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세계 교회사 10] 초대교회의 정체성 확립: 신조, 정경(성경), 사도 계승(1)_박상봉 교수

0
126

초대교회의 정체성 확립: 신조, 정경(성경), 사도 계승(1)

박상봉 교수(합신, 역사신학)

 

2~3세기에 접어들면서 초대교회는 외형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한다. 특별히, 이단들이 등장하면서 초대교회는 여러 가지로 혼란에 빠졌다. 이때 교회는 무엇이 정통이고, 바르며, 옳은 것인가에 대한 판단을 내려줄 수 있는 분명한 신앙적인 기준들이 필요했다. 즉, 신조, 정경(성경), 사도 계승에 대한 정립이 요청되었다.

초대교회는 정통 기독교와 이단들을 구분하기 위해 ‘성도들이 믿어야 할 것’(교리나 신조)에 대한 신앙고백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단들은 언제나 사람들의 주의를 끌 만한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단들은 외형적으로 대단히 경건하고 학문적이었다. 금욕과 명상을 강조했을 뿐 아니라, 당시 그리스 철학에 근거하여 자신들의 논리를 전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초대교회는 바른 가르침과 거짓 가르침이 어떻게 다른 것인가를 밝혀야 했던 것이다.

초대교회의 첫 번째 신조로서 ‘사도신조’의 발생

2세기 후반에 말시온주의가 등장하면서 ‘신약성경의 정경화’ 확립을 서두른 것이 사실이지만, 이 시기에는 구약성경뿐 아니라 이미 기록된 신약성경도 교회 안에서 널리 읽히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 가운데 교회는 그 시작에서부터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통해서 우리가 믿어야 할 것과 행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바르게 정리하고 준행하는 데 온 힘을 모았다. 성경 전체의 내용을 구원 진리와 관련하여 명확한 주제와 표현으로 정리하고, 가장 적절한 언어로 체계화시키는 작업을 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회의 가르침 안에 다양한 이방적인 사고가 침투하기 시작하고, 성경에 대한 해석이 다양화되고 변질하면서부터는 더욱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성경의 진리와 교회를 수호할 수 있는 공적인 신조들의 작성에 관심을 가졌다. 그 결과로, 초대교회 때 처음 사도신경이 작성된 후에 다른 세계 공동 신조들도 등장했다. 즉, 니케야 신조, 니케야-콘스티노플 신조, 칼케톤 신조, 아타나시우스 신조이다.

초대교회 때 가장 먼저 작성된 ‘사도신조’는 ‘신약성경의 정경화’ 확립이 이루어져 가는 시기에 함께 형성되었다. ‘사도신조’로 명칭한 것은 사도들이 지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들이 고백한 신앙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사도신조는 어떤 경로를 통해서, 누구에 의해서, 어느 시기에 작성되었는지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소개된 것은 핵심적으로 다음과 같다.

● 내용적으로, 그 중심 내용이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것으로 볼 때 마태복음 16장 16절에 나오는 베드로의 신앙고백에 근거하고 있으며, 이 고백이 다시 세례 의식에 사용되기 위해 삼위일체의 순서에 따라 배열된 것으로 여긴다. 초기 고백은 이렇게 알려져 있다. “당신은 전능하사 천지를 창조하신 하나님 아버지를 믿는가? 당신은 예수 그리스도가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 십자가에서 고난을 당하시고, 부활하시고, 승천하시고, 재림하실 것을 믿는가? 당신은 성령과 거룩한 교회와 몸의 부활을 믿는가?”

● 발생 시기로, 사도신경의 내용은 사도들의 가르침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2세기 초부터 존재한 것으로 믿고 있다.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사도신조는 계속 발전되어 문답적인 표현이 고백적인 표현으로 바뀌었다. 특별히, 360년 아리안(Arian) 신앙고백에서 처음으로 “음부에 내려가시고”가 첨가되었고, 5세기경에 현재 우리가 고백하는 사도신경의 형태가 거의 완성되었으며, 750년경에 지금과 같은 사도신조가 공인되었다.

사도신조의 기능

● 사도신조는 거짓된 신앙과 정통신앙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성경이나 목회자의 권위만으로 이단과 정통의 차이를 신자들에게 확인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모든 교회가 공동으로 고백하는 사도신조를 통해서 이단을 구별해 낸 것이다. 한 실례로, 물질적인 세계를 악한 것으로 생각했던 영지주의나 말시온주의는 “천지를 만드신 하나님 아버지”라는 고백이나 “예수 그리스도가 마리아에게 나으시고”라는 고백을 할 수 없었다.

● 사조신조는 교회의 일치에 큰 역할을 감당했다. 초기 교회는 지역별로 흩어져 있었으나 사도들의 활동으로 교회의 일치를 이룰 수 있었다. 그리고 사도들이 사라진 후에도 초대교회는 사도들의 가르침에 근거하여 교회의 일치를 이룬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성경의 가르침을 공적으로 고백한 신조가 없이 신앙의 순수성을 절대로 지킬 수가 없다. 가장 순수한 교회도 쇠퇴하고 부패해지는 일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초대교회의 사도신조는 우리가 믿는 것과 행할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정립하여 교회를 이단으로부터 보호하고, 바른 신앙을 가진 교회를 일치시키는 기능을 한 것이다.

정리하면, 초대교회의 첫 번째 신조인 사도신조뿐 아니라, 그 후에 작성된 다양한 역사적인 신조들과 신앙고백서들은 이단으로부터 진리와 교회를 지켜내도록 하나님이 허락하신 은혜와 섭리의 선물임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한국교회가 이 선물에 관심을 두지 않는 현상은 매우 우려스럽다. 우리의 눈으로 목격하는 이단의 발흥은 이 현상의 결과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