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를 읽고…
김보민_늘푸른중학교 2년, 남포교회
어려서부터 걷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이 책을 읽고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을, 그것도 ‘걸어서’ 여행했다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대단해 보이는 일이었다.
“걸어서 우리나라 끝에서 끝까지 가보자는 계획은 세계 일주를 하던 중 티
베트에서 세웠다. 같은 방에 묵게 된 미국인 여행자가 내가 한국 사람이라
고 하니까 뛸 듯이 반가워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임실이 내가 사는 데서
먼 곳이냐고 묻는다. 속이 뜨끔했다. 임실이 전라남도인지 경상북도인지 어
디쯤 있는덴지 한순간 확실치 않아서였다. 미국의 덴버, 버펄로, 뉴올리언
스 등의 위치는 눈감고도 훤히 알면서 정작 내 나라의 꽤 이름난 곳조차 헛
갈리다니”<본문 中>
위 글은 걸어서 세계 일주를 한 것으로 유명하며,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라는 책으로 더욱 사람들에게 널리 알
려지게 된 한비야 씨가 지은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라는 책 본문의 일부이다.
어려서부터 걷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았던 나는 그녀의 책을 읽고 찬사를 보
내지 않을 수 없었다. 대한민국을, 그것도 ‘걸어서’ 여행했다는 것이 나에
게는 매우 대단해 보이는 일이었다. 또한 그녀의 국토종단은 개인의 의지를
불태우고 희망을 키우는 일이기 이전에, ‘여자’도 해낼 수 있다는 양성평
등을 직접 보여 준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나라면 짜증과 불만 속에 보냈
을지도 모르는 시간들을 즐겁게 웃으면서, 궂은 일이 생겨도 희망을 잃지 않
고 걷는 것을 멈추지 않은 의지와 긍정적인 사고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책을 읽다보면 ‘여행 중 가장 걱정되는 문제가 바로 숙식인데, 어디서 해결
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한비야 씨는 여관이나 모텔도 이용했지만, 그보
다는 길을 걷다가 만나는 혼자 사시는 할머니들 댁에서 자주 묵었다고 한
다. 정겨운 사람냄새가 나는 집에서 묵으면 하루 피로도 싹 가셨다고 한다.
특히 전라도 할머니들의 따스한 정과, 하나라도 더 내어주고 싶어하시는 애
틋한 마음이 와 닿았다고
한다.
둘도 아니라 혼자 다니는 도중에 ‘저 여기서 좀 묵어가도 될까요?’라고 말
하기가 쑥스럽고 창피하였을 법도 한데, 여행은 이러면서 정을 쌓는 거라고
말하는 모습이 참 순박하면서도 멋있어 보였다.
책 속에 실린 여러 장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광주시 광산구 비아동
인데, 온 동네의 가게며 성당을 비롯한 모든 상점들의 이름이 ‘비아’로 시
작하여 온통 자신의 세상이 된 것 같아 행복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도 새삼 ‘내 이름’과 같은 이름의 마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보
민 슈퍼, 보민 유치원, 보민 은행. 이름만 들어도 정겨울 것만 같았다.
또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부분을 꼽자면 오대산의 상원사에서 도보로 30분
을 가면 나오는 우리나라 으뜸 적멸보궁(寂滅寶宮-법당은 있되 그 안에 불상
이 봉안돼 있지 않은 곳)에서 묵은 하룻밤이다. 속닥속닥 보살들의 수다에
잠을 설쳤지만, ‘배낭 보살’이라며 들기름 냄새가 고소한 절편을 한 봉지
싸주던 보살들의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어서 나까지도 가슴 훈훈했던 장면
이었다.
이런 저런 추억들이 많았던 그녀의 국토종단 도중
에 가끔씩 가족들이 합류하
여 함께 걷기도 하고, 오랜 친구들이나 그녀의 열렬한 지지자들이 함께 하기
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더욱 힘을 내어 걸을 수 있었다는 것을 보니 역시
정과 사랑을 나눈 이들은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해도 힘이 되어주는 존재라
는 것을 느꼈다.
“여자가 혼자 걸어 다니면 무섭지도 않아요?”라든지 “위험하게 무슨 여
자 혼자 여행을 해?”라는 말이 가장 듣기 싫었다는 그녀는 강원도 고성군
마차진에서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인 통일전망대까지 11.9 킬로미터를 걸어
당당하게 그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