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복음주의연맹(WEA)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승구 교수(합신, 조직신학)
WEA 등이 복음주의 신앙고백에 충실하면 단절보다는 그 고백에 충실한 신학과 실천을 하도록 함께 해야
이 글은 교단 목회자와 선교사의 사역적 필요를 돕기 위하여 세계복음주의연맹(WEA)과의 관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 신학적 판단을 마련하고자 진행한 합신 교수회 세미나에서 발제한 글을 정리하고 신문 게재를 위해 축약한 것이다. 참고로 합신 교수회는 이 글의 논지에 동의하면서 현재로서는 WEA가 교류를 단절할만한 이단이나 이단성을 주장하는 국제기관이 아니며, 오히려 보편교회 안에서 서로 교제하며 협력해야 할 기관으로 인정된다고 의견을 모았음을 밝힌다.
– 필자 주
근자에 우리나라에서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이 문제를 세밀하게 검토하는 수많은 논문들이 이미 제출되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질문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 이런 태도는 이 모든 학문적 논의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매우 안타깝다. 물론 WEA가 과연 WCC와 진정 같이 하려고 한다면 참으로 성경적 입장을 추구하는 교회들은 WEA와 함께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논의의 핵심 문제는 과연 WEA가 WCC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가 하는 것이다. WEA가 복음주의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 그리고 어떤 면에서 WCC에 대항해서 복음주의자들의 전 세계적 모임으로 활동해 왔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없는 듯하다. 그런데 지금은 WEA가 과연 어떤 주장을 하고,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가 핵심 논제이다.
이 문제를 살피기 위해서 먼저 WEA의 역사를 간단히 정리하고, WEA의 신앙고백서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1. WEA와 그 간단한 역사
WEA는 “복음주의 연맹”(Evangelical Alliance)라는 이름으로 출발해서 한동안 WEF (World Evangelical Fellowship)이라고 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그 역사는 1846년 영국 런던에서 전 세계의 복음주의자들의 연대를 드러내는 조직을 하여 여러 사명을 같이 수행하자는 뜻에서 시작되었다. 이 때 그들은 “우리들은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Unum Corpus Sumus in Christo)이라는 모토를 채용했다. 그리고 1846-1955년까지 프랑스, 독일, 캐나다, 미국, 스웨덴, 인디아, 터키,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지에 각 지역의 복음주의자들의 연대인 일종의 지부가 형성되었다. 그 사이에 미국에서는 1942년에 전국 복음주의 연합(the National Association of Evangelicals: NAE)이 결성되었다. 그러나 20세기 초에는 영국 안에서 복음주의자들이 여러 이유에서 위축되어 자신들의 문제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1951년에 화란에서 이전 복음주의자들의 전세계적인 연대를 다시 구현하자는 의도로 21개국에서 92명이 모여서 복음주의자들의 국제 모임(the International Convention of Evangelical)을 가졌다. 복음을 증진시키고(즉, 더 전파하고), 복음을 변증하고 확언하며, 복음의 교제를 나누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러 사람들과 함께 특히 David M. Howard가 사무총장(general secretary)으로 그리고 후에는 국제 소장(International Director)로 애를 썼고, 1987년에는 WEF의 본부가 미국에서 싱가포르로 옮겨졌다. 그리고 1992에는 필리핀 사람인 준 벤서(Agustin “Jun” Vencer)가 국제 소장이 되어 2001년까지 9년 동안 봉사하였고, 싱가포르와 마닐라와 미국 세 곳에 본부가 설치되었다.
박응규 교수가 잘 정리하였듯이, “WEF는 2001년 5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제11차 총회를 갖고, 새로운 이름인 세계복음주의연맹(World Evangelical Alliance, WEA)으로 변경하였다.” 그 이후로 계속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던 WEA는 일단 싱가포르 본부 건물을 매각하고 경제적 지지를 약속하는 대로 한때는 게리 에드몬즈(Gary Edmonds, 2002-2004)의 인도 하에 미국에서, 또 한때는 카나다의 제프 턴니클리프(Geoff Tunnicliffe, 2005-)의 인도 하에 캐나다 밴쿠버 근처에 리더쉽 본부를 두고, 여러 곳에 본부를 두는 정책을 펴기도 했다. 지금은 미국 시카고 근처의 트리니티 대학교(Trinity International University) 안에 본부를 두고 있다.
2. WEA의 기본적 신앙고백
쿠알라룸푸르 총회를 한 후에 WEA 7개조 신앙고백서를 최종 수정(2001년 6월 27일)하여 공포하였다. “우리는 믿습니다”로 시작하는 WEA의 신앙고백(Statement of Faith)은 다음과 같이 매우 단순하다.
⑴ 우리는 신적으로 영감되었고, 오류가 없으며, 전적으로 신뢰할 만하고, 신앙과 삶의 모든 문제에 있어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는 본래 하나님께로 주신 성경을 믿습니다.
⑵ 우리는 성부, 성자, 성령의 삼위로 영원히 존재하시는 한 분 하나님을 믿습니다.
(3) 우리는 성육신하신 하나님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습니다. 우리는 그의 동정녀 탄생과 죄 없으신 인간의 삶을 사셨음과 그의 신적인 기적과, 대리 속죄(代理贖罪, 즉 代贖)적 죽으심과 그의 몸의 부활과, 그의 승천과 그의 중보적 사역과 권능과 영광중에 오실 그의 인격적 재림을 믿습니다.
⑷ 우리는 우리의 행위를 통해서가 아니라 주 예수 그리스도의 쏟아 부어진 보혈을 믿음으로써, 그리고 성령으로 거듭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상실되고 죄인된 인간의 구원을 믿습니다.
⑸ 우리는 (성령님의) 내주하심으로 말미암아 믿는 자가 거룩한 삶을 살게 되고, 주 예수 그리스도를 위하여 증언하며 그를 위해 일하게 하시는 성령님을 믿습니다.
⑹ 우리는 모든 참된 신자들의 영의 통일성,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믿습니다.
⑺ 우리는 모든 사람의 부활을 믿습니다. 구원 받은 사람들은 영생의 부활로, 종국적으로 상실된 자들은 정죄의 부활로 부활할 것임을 믿습니다.
WEA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이 신앙고백에 반대를 하거나 이것이 복음주의적 신앙고백이 아니라고 하는 분들은 없는 듯하다. WEA의 신앙고백은 성경의 영감과 성경의 무오성을 명확히 하고,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과 기적들과 그의 부활과 승천을 다 믿으며, 이신칭의를 명백히 선언하고, 믿는 자들과 상실된 사람들 모두가 다 부활하되 믿는 자들은 생명의 부활로, 종국적으로 상실된 자들은 정죄의 부활로 부활할 것임을 선언한다.
이 신앙고백서와 일치하게 WEA는 “복음주의자”에 대한 정의를 하면서 리들리 칼리지(Ridley College)의 학장이었고, 호주 빅토리아 주의 복음주의 연맹(Evangelical Alliance) 창설자들 중 한 명이었고 회장도 역임했던 레온 모리스(1914–2006)가 쓴 글을 길게 인용하여서 모리스와 같은 그리고 모리스가 규정하는 대로의 성경적 복음을 따른 사람이 복음주의자라고 제시하고 있다.
3. WEA의 근자의 행보들과 그 의미
2021년 3월부터 사무총장(Secretary General)으로 섬기고 있는 토마스 쉬르마허(Bp. Dr. Thomas Schirrmacher, 1960- )의 독특한 관심과 사역 때문에 WEA에 대한 많은 질문이 일어나는 것 같다. 토마스 쉬르마허는 바젤에서 신학을 공부하고(1978-1982), 1983년부터는 본 대학교(Bonn State University)에서 문화 인류학과 비교 종교학을 공부하고, 1983년에 화란의 깜뻔 신학교(Theological University, Kampen)에서 선교학과 에큐메닉스 전공의 독토란더스(Drs.)를 하고, 1985년에 역시 깜뻔에 있는 요하네스 칼빈 재단(Johannes Calvin Foundation, Kampen)에서 신학 박사(Dr. theol.) 학위를 하고, 1989년에는 미국 LA에 있는 퍼스픽 웨스턴 대학교(Pacific Western University, 현 California Miramar University)에서 문화인류학으로 철학 박사 학위를 하고, 1996년에는 프로리다 주 레이크랜드(Lakeland, FL) 에 있는 화이트필드 신학교(Whitefield Theological Seminary)에서 윤리학으로 신학 박사(a Th.D.)를 하였고, 다시 2007년에 본 대학교에서 비교종교학과 종교 사회학으로 철학 박사(a Dr. phil. in Comparative Religions/Sociology of Religion)를 했다. 그는 현재 WEA 사무총장을 하면서 루마니아 티미소아라(Timisoara, Romania)에 있는 University of the West의 종교 사회학 객원 교수(extraordinary professor로 있으면서 옥스퍼드의 리전트팍 칼리지에서도 가르치며, 세계 곳곳(Berlin, Bielefeld, Bonn, Chemnitz, Hamburg, Innsbruck, Istanbul, Izmir, Linz, Munich, Pforzheim, Prague, Sao Paulo, Tirana, Zurich)에 작은 터전을 두고 있는 마틴 부쳐 세미너리(Martin Bucer European Theological Seminary and Research Institutes)의 창설자의 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는 인권과 종교적 자유의 증진을 위해 전 세계적인 증언 활동과 사회적 행동을 하여 왔다.
WEA와 관련한 가장 큰 논란은 WEA가 WCC, 그리고 천주교회와 함께 5년 동안의 대화의 과정을 거쳐서 2011년에 선언한 세계 선교와 인권에 대한 공동 성명(PCID, “다종교 세계에 있어서 그리스도인의 증거: 실행을 위한 권고”) 때문에 일어났다. 그러나 엄밀하게 보면, 이는 인권과 정의 문제에 대해서 같은 입장을 선언한 것일 뿐 그 분들과 같은 신학적 입장을 가진다고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WEA가 천주교회와 2009년부터 2016년까지 6년 동안 같이 대화한 결과로 나온 공동 성명서인 “로마 가톨릭과 세계복음주의연맹의 국제협의(2009-2016)”를 과연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문제의 핵심이다. 누구라도 그 문서의 내용을 객관적으로 살필 때 건전한 판단을 하는 사람들은 WEA가 복음주의 신앙고백을 유보하면서 WCC나 천주교화와 같이 하려고 한다고 결론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4. WEA와 관련된 단체들
또한 WEA와의 관계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논하기 위해서 현재 WEA 자체와 관련된 단체들이 과연 어떤 것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WEA는 기본적으로 세계 9개 지역의 지역 복음주의 연맹이 있고, 그 안에 속해 있는 각 나라의 연맹이나 단체가 있다. 또한 아시아 신학 연맹, 국제 컴패션, 국제 구호 기관인 Food for the Hungry, 국제인터설브(Interserve International), 국제월드비전을 비롯한 86개의 다양한 신학 교육기관들의 연맹과 선교 단체들이 협력 회원들(Affiliate members)로 되어 있다. 그리고 교회 기관들로 International Missions, Pentecostal Assemblies of Canada (PAOC), 세계 개혁주의 연맹(World Reformed Fellowship)과 미국장로교회(PCA)의 선교국이라고 할 수 있는 Mission to the World, 그리고 구세군 등 다양한 교단과 교단 관련 기관이 WEA와 네트워크로 연관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9개 지역 복음주의 연맹들과 129개의 각국 교회들의 연맹들과 150개 이상의 교회 관련 단체들이 그 회원인 복음주의자들의 네트워크라고 할 수 있다. 가깝게는 아시아신학연맹(the Asia Theological Association: ATA)과 여기서 운영하는 AGST (the Asia Graduate School of Theology)가 WEA와 매우 가까게 활동하는 기관들이다.
5. WEA와 같이 하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
위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한국에서는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WEA의 협력 회원(affiliate member)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교단, 예를 들어서 합동측이 WEA에 공식적으로 대표자를 파견한 일도 없고, 공식적 관계를 가진 일은 없다. 그러므로 WEA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것은 있지도 않은 것을 주장하는 것이 된다. 합동측 교단이 WEA에 가입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은 문제는 개인들이나 선교 단체 등이 WEA와 관련하는 것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것을 위해서 WEA와 관련된 단체들이 과연 어떤 것이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 WEA의 연관 단체(affiliate member)로 되어 있는 한국복음주의협회를 가지고 예를 들어 보자. 한국복음주의협회의 최근 모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신 분들, 예를 들어서, 2021년 6월 11일에 조찬 기도회와 발표를 하도록 장소를 제공한 성락성결교회(담임 목사 지형은), 이 기도회의 행사를 담당한 한정국 선교사(한복협 선교위원장, 전세계한인선교기구연대), 김태구 목사(한복협 중앙위원, CMI 대표), 안만길 목사(한복협 중앙위원, 염광교회 담임), 카나다의 임현수 목사(토론토 큰빛교회), 김명혁 목사(한복협 명예회장, 강변교회 원로) 등을, 그리고 과거 회장들과 현재의 임원들을 모두 다 잘못된 일을 하는 사람들로 선언할 것인가?
우리들은 과연 앞으로 WEA와 관련한 기관들과 관련을 전혀 가지지 않을 것인가? 그러면 세계개혁주의연맹(World Reformed Fellowship)의 회원 학교로 있는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과 세계개혁주의연맹(WRF) 이사회 회원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김인환 목사님(전 총신 총장)과 임종구 목사님과 이성희 목사님은 어떻게 되는가? 앞으로 아시아 신학 연맹과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분들이 깊이 관여하고 있는 AGST와도 우리가 전혀 관계하지 말아야 하는가? 또한 현재 WEA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미국 트리니티 신학교와는 과연 어떤 관계를 할 것인가? WEA와 관계를 단절한다고 할 때는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면서 말해야 할 것이다.
6. 우리는 과연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서 교단과 이런 연합 기구를 잘 구별해 보아야 한다. 우리가 항상 강조해 온 바와 같이, 장로교회는 모든 면에서 개혁파 신학에 철저해야 한다. 장로교 교단들은 참으로 영감된 무오한 성경의 가르침에 철저해야 하고, 그 성경의 가르침 전체로부터 하나님의 경륜 전체를 체계적으로 이끌어 내어 호방한 개혁파 신학 체계와 개혁파 사상을 형성하고 그에 충실하면서 날마다 하나님께 더 가까이하며, 더 성경적으로 철저하게 자신들의 생각과 삶을 고쳐가야 한다. 그래서 참된 장로교회는 날마다 성경에 충실한 결과로 개혁신학에 충실한 모습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우리 장로교 교단들이 힘써야 할 일이 바로 그런 것이다. (여기서 지금 우리가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세상의 모든 교단들이 다 장로교회의 교단은 아니다. 장로교회가 아니어도 (1) 참으로 성경을 정확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믿고, (2) 이신칭의를 참으로 믿으며, (3) 사도신경을 참으로 “성경적으로 바르게 해석해서 믿는”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들이 있다. 예를 들어서, 보수적인 루터파에 속한 신실한 교회와 교우들을 생각해 보라. 영국 성공회에 속한 신실한 목사님들과 성도들을 생각해 보라. 침례교회에 속한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은 어떤 것에 대해서는 우리 장로교인들이 믿는 것과는 다르게 믿는다. 그래도 우리는 그들을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와 자매로 여기며 영적으로는 지금도 그렇지만 예수님께서 재림하시면 이렇게 참으로 믿는 사람들 모두가 물리적으로도 다 같이 하나의 교회에 속해 있을 것임을 고백한다. 이런 복음주의자들과 우리들은 이 땅에서 여러 가지 일, 특히 선교와 구제의 일을 같이 하면서 그 과정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 서로 좀 더 성경적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는 그런 복음주의자들의 연맹의 하나다. 마치 로잔 운동과 우리들의 관계와 유사하다. 로잔 운동은 개혁파 운동은 아니다. 그러나 세상이 많은 복음주의자들과 함께 복음화와 선교 사역에서 협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짧은 글에서 살펴 온 바와 같이 세계복음주의연맹(WEA)은 세계교회 협의회(WCC)와 같이 종교 다원주의적 방향이나 내포주의적 구원관을 천명하거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구원의 길이 있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또한 WEA가 천주교회와 대화하면서도 개혁자들이 지적한 모든 문제점들을 잘 지적하면서 대화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주교회와 대화한다고 해서 이분들을 정죄할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먼저 그들의 모든 활동이 자신들이 고백한 복음주의적 신앙고백에 충실한지를 살펴보고, 계속해서 그렇게 하기를 요청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먼저 우리 스스로가 그리하면서 참으로 진리와 사랑의 사람들임을 드러내야 한다. 이번에 이 문제와 다른 여러 문제를 일으켜서 한국 교회 안의 여러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상처를 주고, 쓸데없는 논쟁을 일으킨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를 직시했으면 한다. 우리가 참으로 진리와 사랑의 공동체임을 잘 드러내야 이렇게 복음주의적 방향에 서 있는 사람들이 참으로 개혁파적인 입장에로 이끌려 올 수 있지 않겠는가? 이것이 우리가 이런 연합 운동을 하는 목적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세계복음주의연맹(WEA)과 같이 국제적인 복음주의 단체에 대한 우리의 관계는 그 단체가 복음주의적 신앙고백에 충실하면 우리들은 그런 단체와 관계를 단절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과 여러 활동을 같이 하면서 그들이 참으로 이런 복음주의적 신앙고백에 충실한 신학과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에서 영향을 주어야 할 것이다. 그 과정 가운데서 그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쳐서 가장 정순한 복음주의인 개혁파적 입장에로 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된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나라에서 한국복음주의협의회와 한국복음주의신학회(KETS) 등에서 철저히 개혁파가 아닌 분들과 같이 활동도 하고, 국제적인 복음주의 단체인 세계복음주의연맹(WEA)에서 활동도 하고, 미국 복음주의신학회(ETS)와 관계도 가지면서 우리들의 성경적인 개혁신학과 개혁파적 비전이 우리들 안에서 만이 아니라 더 넓은 영향력을 내도록 하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