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앙생활과 인문학을 생각한다

0
85

신앙생활과 인문학을 생각한다

달라스 신학교 기독교 교육학 교수였던 하워드 핸드릭스는 <삶의 변화시키는 성경연구>에서 성경을 연구하기 전에 먼저 읽어야 하는 책을 소개하면서 모티머 J.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을 추천한다.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책으로 하나님이 저자이시지만 또한 유기적 영감을 통해 인간 저자를 통해 쓰였기 때문에 문법적 요소들을 무시하고서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성경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문맥’이다. 성경의 문맥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독서의 기초들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듯 성경의 이해는 성경만으로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경을 읽는데 도움을 주는 다양한 책들을 통해 함께 깊어진다. 또 성경은 단순히 하늘의 언어로 초자연의 세계를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역사 속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여 준다.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성경 속에 일하시는 하나님을 더 잘 알 수 있고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 또한 깊어질 수 있다.

인문학과 일반서적을 배제한 영성은 자칫 이원론적인 신앙으로 변질될 수 있다. 또한 텍스트에 갇힌 사고를 할 위험성도 있다. 우리는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인격을 깊이 경험해야 하고 또한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삶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의 저자인 최종원 교수는 텍스트에 갇혀 현실의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문제를 걱정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 시대의 교회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성경을 연구하면서 그 텍스트를 해석하는 토대인 콘텍스트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해석을 전제하지 않으면 텍스트 속에서 길을 잃게 된다. 이는 성경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성경으로 ‘도피’ 하는 것이다.”

인문학은 다양한 삶의 문제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소위 말하는 베스트 셀러 목록은 이 시대의 관심사를 보여 준다. 그러나 인문학의 약점은 문제를 명확하게 드러내지만 해결책이 어느 하나의 아이디어에 불과하거나, 성경적이지 못한 데 있다. 대부분 인간의 노력과 행위에 집중하기도 하고, 전체를 보지 못하고 부분적인 대안들만 제시하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베스트셀러 책들과 인문학 서적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들은 오늘날 교회가 답변해야 할 주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존 스토트의 <현대 사회문제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을 보면 사회참여의 문제, 다원주의, 전쟁, 환경문제, 기근, 인권, 일과 실업, 노사 관계, 가난과 부, 동성애, 낙태와 안락사까지 다양한 주제들에 대한 성경적 답변들을 기록했다. 존 스토트는 베스트셀러 책들을 동료들과 함께 읽으면서 이 사회가 교회에게 던지는 질문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정직한 대답을 성경적으로 고민하며 내놓은 것이 바로 <현대 사회와 그리스도인의 책임>이다.

2011년 이슬람 채권에 세제혜택을 주자는 일명 수쿠크법이라는 이슬람 채권법을 도입한다는 이야기가 있을 때 기독교계에서 반발을 했다. 이슬람이 들어오면 우리나라가 이슬람 국가가 된다는 식의 이야기는 일반사람들에게 도리어 반발을 샀다. “왜 기독교는 되고 이슬람은 안되는가?”라는 반발을 했고 “불교에서 고기를 먹지 말라는 법을 만들면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라는 식의 비꼬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다원주의 사회에서 이슬람 채권법의 부당함을 설명하려면 ‘성경’으로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일반 사람들과 일반의 언어로 성경적 진리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인문학을 통해서 하나님의 진리인 해결책을 일반의 언어와 주제로 연결하고 대답할 수 있는 기독교적 대안이 필요한 것 같다. 포스트모던 시대와 다원주의 사회를 속에서 기독교는 성경의 진리를 일반의 언어로 연결하고 적용해야 한다. 인문학은 성경의 진리를 적용할 수 있는 장이며, 세상의 필요를 볼 수 있는 장이다. 우리는 한 손에 성경을 또 한 손에 신문을 들고 끊임없이 두 세계를 연결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성경의 진리와 원리를 가지고 각 직업의 영역과 각자의 영역에서 복음을 적용할 수만 있다면, 하나님의 나라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우리는 텍스트를 넘어 콘텍스트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콘텍스트의 문제를 또한 텍스트로 가져와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수많은 인생의 문제와 주제들에 대해 우리는 어떤 할 말을 예비하고 있는가? 인문학은 우리에게 성경을 더 깊고 넓게 보게 해주고, 또한 세상을 더 깊고 넓게 보게 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