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호](http://repress.kr/wp-content/uploads/2025/02/김명호-696x802.jpg)
김명호 목사/ 경기북노회 대림교회
다음 세대 교육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이하의 교회학교 아동 수가 약 40만 ~50만 명 수준으로, 과거 150만 명 가까이 될때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는 분석을 접하게 되면 충격을 받는다. 문제는 이런 감소 추세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는 데 있다. 출산율 급감 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가 교회학교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으나, 감소 폭이 일반 학령인구 감소세보다 훨씬 가파르다는 사실은 한국교회가 단순히 ‘인구 구조 탓’만 하고 있을 수 없음을 보여 준다.
더 심각한 문제는 고등학교 시기부터 교회를 떠나는 학생들이 급격히 늘고, 대학에 이르러서는 기존 교회학교 출신 청년의 30% 정도만 교회에 남는다는 점이다. 이런 수치 뒤에는 교회가 교회학교 교육을 ‘주일’에 국한하고, 그 외 평일에는 학생들이 세상의 가치와 정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현실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 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코로나 이후 교회학교 위기의 원인을 묻는 조사에서 부모가 54.3%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는 연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모가 신앙교육의 책임자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주일 한시간 예배를 드리는 동안 자녀를 교회학교에 ‘맡 기기만’ 하면 되리라는 생각이 팽배한 것이다.
교회학교 교사가 자녀에게 실제로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연간 40시간 남짓에 불과하나,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연간 3,000시간에 이른다. 결국 주중의 대다수 시간에 가정에서 자녀가 기독교적 가치를 체득할 수 있도록 돕지 못한다면, 아무리 교회학교가 주일에 분발해도 효과는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우선, 교회는 부모를 각성시키고 훈련하는 작업에 적극 나서야 한다. 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감당할 수 있도록 돕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보내는 연간 3,000시 간에 기독교적 양육과 훈련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토요일에도 일해야 한다고 응답한 부모가 54% 에 달한다. 이런 현실에서 별다른 의식 변화 없이 ‘바빠서 어쩔 수 없다’로 일관한다면 자녀에게 신앙교육을 실천할 시간은 절대 마련되지 않는 다. 교회는 부모들에게 교회학교 커리큘럼을 미리 공유하고, 가정에서도 같은 본문과 주제를 이어갈 수 있도록 ‘통합 커리큘럼’ 혹은 ‘가정 통신 자료’ 등을 제공해 주중에 자연스러운 신앙 대화를 열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나아가 부모들이 자녀와 함께 예배를 드리며 세대 간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는 ‘세대 통합 예배’와 같은 시도가 중· 장기적으로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를 교회학교 ‘조력 자’ 수준이 아니라, 자녀 신앙교육 ‘주체’이자 ‘전 문가’로 세우는 일이다. 교회가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부모가 일상생활 에서 하나님 말씀을 자연스럽게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나 등하 굣길 차 안에서 짧은 순간에도 신앙적인 생각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하고, 평소 가정 예배나 부모와 함께하는 큐티를 권장함으로 일상 전체에 기독교적 가치가 스며들도록 이끌어야 한다.
진정한 기독교 교육은 지식 전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삶의 토대를 바로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성경적 토대는 우리 삶의 주인이 ‘나’가 아니라 ‘하나님’임을 인식하는 하나님 주권 사상과, 변치 않는 하나님의 말씀을 기준 삼아 ‘옳고 그름’을 분별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관점, 또한이 땅의 삶이 곧 전부가 아니며,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통치가 완성되는 나라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추는 것을 말한다. 우리의 일상이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확장하고 드러내는 거룩한 일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 교육의 문제가 단지 성적 타락이나 학교 폭력, 인터넷 중독같이 겉으로 드러나는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근본적으로 “누가 주인인지, 누구의 목소리를 기준 삼아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라는 기초 문제가 해결되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 아이들의 세계관이 세속적 인본주의와 자기중심적 사고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표면적인 문제를 아무리 손질해도 결국에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므로 신앙의 토대를 다지는 노력을 교회와 부모가 함께해야 한다.
이제 교회와 가정이 함께 손을 맞잡고, 다음 세대의 신앙교육을 위한 전방위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교회는 더 이상 ‘주말에 아이를 맡아 주는 곳’으로 머물 것이 아니라, 부모를 신앙교육의 책임자로 깨어나게 하고 구체적으로 훈련하는 장(場)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부모들은 자녀 신앙교육을 삶의 최우선 순위로 품에 안고 각자의 자리에서 시간을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가정이 곧 교회가 되고 교회가 곧 가정이 되도록 긴밀히 연계될 때, 지금의 교회 교육 위기는 도리어 ‘본질 회복’을 위한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