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모님들의 헌신에 감사하자_박형용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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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들의 헌신에 감사하자

박형용 박사(합신 명예교수)

 

글의 제목을 “사모님들의 헌신에 감사하자”라고 정했기 때문에 이는 마치 목사님들의 사모님에게만 해당하고 다른 직분 자나 성도들의 사모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처럼 읽힐지 모른다. 그러나 본 글의 의도는 예수 믿고 가정을 섬기는 모든 사모님들의 헌신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다. 하지만 편의상 목사님들의 사모들을 생각하면서 글을 이어 나갈 것이다. 많은 목사님들이 사모님들의 헌신을 귀하게 여기고 감사하고 있는 줄 안다. 심지어 어떤 목사님의 목회 성공은 사모님의 역할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사모님의 헌신이 탁월하기도 하다. 이 글을 쓰게 된 동기는 사모님들로부터 점수를 따기 위한 것이 아니요, 필자가 근래에 경험한 두 가지 일 때문이다.

 한 사건은 필자가 잘 아는 어느 목사님의 사모님의 70회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글을 쓰면서 느낀 생각 때문이다. 내가 아는 목사님의 사모님은 70평생 동안 목사님의 목회사역을 보조하고 후원하기 위해 자신의 건강도 제대로 챙기지 못할 정도로 열심을 다하여 목사님을 도우신 분이다. 사모님의 열정적인 헌신이 없었다면 사모님의 남편이신 목사님의 오늘의 목회사역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마도 목사님의 오늘의 목회사역의 그림은 그 평가점수가 약간 하향 조정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다른 사건은 필자가 두 번째로 코로나(COVID-19)에 확진되어 격리의 경험을 한 사실이다. 필자는 코로나 예방 접종을 4차까지 마쳤지만 지난 2월 중순에 코로나 확진이 되어 일주일간 격리 생활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몸의 상태는 코로나에 대한 항체가 잘 마련된 상태이고 그리고 하루에 약 2시간씩 탁구로 단련된 몸 상태라 건강한 편이었다. 그런데 지난 8월 중순에 2차로 코로나 확진을 받은 것이다. 그 이유가 바로 사모님들의 헌신과 관계되어 있다. 필자는 비교적 긍정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평소에도 사모의 헌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음식을 포함하여 생필품도 시장에 가서 사오기도하고 설거지도 가끔하곤 했었다. 그러나 사모가 감당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정확하게 깨닫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 아파트에 딸과 아내 그리고 필자 셋이 생활하는 기간이 있었다. 지난 8월 딸이 동료들과 축구를 하다가 왼쪽 다리의 뼈에 금이 가서 왼쪽 발을 깁스(Gips: cast) 붕대를 한 상태로 한 달 이상 지내야 할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 아내가 활동하는 도중 코로나에 확진이 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다는 말처럼 딸도 다음날 깁스를 한 상태로 코로나에 확진이 되었다. 어머니로부터 전염된 것이다. 결국 우리 셋이 사는 공간 안에서 코로나에 확진되지 않은 사람은 필자 한 사람 뿐이었다. 이제 딸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아내도 코로나에 감염되어 힘들어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필자인 내가 집안 생활을 모두 맡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래서 필자는 열심히 밥 짓고, 반찬 만들고, 설거지하고, 청소하고, 시장보고, 쓰레기 치우고, 세탁하고 등등 집안일을 모두 하게 되었다. 필자의 건강은 비교적 좋았고, 운동도 계속해서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5일은 큰 문제없이 지나갔다. 

  그런데 집안일을 전부 맡아 하는 것이 몸에 부담이 되었는지 5일 지나고부터는 몸의 상태가 조금 좋지 않게 느껴졌다. 집안일의 무게 때문에 체력이 약해진 것 같았다. 면역력이 약해진 것이다. 느낌이 이상해서 코로나 자가 검사를 집에서 해보니 두 줄이 나와 인근 병원에 가서 확인했더니 2차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는 사모님들의 일상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를 방증하는 것이다. 필자는 별다른 증상 없이 일주일 후 격리에서 풀려나게 되었다.    

필자가 여기서 장구하게 필자의 코로나 확진 경험을 늘어놓는 이유는 바로 사모님들의 헌신의 량이 대단히 많다는 것을 지적하기 위해서이다. 모든 목사님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목사님들이 사모들의 헌신의 강도를 낮게 평가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사모님들의 헌신을 새롭게 인식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기 원해서 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때때로 신학적으로 보수주의자들 중 어떤 이들은 인간의 구성요소 중 영(spirit)은 구원을 받았지만 몸(body)은 구원을 받지 못한 것처럼 구원문제를 이원론적으로 접근한다. 또 어떤 보수주의자들은 성도들이 하는 일을 세속적인 일과 영적인 일로 구별하여 예배드리는 것, 기도하는 것, 전도하는 것 등은 영적인 일로 분류하여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집에서 청소하는 것, 설거지하는 것, 세탁하는 것 등은 세속적인 일로 분류하여 적극적으로 도와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구별은 성경적이 아니다. 성도는 몸과 영 모두 한 인격체로 구원받은 존재이다. 그리고 성도는 성령(the Holy Spirit)이 내주하는 성전이다(고전 3:16; 6:19; 고후 6:16). 성령을 모신 사람은 영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성령을 모시고 사는 성도는 죄를 짓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가 하는 모든 일이 영적인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사모님들이 집에서 하는 모든 일은 영적인 일이요, 사모님들이 맡아하는 집안 살림도 그 무게가 대단히 크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남편인 목회자들은 물론 교회의 모든 사역자들이 집안일을 책임 맡은 사모님들의 헌신에 감사해야 하고 그 감사의 마음을 자주 행동으로 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사모님들의 헌신에 감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