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와 삶에서 네 발을 삼가라
박동근 목사(안양 한길교회, 본보 논설위원)
경외와 겸손함으로 나아가 오직 하나님께만 시선을 고정하라
전도서 5장 1절에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자들을 향한 경계의 말씀이 있다. “너는 하나님 앞으로 들어갈 때에 네 발을 삼갈지어다.” 발을 삼가라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인간은 근본적으로 오만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한편,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의 마음과 태도를 가리키기도 한다. 우리가 지녀야 할 겸손과 경외심을 가리키는데, 하나님을 멀리 하라는 말씀으로 오해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일에 소극적이 되라는 뜻이 아니다.
하나님 앞에 경건하고 겸손한 태도는 하나님을 멀리하고 그 앞에 나아가는 것을 소극적으로 하라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과 더욱 바른 관계를 맺기 위해 부패성을 지닌 우리의 연약함을 성찰하고 하나님께 경외심과 겸손으로 나아가라는 의미이다. “네 발을 삼가라”는 전도자의 교훈은 하나님과 더욱 깊고 친근한 관계로 나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그러므로 이 말씀은 단지 외적 형식만이 아니라 마음과 태도에 경외함과 겸손함을 지니고 예배하고 생활하라는 뜻이다.
구약의 이스라엘은 제사와 경배를 위해 부지런히 성전을 드나들었지만 실제로는 악이 가득했고 회개하려 하지 않았다. 형식적인 열심을 자랑했지만 정작 마음속의 죄악을 깨닫지 못했다. 매튜 헨리는 하나님 앞에 예배할 때 우리의 자세를 알려준다. “시간을 들여 신중하고 엄숙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하나님의 예배에 임하라. 네 생각이 예배에서 떠나 이리저리 방황하지 않게 하고, 네 감정이 잘못된 대상을 향해 치닫지 않게 하라. 왜냐하면 하나님의 성전에서 하는 일이 네 존재 전체를 드려서 해야 하는 일이고, 그렇게 해도 부족한 일이기 때문이다.”
성도가 예배에 성실히 참여함은 당연하다. 나아가 예배 때 내면을 성찰하고 충실해야 한다. 주일 공예배를 참석하고 주일 온종일 주님을 바라봐야 한다는 개혁교회의 주일관은 나를 죽이고 그리스도 안에서 다시 사는 이치를 배우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주일에 분주한 일들을 멈춰야 한다. 예배 때 말씀을 듣는 듯하나 마음을 세상에 빼앗긴 사람들이 많다. 주일은 부패한 본성에 사로잡혀 방황하는 나를 죽이고 말씀에 사로잡혀 생명에 속한 생각들과 마음과 정서로 우리를 채우는 날이다. 예배 후에도 가족들이 함께 말씀을 나누고 또 하나님의 선한 일을 행하며 종일 하나님과 그 뜻을 묵상, 실천하는 날이다.
하나님께서 모세를 타지 않는 떨기나무 불꽃 가운데서 신을 벗으라 명하셨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이리로 가까이 오지 말라 네가 선 곳은 거룩한 땅이니 네 발에서 신을 벗으라”(출 3:5). 고대 근동에서 ‘신’은 ‘나알’이라고 하여 밑바닥만 보호하는 샌들과 같았다. 히브리인들은 거룩한 장소나 상 중에 신을 벗어야 했다. 신은 늘 먼지로 오염돼 있기에 고대 근동에서 부정함을 의미했다. 거룩을 의미하는 장소와 시간에 히브리인들은 불결의 상징인 신을 벗었다. 그래서 성도가 하나님 앞에서 신을 벗지 않는 행동은 불경이다.
또 신을 벗음은 겸손의 표현이다. 노예들의 맨발은 자신을 노예로 여기는 행위이다. 모세에게 신을 벗으라 한 것은 하나님의 거룩 앞에 인간은 불결과 더러운 죄들을 벗어내고 자신을 겸손히 낮추어야 한다는 뜻이다. 소명자는 세상의 재능이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과 하나님 자신을 의지해 일해야 한다. 세상에 속박된 모든 것을 끊고 하나님의 노예가 돼야 한다. 성도는 그분을 위해, 그분 뜻을 위해, 그분에 의해 살아야 한다. 신을 벗는 것은 “네 발을 삼가라”는 말씀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하나님 앞에 나아갈 때, 부패한 본성의 인간은 그리스도의 의와 죄 사함을 의지하고, 성화의 절실함으로 회개해야 한다. 우리는 피조물이며 죄인인 것을 알아 하나님만 의지하며 자신을 낮춰야 한다. 부패한 본성이 아닌 말씀을 따라 믿음과 회개와 순복으로 나아가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구주시며,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주권자이시다. 이를 아는 것이 겸손이다. “네 발을 삼가라”는 말씀은 경외와 겸손함으로 하나님 앞에 나아가 그들이 의지하고 바라보던 세상과 자아로부터 눈을 돌려 오직 하나님께만 시선을 고정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예배 때는 물론이고 생활 속 믿음의 마음과 태도이다. 우리에게 주신 믿음으로 우리의 발을 삼가 겸손과 경외심으로 가득 찬 예배와 삶을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