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선교의 현황과 HIS의 나아갈 길
유병국 선교사
(WEC 국제동원대표, 합신 7회 동문)
세계 선교 현황과 한국의 선교 상황
역사적으로 활발한 선교 사역의 뿌리는 언제나 교회였다. 교회의 부흥이 있었을 때 선교도 함께 부흥했다. 그런데 그동안 세계 선교를 주도하고 앞장서 왔던 서구 교회는 지금 쇠퇴하고, 심지어 존폐를 언급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서구 교회에서 선교 운동이 계속되고, 새로운 선교사들이 배출될 것이라는 기대를 걸기 어렵다. 선교를 하고 싶어도 파송할 교회도, 보낼 선교사도 없다는 말이다.
한국 교회의 선교적 참여와 발전은 세계 선교 역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비 서구권으로서 기독교 선교 역사도 상대적으로 짧은 한국 교회가 세계 선교의 주역이 되었다. 숫자적으로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타문화권 해외로 선교사를 많이 보낸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최근 한국선교정보연구소(KRIM)에서 나온 한국 선교사 연령 비율을 보면 서구 교회가 지난 세기 후반부터 보여 왔던 패턴과 너무도 닮아있다. 현재 선교사의 주를 이루고 있는 50대 이상은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그 뒤를 이을 젊은 선교사들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새로운 물결, 새로운 선교사들
필자가 속한 단체(WEC)는 최전방 사역지 입국이나 현지 체류가 어려워지면서 기존의 미전도 지역의 복음화라는 선교 사역 방향과 목표에 ‘선교 동원(Mobilizing Mission)’을 추가했다. ‘선교 동원’이란 선교 초기부터 복음을 전파함과 동시에 그들에게 선교적 책임을 함께 강조하고 그들이 선교하도록 하는 일(Mission planting)이다. 선교 사역의 초기부터 선교지에서 개척한 교회가 선교에 참여하게 하는 일, 선교 사역 현장에서 돕는 현지인 동역자 중에 타 문화권 선교사로 보낼 인재를 키우는 일을 선교 목표와 방향으로 잡자는 것이다.
지리적 접근이 용이하고, 언어적, 문화적 뿌리가 같거나 비슷한 지역, 정치적 경제적인 연관이 있는 지역을 ‘유사지역’(Affinity bloc)이라 한다. 인도-이란 지역과 소말리아 지역인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 지역의 경우 대표적으로 가장 복음화가 안 된 지역(Least Evangelized)이다. 이곳은 현실적으로 선교적 입국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들 지역 주변에 언어적으로, 문화적으로, 지리적으로 동일하거나 유사한 이웃 나라들(선교적 유사지역)이 있다. 먼저 인도-이란 지역의 경우, 그 주변에는 강성 모슬렘 국가로만 인식되어 있지만 현지 교회 지도자들이 파악한 실제적 개신교 신자 숫자가 최소로 잡아도 500만 명이 넘는 파키스탄이 있다. 파키스탄 교회가 선교적 도전을 받고 움직인다면 이들은 선교적 돌파를 할 수 있는 최적임자들이다.
소말리아와 같은 아프리카 뿔 지역도 마찬가지다. 이들 국가와 긴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이디오피아와 케냐에는 수천만의 개신교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파키스탄 안에서 파키스탄인으로 살아가는 수백만 아프가니스탄 주류 파슈툰족, 이디오피아 안에서 이디오피아인으로 살고 있는 수백만 소말리아인들은 선교적으로 아주 중요하다.
WEC의 경우 2016년부터 이전에 피 선교지였던 나라의 교회들로부터 장기 선교사들을 정식 멤버로 받아 들이고 있다. 그들은 본국으로 돌아간 서양 선교사들의 빈자리를 메꾸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선교사들의 합류로 다민족(Multi-ethnic), 다문화(Multi-cultural) 팀으로 조직이 재편성되고 있다. 새로운 파송 국가 출신 선교사들은 대부분이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연령대다. 그리고 다문화적 배경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고, 국제 공통 언어인 영어 사용에 전혀 문제가 없으며, 적은 비용으로도 어떤 환경 속에서도 잘 적응하는(Resilient) 특별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합신 교단이 지향해야 할 전략적 제안
국내의 그 어떤 교단보다도 합신의 많은 사역자들이 온 세계의 다양한 선교단체의 일원이 되어 일한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선교사의 글로벌화를 제안한다. 현재 추세로 본다면 한국 교회는 새로운 선교사 수급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에서 보낸 선교사가 선교 현지에서 선교사를 양성하여 타문화권 선교사를 파송하는 전략을 세우자는 것이다. 합신 선교사들이 피 선교지에서 선교사를 선발하고 훈련시켜서 기존 사역팀에 합류시키는 경우, HIS가 그들을 교단 선교사와 동일한 선교사로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합신이나, 이들을 보낸 본국의 소속 교회가 비록 경제적 후원을 많이 못할지라도 이들의 ‘파송 교회’가 되어야 한다. 다만 한국 교회는 그들의 부족한 사역비 일부를 지원하고 또 기도하는 역할을 해주면 좋을 것이다.
글로벌 기업(다국적 기업)은 인력 수급이 쉽고 생산비가 절대적으로 낮은 해외 지역에 현지 공장을 짓는다. 이제 선교의 글로벌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출신 국적을 가리지 않고 주님의 선교사들이라면 동일하게 지원하고 기도하는 선교의 글로벌화의 필요성 앞에 한국 교회는 결단해야 한다. 작은 교단, 많지 않은 선교사 숫자를 가진 우리 HIS가 이 변화의 파도를 선제적으로 타 보는 것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