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구두
헛간처럼 쓰는 다용도실에 들어갔다가 여러 해 신다 버린 구두가 구석에 팽개쳐 있는 걸 보았다.
탈색, 변색되고 먼지와 곰팡이와 거미줄까지 적나라했다.
오래 내 발걸음을 위해 헌신했던 신발을 버리지 않고 거기 둔 이유가 선뜻 기억나지는 않았다.
아마 낡아빠져 흙 노동할 때나 허드레로 쓰려고 치워 두었는데 끝내 재사용 않고 잊힌 것일 테다.
사물이지만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한참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언젠가 골목 전봇대나 쓰레기통 옆에서 보았던 내동댕이쳐진 신발들도 함께 떠올랐다.
돌아보면 잊을 수 없는 존재들이 있다. 가족, 친구 등 사람들과 혹은 동물이나 사물까지라도…….
말없이 희생하고 봉사한 이들. 누가 보든 안 보든, 음지와 양지, 대로나 골목길, 밭둑과 산길, 먼짓길 그리고 흙탕길…….
맡겨진 자리와 주어진 시간 속에서 자신을 내어 주고 섬겨 준 그들이 고맙다.
서운해 하지도 불평하지도 않는 그들이 작지만 아주 커 보인다.
세월 속에서 그토록 자신은 쇠하고 타인을 세워 준 그 가치를 서로 따뜻하게 인정하며 위로와 격려를 나누며 살면 좋겠다.
박부민 국장 nasaret2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