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회 임원 선거에 담긴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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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임원 선거에 담긴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자

 

얼마 전 우리 총회는 다른 장로 교단들처럼 제109회 총회를 개최했고, 여기에서 1년간 합신 총회를 섬길 임원들을 선출했다. 각자 교회와 노회를 섬기면서 총회까지 섬기는 것은 개인적인 희생이 따르고,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여러 교단의 총회장 선거를 두고 세상이 빈정거릴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 많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총회장을 비롯한 임원 선거에 관한 한 부정이 통하지 않을뿐더러 그럴 마음을 가진 사람이나 조직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자부심을 가진 우리 합신 총회에서 임원으로 섬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헌신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우리 총회가 교계의 혼란과 아픔 속에서 1980년에 또 하나의 교단을 출범시킬 때 교계에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총회장 선거를 두고 금권 선거로 얼룩진 여타의 교단들과 달리 자신의 이름이 거명되는 것에 거룩한 부담을 느끼며,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을 추천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 합신 총회는 그동안 총회장이 되기 위해 입후보를 하고 자기 능력을 알리기 위해 전국적으로 운동을 벌이는 일 없이 총회 현장에서 총대 전원을 대상으로 하여 다수 총대가 선택한 사람을 세웠다. 물론 ‘깜깜이 선거’라고 부를 정도로 총대 전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투표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어떤 총대가 영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주님 마음에 합한 사람인가를 살피며 투표에 임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그 직분을 거룩한 섬김으로 알고 누가 가장 잘 준비된 사람인가를 살피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야말로 교과서적인 임원 선출이라고 할 수 있는 자세였다.

우리 총회 헌법은 교회의 평범한 항존 직원인 ‘교훈과 치리를 겸한 목사’와 ‘치리장로’와 ‘안수집사’(행 14:23, 20:28, 딤전 3:1-13, 5:17)에 대해 설명하면서, 제4항에서 “위의 삼직은 높고 낮음이 없을 뿐 아니라, 수직적인 상하 제도가 아니고 수평적인 연립제도(聯立制度, 마 23:11-12 참조)”라고 부연 설명하고 있다(교회정치 제4장 교회의 직원 제2조). 각주로 밝힌 것처럼 항존 직원을 ‘평범’하다고 표현한 것은 이 직분이 비범한 사도직과 구분되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교회의 항존 직원만이 아니라 노회와 총회의 임원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다. 곧 모든 직무는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이것은 결국 모든 직분은 사람의 명예가 아니라 주님의 몸된 교회를 주님을 섬기듯 섬겨야 한다는 자세를 요구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 합신 총회는 임원을 수평적인 차원에서 이해해 왔다고 자부해도 괜찮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자세가 주님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아름답게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우리 역시 죄인의 본성을 가지고 있어서 사탄의 끊임없는 도전에 흔들릴 수 있고 어느 때든 넘어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죄성을 가진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매사가 더 나아지기보다 더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총회의 임원 선출방식을 모든 총대를 대상으로 하는 방식에서 노회가 추천하는 방식으로 변경하자는 의견도 있다. 총회 임원 선출방식의 변화를 모색한다는 것은 그동안 교계에 있었던 공공연한 일들이 혹여라도 우리 총회 안에서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심을 발동한 한 예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전적으로 주의 은혜를 구하면서, 교회를 순결하게 섬기기 위해 총회가 세워질 때 처음 가졌던 개혁정신 위에 굳게 서서 우리를 향한 감시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