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혼란과 목사의 자세
대한민국이 둘로 나뉘어 소란하기 그지없다. 현재의 극심한 정치적 갈등은 국민 정치 인식과 정서에 깊이 뿌리내려 평화로운 정치 환경을 만들어 가지 못하는 불행을 낳을 것임에 틀림없다. 목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은 항상 같다. 목사는 그리 스도의 왕국을 위하여 교회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성경에 충실한 근거 위에서 선포하고 가르 치는 일에 부름을 받은 자이므로 이 사명을 충실히 행하는 것이다(딤후 4:2; 「기독교 강요」 4.3.1,9). 이 사명은 이 세상이 어떠하든지 일정하다. 이 사명에 대한 충실성 여부가 그리스도의 교회를 세우거나 무너뜨리는 차이를 낳을 것이다.
목사의 사명에는 둘로 나뉜 정치 견해의 파당적 견해를 목사가 전해서는 안 된다는 금지 교훈을 내포한다.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인 그리스도의 복음 아래 그리스도의 양 떼를 하나로 모으고 그리스도의 왕국을 바라보도록 해야 한다. 만일 파당적 견해로 그리스도의 양 떼를 갈라놓는다면 그것은 더이상 목사의 직무가 아니며 정치인의 활동이 될 뿐이다. 정치 혼란의 시대에 목사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가 정치 구호로 범벅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정치적 견해의 다름에도 불구하고, 이것으로 인해 교인이 서로 갈등하거나 상처를 입지 않고 그리스도 안에서 여전히 하나인 형제 사랑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복음의 말씀으로 이들의 시선과 마음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모아야 한다. 그리하여 정치 갈등으로 상처받은 심령이 복음 안에서 치유를 받고 위로를 받아야 한다.
복음만이 이러한 갈등 상황에 치유와 위로를 줄 능력이 있다. 그것은 갈등의 양편이 다 ‘죄’ 아래 있기 때문이다. 대립과 갈등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드러내고, 이 세상 나라는 그리스도인이 각자의 정치 견해가 어떠하든지 결코 소망이 아니라는 복음 진리를 설교해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견해를 듣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는 완고함과 편파적 태도를 돌아볼 수 있도록 목사는 자신을 돌아보면서 온유한 마음을 가지고 말씀으로 교훈하여야 한다. 적어도 예배의 자리에서 함께 말씀을 듣고 찬송을 올리는 형제에게 정치 견해의 차이로 미움과 대립의 마음을 품지 않도록 이끌어야 한다. 교인들이 예배당 밖에서 서로 대립하는 정치 진영에서 얼굴을 마주칠 경우가 있더라도 하나님 앞에서 예배할 때 하나 님은 한 분이시며, 주님도 한 분이시고, 성령도 한 분이심을 함께 고백하는 교회 공동체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형제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목사는 교회가 절대로 당파적 관점이나 정치 진영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목사는 자신의 정치 성향을 노출하지 않아야 한다. 목사가 좌파인지 우파인지 드러 내면 교인은 자신의 정치 견해에 따라서 그 목사의 설교를 걸러서 듣는다. 그리고 선포되는 일체의 설교에서 하나님의 말씀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는 자로서 목사의 영적 권위를 잃게 된다. 목사는 마음에 끓어오르는 정치 열정이 있어도 참아내야 한다. 그것을 절제하는 것이 목사의 소명이다. 목사는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된다.
목사도 시민으로 정치 견해를 가질 수 있다. 선거를 통해서 그 의사를 적극 표현해야 한다.
그러나 그 견해를 강단을 사용하여 선전하여서는 안 된다. 목사는 정치 시위에 참여해서는안 된다. 참여하여 얼굴이 노출되는 경우를 피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목사의 정치 견해는 비밀이 보장되는 투표를 통해 행사되어야 한다. 목사가 정치와 관련하여 견해를 공개적으로 말해야 하는 단 하나의 경우가 있다. 그것은 하나님의 법에 어긋난 세속 정부의 정책에 대하여 하나님의 교훈을 설교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성경이 도덕적으로 금하는 일을 인정하려는 동성혼을 인정하는 것이나, 동성혼을 반대하는 견해 표현을 금지하는 전체주의적 차별금지법 이나 성전환 수술이 없는 성별 정정을 인정하는 법을 제정하려는 시도에 대한 강력한 반대의 표현은 목사가 말해야 한다.
정치라는 시민 영역은 교인들에게 맡겨진다. 목사는 성경이 명백하게 교훈하는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 정치 견해를 지지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교인들에게 성경을 가르쳐야 한다. 목사의 가르침은 모든 교인이 그들의 정치 견해가 어떠하든지 들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교인 들이 목사의 가르침을 서로 다른 견해로 적용할 때 목사가 어느 한 견해를 가지고 이 견해 차이를 통일하려 하면 안 된다. 이것은 성경 교사로서 목사가 감당할 일이 아니며 가능하지도 않은 일이다. 지금같은 정치 혼란의 시기에 우리 합신 총회의 목사는 본연의 직무를 감당하는 일에 더욱 초점을 두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