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광야 _ 이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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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산 -편집국

한국의 명시

 

광 야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진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시 감상>

실천적 독립운동가였던 이육사(李陸史, 1904~1944) 시인은 경북 안동 태생으로 본명은 원록(源綠)이다. ‘육사’는 대구형무소 수인 번호 264에서 따온 것. 1927년 장진홍의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 연루로 투옥됐고 1929년 광주학생운동, 1930년 대구 격문사건 등으로 17차례나 옥고를 치렀다. 중국을 내왕하며 독립운동을 계속하다 결국 1943년 가을, 서울에서 체포돼 1944년 1월 베이징 감옥에서 별세하였다.

1933년 ‘황혼’으로 등단하여 1937년 “자오선” 동인이었던 그는 절제적, 서정적 언어와 의지적 품새로 일제 강점기의 민족애 및 항일의 신념을 노래하였다. 대표작엔 ‘광야’‘와 ‘청포도’ 절정’, ‘꽃’ 등이 있으며, 유고 시집 “육사 시집”(1946)이 있다. 시 광야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과 헌신의 씨를 뿌리며 시간이 걸려도 기필코 다가올 역사적 조국 광복의 그날을 믿고 기다리는 애국지사의 절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