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개혁신보 포럼 특강 요약] 종교개혁과 『웨스트민스터 교회정치』(1645)와 우리

0
2

종교개혁과 『웨스트민스터 교회정치』(1645)와 우리

문정식 목사(중서울노회 열린교회, 전 총회 신학연구위원장)

개혁교회의 역사적 ‘교회정치 및 헌법’들

종교개혁자의 정신을 담은 교회정치 및 헌법이 제정되는 데는 신앙고백이 가진 성경 원리가 바탕이 되었다. 그래서 교회정치와 헌법은 신앙고백과 함께 작성되었다. 이는 ‘신앙고백의 교회적 실현’이 ‘교회정치와 헌법’이라는 의미이다. 개혁교회는 일관되게 이를 추구했다.

역사적으로 최초이지만 비공식 교회정치 및 헌법인 독일 『헤센 교회개혁안』(1526)과 루터의 『대·소 교리문답』(1529)이 그러했고, 칼빈이 작성한 최초의 공식 교회정치와 헌법인 『제네바 교회법규』(1541, 개정 1561)와 『기독교강요』(1536 초판, 1559 최종판)가 그러했다. 칼빈은 다섯 차례에 걸쳐 『기독교강요』를 개정하여 두 요소가 균형을 갖추도록 했다. 칼빈은 ‘교리’(doctrine)와 ‘치리’(discipline)를 하나로 보고 통일성을 강조하였는데 그에게 교회정치 및 헌법은 신앙고백을 따라 복음을 더욱 강화하는 필수 요소였다.

칼빈이 기초한 『프랑스 신앙고백서』(1559)는 프랑수아 드 모렐(François de Morel)이 작성하여 『프랑스 개혁교회의 교회치리서』(1559)와 함께 파리 총회에서 확정되었다. 이 치리서에 교회의 모든 직분자, 즉 목사와 장로와 집사 상호 간에 직분의 고유성과 평등성이 제시되었고 모든 교회(당회, Consistory)의 상호 독립성과 평등성과 자율성이 제시되었으며, 교회들의 신학적 일치와 더불어 교회조직과 질서의 통일을 유지하기 위해 연합회의체로서 지역 노회 및 전국 총회가 제안되었다.

이를 계승하여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1560)』가 작성되었으며, 또한 『스코틀랜드 제1치리서』(1560)와 『제2치리서』(1578)가 각각 작성되었다. 『제2치리서』의 가장 주요한 내용이 노회(presbytery) 제도로 노회는 철저하게 ‘하나님의 법’(Jus Divinum)에 따른 것임이 선언되었는데, 이것이야말로 종교개혁자들의 의도에 일치하는 장로교 정치이다. 화란의 『베젤 교회법규』(1568, 초안), 『엠덴 교회법』(1571, 수정안), 『헤이그 교회법』(1586, 수정안), 『도르트 교회 질서』(1619, 최종안)와 함께 『벨직 신앙고백』(1561), 『도르트 신조』(1619)가 작성되어 개혁교회를 이루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웨스트민스터 교회정치』(1645)

이러한 개혁교회의 역사적 ‘교회정치 및 헌법’이 집약된 『웨스트민스터 교회정치』(1645)에 담긴 핵심은 두 가지이다. 먼저 교회 직원이 그리스도의 대리자라는 의식으로 직분에 대해 바르게 행하는 것이야말로 교회를 살리는 생명선을 붙잡음과 같고, 다음으로 그 직원이 모여 이루는 치리회가 그리스도의 뜻을 따라 겸손히 교회와 노회와 총회를 섬기는 것이야말로 하늘 공동체인 교회를 이 땅에 바르게 세우는 길이라는 사실이다.

『웨스트민스터 교회정치』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이시라”는 서문의 선언으로 시작한다는 점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어깨에 정사를 메셨으며, 그분의 이름은 기묘자요, 모사요, 전능하신 하나님이요, 영존하시는 아버지요, 평강의 왕이시다…. 교회는 그분의 몸이며, 만물 안에서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그분의 충만함이다. 그분은… 교회를 굳게 세우고 성도를 온전하게 하는 데 필요한 직원들을 주셨다.” 교회의 머리가 왕이 아니라 그리스도라는 선언은 아주 큰 의미가 있는데, 이는 세상 권세에 따른 교회가 아닌 성경적 교회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교회 직원의 중요성(그리스도를 대리하여 교회를 섬기는 직분)에 대해 알아보자. 종교개혁 이후 개혁교회는 교회의 체계와 질서를 위해 교회 직원에 대해 가장 중요하게 논의해 왔다. 『웨스트민스터 교회정치』는 그 전통에 따라 교회 직원(목사, 교사와 박사, 장로, 집사)에 대해 다룬다. 교회에 있어서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라 행하는 직원들이 중요하다. 교회 직원이야말로 주의 교회를 바르게 세워나가는 일에 있어서 주께서 세우신 대리자이다. 『웨스트민스터 교회정치』 직후에 작성된 『유스 디비늄』(1646) 역시 “교회정치를 하는 자는 오직 그리스도에 속한 교회의 직원들이다. 교회를 다스리는 자들은 그리스도에 의해서 임명되어 즉시 그리스도의 종의 역할을 한다”라고 분명히 밝힘으로써 교회 직원의 정체성을 강조한다. 따라서 교회 직원이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자신의 직분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갖는 것이 이 땅에 참된 그리스도의 교회를 세우고 그 교회를 건강하게 하는 핵심이다.

두 번째로 교회 치리회의 중요성(직원 개인이 아닌 치리회를 통한 교회정치)에 대해 알아보자. 『웨스트민스터 교회정치』는 치리회들(Assemblies)의 종류와 그 사역 내용을 다룬다.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와 미국 장로교회는 이를 존중하고, 이 문서에 근거하여 당회와 노회 그리고 총회라는 교회 치리회를 형성했다. 『웨스트민스터 교회정치』는 제7장에서 교회 직원의 회의체인 당회와 노회 그리고 총회라는 교회 치리회를 다룬다. 이는 철저히 장로교 정치의 방식이다. 치리회들은 모두 같은 권한을 갖지만 상호 간에 질서가 있다. 『웨스트민스터 교회정치』는 개인이나 교권이 아닌 치리회 즉 그리스도를 대리하여 교회를 섬기는 교회 직원의 회의체를 통해 구현되는 교회정치를 제시한다. 이 원리의 핵심은 왕이나 교황이 교회나 목사 위에 절대로 군림할 수 없고, 그리스도만이 교회의 머리시라는 진리가 선명히 담겨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교회는 이러한 ‘신앙고백’과 ‘교회정치 및 헌법’이 일치된 신학적 기반을 따라 세워지지 못했다. 그 폐해를 피하고자 40여 년 전 세워진 우리 합신총회는, 박윤선 박사의 강력한 의지를 따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위에 ‘교회정치 및 헌법’을 세우는 성경적이고 개혁주의적인 총회임을 천명했다. 따라서 총회 설립 50주년을 향해 가는 이때, 총회 설립의 정신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성경적이고 역사적 개혁주의가 담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따른 ‘웨스트민스터 교회정치’의 원리를 바르게 알고 이에 순종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박윤선 박사는 말한다. “교회 헌법은 법조문에 지나지 않는 무미건조한 것이 아니라, 성도들의 신상 지표(指標)가 되는 건전한 신학적 표현이기도 하다.”(『헌법 주석』)

우리 총회 신학연구위원회의 수고를 통해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2024년 개정판)가 출간된 이 시점에서, 『웨스트민스터 교회정치』에 담긴 성경적이며 역사적 개혁주의의 정신이 합신 교회에 속한 모든 직원에게 바르게 새겨져서, 한국 장로교회와 특별히 합신 교회 가운데 교회 직원에 대한 성경적 이해가 회복되고 또한 그들에 의해 구성되는 치리회가 가장 개혁적인 모습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 우리 왕께서 교회 위에 그런 은혜를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