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그리스도의 부활과 그리스도인의 일상

0
126

그리스도의 부활과 그리스도인의 일상

현대엔 기독교 교리가 희석되어 간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십자가와 부활의 진리는 언제나 견고히 붙들어야 할 복음의 정수요 교리의 요체이다. 그런데 사실 교리는 복음과 그것을 적용하는 일상적 삶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을 아우른다. 교리, 곧 믿음의 도리란 복음과 복음에 합당한 삶(빌 1:27)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예수께서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20)고 하셨을 때, 그 ‘모든 것’에는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은 물론 산상수훈과 복음에 합당한 삶에 관한 것까지도 포함된다. 주께서 말씀하신 어느 것도 우리의 총체적 삶에서 소홀히 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복음과 말씀에 뿌리내린 그리스도인의 일상적, 총체적 삶은 문화의 개념으로도 설명된다. 헤르만 바빙크는 ‘계시철학’에서 “문화의 근거는 하나님의 계시”라면서 그것은 “하나님이 세우신 정보들에 근거하며 하나님께서 창조주시며 거듭나게 하시는 분일 뿐 아니라 모든 것들의 완성자라는 사실로 인해 문화의 권리와 가치가 분명해질 수 있다”고 했다. 그가 말한 계시에 근거한 문화는 곧 신앙인의 일상 전부를 뜻한다.

그는 문화의 두 영역을 대별하면서 첫 번째는 물질적 영역으로 재화를 생산, 분배하는 모든 활동들, 예를 들면 농경, 목축, 산업, 무역의 영역이며 두 번째는 문학, 과학, 정의, 국정 운영, 예술 등의 수단을 활용해 참 선, 아름다움 등을 객관적으로 현실화하며 발전을 이루어 낼 뿐 아니라 문명화 시키는 모든 노동들을 포함하는 영역이라고 했다. 하워드 스나이더도 ‘21세기 교회의 전망’에서 “오늘 그리고 내일의 그리스도인들은 각자의 다양한 환경 속에서 복음의 능력, 그리고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를 구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따라서 오늘 우리가 그리스도의 부활의 도리를 믿고 그에 근거해 산다고 하는 것은 각자 다양한 환경의 일상적, 총체적 삶, 곧 문화의 영역에서 부활의 생명을 기저의 가치관으로 삼아 실천 적용하며 산다는 것과 같다. 이는 부활의 복음 교리를 삶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필연 사회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생명의 존엄성을 근거로 이웃들을 잘 섬김이 동반돼야 함을 말한다. 그것까지가 실제적인 기독교 교리의 완성이다.

윌리엄 그리피스 토마스는 ‘개관적 연구집 outline studies’에서 “그리스도의 부활은 그리스도인의 성품과 그리스도인의 봉사를 위해 주시는 능력이기도 하다(엡 1:18-20)”고 했다. 복음과 윤리, 부활에 근거한 생명적 삶과 가치관은 결합되어 있다. 이에 대해 김영재 교수도 ‘기독교 신앙과 생활’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라는 계명과 이웃을 사랑하라는 계명은 각각의 계명이 아니고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고 했다. 물론 크고 첫째 되는 계명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기본이요 그 올바른 관계 속에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윤리적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을 여실히 가르치신 것이 산상수훈이다. 이는 결국 바른 신학과 신앙이 윤리적 삶의 진정한 기초이기에 그것이 바른 생활의 정체와도 직접 연결된다는 뜻이다.

이와 연관해 마이클 호튼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에서 말하기를 복음은 우리의 모든 생각을 변화시키며 새 창조를 이루었고 이는 하나님께 예배하고 감사함이 이웃을 섬기는 삶으로 표현된다고 했다. 그는 “위로 하나님을 바라보고 옆으로는 사랑으로 이웃을 바라봐야 한다.”면서 “예수님은 단지 우리를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게 하려고 부활하신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늘 우리가 부활의 진리와 그 의미를 천착, 적용하는 데도 이 둘을 함께 상정하면서 마음을 새롭게 해야 한다. 교리가 희미해지고 혼돈된 당대에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이 오염, 왜곡, 희석되지 않도록 부단히 그것을 정화하고 명확히 선포해야 한다. 나아가 부활의 생명, 그 가치관에 따른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고 사회 속에서의 윤리적 실천력도 키워야 한다.

반성경적이며 죽음의 가치관에 매몰시키는 전세계적인 음란과 탐욕, 증오, 폭력, 탄압. 분쟁, 인종차별, 혐오 등에 대해 기독교 생명윤리적 분석을 토대로 실천적 대안을 지속적으로 연구 제시해야 한다. 특별히 코로나19로 죽음의 그늘이 드리운 세상에 그리스도의 부활하심은 참 생명의 근거요, 문화 속 일상의 가치관과 윤리적 삶에도 중심 동력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