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편지] 짐승_박부민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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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지금껏 노루와 고라니, 사슴을 홀로 만난 일이 예닐곱 번이다. 어린 날 마을 뒷산에서의 첫 만남 이후 산기슭, 밭두렁, 자동차 길에 돌연 출몰했었고 지난여름 어느 숲길에서도 어린 사슴을 만났다.

잠시 머쓱하게 서로 쳐다본 짧은 시간들. 마음에 각인된 것은 그 한결같은 순한 눈빛들. 가까이 가려 했으나 놀라 황급히 뛰어가 버렸다. 아무래도 그들 눈에는 내 눈빛이 그닥 순해 보이지 않은 모양이다. 불순한 무엇으로 이미 충혈된 한 인간을 금방 알아차렸을 테다.

“나는 짐승들과 함께 살고 싶다. 그들은 평온하고 만족할 줄 안다. 땀 내어 움켜쥐려고도 않고 환경에 불평 않는다. 밤늦도록 잠 못들지도 않고 죄 용서를 빌 일도 없다. 불만도 없고 소유욕에 눈멀지도 않았다. 다른 이에게 무릎 꿇지도 않으며. 잘난 체하거나 불행해 하지도 않는다.” 휘트먼의 ‘짐승’이라는 시이다.

성경에서도 주님의 나라는 이리와 어린 양이 함께 먹고 사자가 소처럼 짚을 먹을 것이라 은유했다(사 65:25). 짐승과 사람까지 어울려 해함도 상함도 없는 참 평화를 사모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내 눈망울엔 불순과 탐욕의 먹구름이 없나 말씀의 옹달샘에 비춰 본다.

언제 어디서나 나를 만나는 순한 산 짐승들, 그리고 사람들이 더는 놀라지 않기를 바라며 가을 색 물드는 하늘, 흰 구름, 산과 들을 오래 바라본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