moral Theology(Reformation Heritage Books, 2022)” 등이 있다.
제1강의
개혁주의 윤리신학의 형태와 구조
▶요약: 박바울 교수
윤리신학에 관한 강의 시리즈에서 브루스 보거스 박사는 “개혁주의 윤리신학의 형태와 구조”라는 주제로 첫 번째 강의를 진행했다. 보거스 박사는 개혁주의 윤리신학의 특성에 대한 설명에서 그 형태와 구조를 다음과 같이 요약 한다. “이 중 눈에 띄는 것은 윤리적 교육의 주요 원천으로써 성경의 사용, 도덕 질서(moral order)의 보편적(universal)이고 초월적이며 변하지 않는 특성, 도덕 질서와 창조 질서의 관계, 모세 율법의 도덕적 의식적 사법적 측면의 구별, 도덕법의 요약으로써 두 개의 표로 나뉜 십계명의 우선성(priority), 하나님과 이웃 사랑에 관한 두 개의 큰 계명과 십계명의 두 표의 관계, 도덕법과 덕의 상관관계(correlation) 등이다. 이러한 원칙과 주제는 개혁주의 윤리적 가르침의 두 가지 기본 특징, 즉 신학적 전통과 교회적 전통을 함께 나타낸다.”
보거스 박사는 개혁주의 윤리신학의 형태와 구조를 신학적인 측면과 교회론적인 측면이라는 두 가지로 크게 구분하여 추적한다. 신학적인 측면과 관련하여, 개혁주의 윤리신학은 멜란 히톤(Melanchthon), 찰스 호지(Hodge), 윌리엄 에임스(Ames), 아미라우트(Amyraut), 피에르 라 플라스(Pierre La Place)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의 업적을 통해 추적한다. 또한 보거 스는 하이델베르크 신앙고백서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에 나타나는 윤리신학의 체계를 언급한다. 이 두 전통적 개혁주의 문서들에서 윤리신학은 예수 그리스도 은혜 안에서 주어지는 하나님의 구원에 대한 그리스도인의 감사한 반응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이 구조는 기독교인에게 도덕성(morality)은 결코 구원의 수단이 아니라 그 결과물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동시에, 기독교인의 삶에서 도덕성이 차지하는 필수적 이지만 증거적인 위치를 강조한다. 이러한 윤리 신학의 감사와 연관된 위치는 비기독교인의 삶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용 법의 용도)과 기독교 인의 삶(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법의 용도)에 하나님의 법을 적용할 수 있게 해준다.
보거스 박사가 강조하는 신선하고 중요한 점은 개혁주의 윤리신학의 교회론적 맥락이다. 여기에는 개혁주의 교회의 삶에서 신앙고백서와 신조가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위치가 포함되지 만, 보거스 박사는 윤리신학을 교회 관습으로 간주할 때 고백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논리에 따라 두 가지 추가 제안이 제시된다. 첫째, 개혁주의 기독교인들은 학문적 이정표뿐만 아니라 설교, 주석, 참회 수첩 (penitential manuals), 공의회 결정과 같은 교회에서 생산되고 교회를 위해 만들어진 자료 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개혁주의 윤리신학은 보편적 역사와 본질을 유지하면서 특정 교회 전통에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신학적인 출처, 규범, 방법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궁극적으로, 보거스 박사는 개혁주의 윤리신 학의 형태와 구조를 신학적이고 교회론적인 학문으로 소개한다. 이 학문은 십계명을 우선순 위로 삼고, 성경을 주요한 원천으로 삼는다. 십계명의 두 표는 윤리신학과 하나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에 관한 두 가지 가장 큰 계명에 대한 관계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강의에서 보거스 박사는 개혁주의 윤리신학의 성경적 배경과 역사적 뿌리에 초점을 맞추어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제2강의
개혁주의 윤리신학의 성경적 배경
▶요약: 김영호 교수
개혁주의 윤리신학은 교회의 학문이다. 나아가 교회의 사명(마 28:19–20)에 속한 일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한 윤리적 원칙이 아니라 구속 사의 흐름 속에서 확립된 신학적 체계를 반영 한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따르면, 윤리적 성찰은 인류 역사만큼 오래되었으며,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의 마음에 도덕법을 기록해 주셨다 (WCF 4.2). 아담은 하나님으로부터 계시를 받고 이를 숙고하였으며, 하와 역시 도덕적 행위 자로서 윤리적 사고를 했다. 하지만 이것은 체 계적 윤리연구라고 할 수는 없다. 윤리적 사고가 윤리신학이 되기 위해서는 원리와 교리를 체계적으로 조직해야 한다. 이것은 후대에 학문적 연구로 발전했으며, 중세 이전에도 기독교 내에서 윤리적 가르침이 존재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윤리를 철학적으로 연구하고 체계화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는 『니 코마코스 윤리학』과 『유데모스 윤리학』을 통해 윤리학을 독립적인 철학 분야로 구분하고 연구 방법을 명확히 규정했다. 하지만 성경적 윤리신 학은 단순히 헬라 철학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약과 제2성전기 유대주의의 신학적 전통에서 기원한다. 이후 개혁교회는 기독교 변증가 유스티누스, 테르툴리아누스 등 기독교 저자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성경적 윤리신학을 발전시켰다.
윤리신학의 기원은 도덕법의 요약으로써 하나 님께서 모세에게 시내산에서 십계명을 주신 사건에 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따르면(WCF 19.1-2), 도덕법은 아담에게 행위언약의 조건으로 주신 것이고, 모세에게 주신 십계명에서 정경적으로 선언되었으며, 이후 기독교 윤리의 핵심이 되었다. 개혁주의 윤리신학은 언약적 틀 (covenantal framework) 속에서 십계명을 해석하며, 이것을 개혁교회 일치를 위한 세 신조(벨직 신앙고백, 도르트 신조, 하이델베르크 요리문 답)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가 잘 설명한다.
윤리신학은 단순한 철학적 사고가 아니라 모세오경에 나타난 언약서를 중심으로 발전했 다. 도덕질서는 신학적 현상으로 이해되며, 언약서(출 21-23장)는 “말씀(words)”과 “율례 (judgments)”로 구성된다. “율례”는 특정한 판결을 의미하는 용어로, 구약에서 사례법(case law)의 체계를 형성한다. 특히 신명기는 십계명의 구조를 따라 윤리적 가르침을 배치하며, 십계명과 개별 법 조항 간에 어떻게 구조적으로 대응되는지 보여준다. 신명기 5장은 십계명을 기록하며, 6-26장은 십계명을 구체적으로 적용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는 신명기가 도덕법의 해석과 적용을 위한 중요한 문헌임을 보여준다. 신명기는 도덕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전통을 확립했다. 모세는 장로들에게 윤리적 가르침을 전달하였고, 왕은 율법을 필사하고 연구하도록 명령받았다. 제사장은 백성을 가르치는 역할을 담당했으며, 일반 백성도 율법을 묵상하고 연구해야 했다. 이러한 체계는 윤리신학이 단순한 철학적 연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이 실천해야 할 삶의 원리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윤리적 가르침의 핵심은 이미 성경 안에 있으며, 언약의 틀 속에서 도덕법을 해석하고 실천 하는 것이 윤리신학의 중요한 과제이다.
제3강의
개혁주의 윤리신학의 역사적 뿌리
▶요약: 김은진 박사
개혁주의 윤리신학은 신학적·성경적 근거를 가질 뿐 아니라, 교회의 전통과도 깊은 연속성을 지닌다. 본 논문은 종교개혁 이전의 두 인물, 어거스틴과 아퀴나스를 중심으로 개혁주의 윤리신학의 역사적 뿌리를 탐구한다.
첫째, 어거스틴은 ‘향유(frui)’와 ‘사용(uti)의 구분을 통해 하나님만이 궁극적 향유의 대상임을 강조하며, 이웃과 피조물은 하나님을 향유 하는 데 유익한 한에서만 가치가 있다고 보았 다. 이 구분은 윤리적 가치 판단과 사랑의 질서를 분별하는 틀을 제공한다. 즉, 하나님은 최고의 선이시므로, 인간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과 피조물을 사랑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인간은 하나님을 최우선으로 사랑 하는 관계 안에서 피조물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올바른 사랑의 질서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을 마땅히 사랑해야 할 만큼 사랑하지 못하며, 오히려 하나님보다 피조물을 더 사랑하는 오류를 범한다. 어거스틴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죄의 실상을 네 가지 상태로 구분하여 설명 하면서, 인간은 선을 행할 능력을 상실했지만, 신자는 믿음으로 은혜를 받아 하나님을 사랑함 으로 율법을 행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죄와 은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그는 도덕법이 타락한 자들을 죄에서 자유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여전히 하나님께서 계시하신 보편적 질서와 기준으로써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십계명에 요약되어 있는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 도덕법의 핵심이며, 이는 죄를 억제하고, 그리스도께로 이끄는 초등 교사의 역할을 하며, 신자의 삶의 규범으로 기능한다. 그는 아담의 타락을 십계명과 연결시킴 으로써, 십계명이 모든 시대를 아우르는 유효한 도덕법이며,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자연법임을 강조했다.
둘째, 아퀴나스도 어거스틴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도덕성을 추구하는 이유는 하나님을 향유하는 궁극적 행복에 이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신학대전』에서 도덕에 대한 논의를 인간론 안에 배치함으로써 율법의 보편성을 드러내고자 했다. 아퀴나스는 율법을 영원법 (eternal), 자연법(natural), 인간법(human), 신법(divine)으로 구분하며, 영원법이 하나님께서 정하신 불변의 질서이고, 자연법은 인간 행동에 적용되는 영원법임을 설명했다. 그는 인간법 또한 자연법을 기초로 하며, 결국 영원법에서 유래한다고 보았다. 하나님께서 인간으로 하여금 이성을 통해 영원법을 어느 정도 인식할수 있도록 창조하셨기에, 인간은 창조 원리에 따라 자연법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아퀴나스는 하나님께서 시간 안에서 특별히 선포 하시고 성경에 기록하게 하신 법을 신법으로 분류했다. 성경의 율법은 의식법, 시민법, 도덕법 으로 다시 나눌 수 있는데, 그는 십계명이 자연 법의 핵심으로써 모든 시대와 인류에 적용되는 도덕법 전체의 요약이라고 보았다. 궁극적으로 도덕법은 영원법에 근거하며, 인간이 최고의 선이신 하나님을 향하고 그분을 향유함으로써 궁극적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이끈다.
이처럼 어거스틴과 아퀴나스는 십계명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도덕 질서를 나타낸 다고 보았고, 이는 죄를 억제하며, 죄인을 그리 스도께로 인도하고, 인격적 거룩을 통해 하나님을 향유하는 길을 안내해준다고 이해했다. 따라서 개혁주의 윤리신학은 종교개혁 이전의 전통 에서 이어져 온 것이며, 그 전통과 깊은 연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