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 기독교계가 선린 회복에 힘써야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로 한일 간 갈등이 증폭 중이다. 더 정확히는 아베 정권의 정치적 야욕에서 비롯된 난국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는 무조건적 반일에 경도됨을 피하고 침착하게 현실적 대책을 찾아야 한다. 더욱이 아베의 속셈이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닌 이상 우리로서는 더 많은 인내와 지략이 절요하다.
8월 17일-18일의 교도통신 여론 조사에서는 일본 국민 62.4%가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해 우려한다고 했다. 혐한이 기승을 부리지만 아베 정권의 대한국 압박 기조에 침묵 또는 동조하던 일본 언론도 일부나마 객관적 비판의 논조를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이는 한국 내에서 확산일로인 일제 불매운동과 반아베의 형세가 생각보다 더 강력하다는 자각에서 비롯된 것이고 갈등이 심화되면 양국 다 별 이득 없이 피해를 볼 거라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일본 내에 아베 정권의 폭주를 비판하는 민간 차원의 몸부림이 있다는 점이다. 일본 대표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난 5월22일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역사는 아무리 구멍을 파고 감추려 해도 밖으로 나올 때 되면 나온다.”며 일본이 침략의 과거사에서 눈을 돌리면 안 된다고 충고했다. 7월 27일, 일본의 뜻 있는 지식인 (변호사, 학자, 시민단체 활동가들) 75명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본이 평화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역사를 직시하라고 했다. 그들은 “한국은 적인가” 라며 수출규제와 백색국가 제외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한국을 적처럼 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잘못이고 한일 양국은 중요한 이웃이니 아베는 양국을 갈라놓지 말라고 주장했다.
8월 4일 도쿄 신주쿠에서는 직장인,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아베 정권을 규탄했다. 그들은 “일본 국민으로서 사과한다.”며 “가해의 역사를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데 우리는 우호적 관계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친하게 지내자”등의 한글 카드를 들고 “강제징용 개입, 한국에 대한 무역전쟁을 당장 그만 두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이미 친구다.”라며 그들은 한국 시민 사회와의 연대 투쟁도 결의했다. 또 8월 10일 도쿄 재일본 한국 YMCA에서 ‘지금의 야스쿠니와 식민지 책임’을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의 발제자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는 “아베 정부가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 하지 말고 그 불법성을 제대로 인정하여 새로운 일본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더욱 주목하고 싶은 것은 그동안의 일본 기독교계의 노력이다. 2007년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염원하는 ‘십자가대행진’에 참가한 한일기독의원연맹 대표 도이 류이치 의원(목사)은 일본 기독교계 인사들과 함께 과거사 사죄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본이 과거 한국에 범한 죄악에 대한 사죄문’에서 “일본인은 일왕을 살아 있는 신으로 여기는 우상숭배의 죄를 범했고, 한국인에게 그 우상숭배를 강요했으며, 각 식민지와 점령지에 신사, 신궁을 세워 참배를 강요했다.”며 “우리 일본인이 범한 죄를 주님의 이름으로 고백하며 사죄한다.”고 밝혔다. 2011년 2월 당시 집권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그는 “일본은 독도영유권 주장을 중단하라”고 했고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반대, 사할린 동포와 위안부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일본 우익들의 맹공으로 정치일선에서 물러났다. 2016년 별세한 그를 따르는 정치인, 기독교인들이 한일 간의 선린우호의 가교 역할에 힘쓰고 있다.
지난 2월 27일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는 일본의 오야마 레이지 목사(92세, 도쿄성서그리스도교회) 등 목회자 20명이 내한했다. 그들은 2월 28일 화성 제암리교회 학살 현장에서 과거의 만행을 사죄하고 회개기도를 드렸다. 그들은 단체로 엎드려 사죄의 절을 올렸고 3월1일 ‘3.1운동 100주년 한국교회기념대회’에서도 공개사죄를 표했다. 또한 7월 17일 일본 최대 기독교 단체인 일본기독교협의회는 한국 기독교 및 시민 단체들과 연대 성명서를 발표하고 “수출규제 조치는 평화를 깨는 행위”라며 철폐를 요구하며 “한일 관계 회복을 촉구하며 기도한다.”고 했다.
이렇게 일본 민간단체와 뜻 있는 시민, 지식인들 그리고 기독교계의 진심 어린 사죄와 한일 간 선린 회복을 촉구하는 활동이 지속됨은 어둠 속의 빛이다. 따라서 우리도 일본과 일본인 자체에 대한 맹목적 증오를 품지 말고 상생과 선린 회복을 위해 노력하며 그들과 적극 교류 연대해야 한다. 작용, 반작용의 악순환을 끊고 상생하려면 서로 치킨게임 같은 폭주를 중단하도록 양국의 민간, 특히 기독교계가 갈등 해소에 앞장서고 아베 정권에도 선한 압박과 영향력을 끼쳐야 한다.
지난 광복절 기념사에서 문대통령이 “지금이라도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긴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는 한일 간의 대화와 선린 회복을 촉구하며 가장 먼저는 아베 정권이 독일에 버금가는 진정한 반성과 사죄에 나서기를 희구한다. 지난 2월 일본 목회자들의 회개기도 때 “일본의 과거 침탈을 깊이 사죄합니다. ‘이젠 됐어요.’라고 말씀하실 때까지 계속 사죄하겠습니다.”라고 내걸었던 현수막 내용을 아베 정권도 수용하길 기대한다.
정권은 짧고 역사는 길다.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 및 시민 사회, 특히 일본 기독교계와의 연대가 두 나라의 진정한 선린에 디딤돌이 되길 빈다. 민간 교류로서 양국 기독교계의 역할이 거기에 있다. 난국일 때 한국교회와 일본교회의 협력은 큰 의미와 상징이 된다. 차제에 좀 더 창의적, 구체적인 도모가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