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는 성경을 말하고,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다”
김동호 목사의 <나의 설교를 말한다>를 읽고
정창균 목사_합신 교수
1. 성경을 떠난 설교, 가능한가?
김동호 목사는 그간에도 종종 저돌적인 발언이나 혁신적인 목회처신 등으로
장안의 화제를 모으곤 하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의 홈
페이지에 “나의 설교를 말한다”는 제목으로 설교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
력한 것이 다시 네티즌과 교인들 사이에 찬반양론을 불러일으키면서 장안의
화제 거리가 되고 있다.
그의 글로 보아 짐작컨대 아마도 그는 자신의 설교를 듣는 청중이나 주변의
사람들로부터 최소한 2가지 점에서 설교에 대한 비평을 들어왔던 것 같다.
첫째는 설교에서 “성경 본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주로 한
다”는 것이고, 둘째는 설교에서 같은 이야기 특히 같은 예화를 반복해서 사
용한다는 것이다. 그의 설교에서는 성경 본문에 대한 이야기를 들
을 수 없다
는 것과, 반면에 같은 설교(특히 같은 예화)를 반복적으로 듣게 된다는 불평
인 것이다.
김동호 목사의 글은 자신의 설교에 대한 이와 같은 두 가지 불평 혹은 비평
에 대한 나름대로의 답변과 변명을 시도하려는 의도로 작성된 듯하다. 필자
는 지면의 제한으로 그의 첫 번째 답변에 대한 견해만을 간략히 피력하고자
한다.
김 목사는 “내가 생각하는 설교”라는 제목아래, 설교란 “지금 하나님께
서 우리 즉 설교를 들어야 할 사람들에게 하시고 싶어하시는 말씀을 성경을
풀어 전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설교에서 성경 본문을 이야기하지 않는
다는 비판에 대하여 몇 가지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2. 설교의 목적은 삶의 적용인가?
김 목사가 주장하는 설교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설교를 성경을 말씀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경으로 말씀하
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경을 말씀하는 것과 성경으로 말씀하는 것은 다르
다. 성경은 설교의 목적이 아니라, 설교의 도구이다.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도구이다. 때문에 나는 설교 중에 성경을 설명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
애하
지 않는다.
….
나는 설교를 성경을 설명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설교 시간에 택
하는 본문은 대게 설명 없이 이미 교인들이 그 말씀이 무슨 말씀인지를 알
고 있는 본문을 주로 택한다. 나는 성경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고 강의하
는 것은 설교시간에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교인들에게 성경을 공부시킬
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설교하려고 하는 것은 ‘교인들이 잘 알고 있는 본문의 말씀이 지금 우
리의 삶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가?’이다. ‘하나님께서 교인
들이 잘 알고 있는 성경 본문을 통하여 지금 우리에게 말씀하시려고 하시는
것은 무엇인가?’이다.
3. 김 목사 주장에 대한 심층적 분석
1) 성경은 설교의 도구이다?
무엇보다도 김 목사는 하나님께서 청중에게 하시고자 하는 말씀과 그 설교
를 하기 위하여 청중에게 읽은 본문과는 별개의 것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아
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그는 설교를 “성경을 말씀하는 것이 아니
라, 성경으로 (다른 어떤 것을) 말씀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그는
“성경을 말씀하는 것과 성경으로 말씀하는 것은
다르다”고 단언하면서, 이
러한 입장에 근거하여 “성경은 설교의 목적이 아니라, 설교의 도구”라고
주장한다.
설교가 성경(본문)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러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라
는 질문에 대하여는 “지금 하나님께서 우리, 즉 설교를 들어야 할 사람들에
게 하시고 싶어하시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는 것이 그의 답변인 듯하다. 그
리고 그것의 핵심내용은 성경 본문의 내용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현장에서
의 실험 과정과 결과로 요약되는 소위 “삶에의 적용”이 주요 내용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김 목사는 그가 설교의 목적이라고 하는 “하나님이 지금 회중에
게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을 어디에서 얻으며, 회중에게 그것이 하나님이
지금 당신들에게 하시고자 하는 말씀임을 무엇을 근거로 확신시키거나 설득
하는가 하는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2) 청중은 설교 본문을 다 알고 있다?
그의 설교론 가운데 또 하나의 중대한 전제는 성경 본문은 청중이 이미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설명하거나 이야기할 필요가 없으며, 그것은 설
교가 아니라 성경을 가르치는 강의 시간에 할 일이라는 것이다. 설교 시간에
는 성경 본문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일들은 불필요하고(청중이 이미 다 잘 알
고 있기 때문에) 적용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중이 이미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설교는 적용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은 설교 중
에 성경(본문)을 설명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그의 입장은 청중이 성경 본문을 다 잘 알고 있다는 전제
가 타당한가? 청중의 본문에 대한 이해가 저절로 공통적일 수 있는가? 본문
에 대한 해석적 이해라는 점에서 청중이 갖고 있는 본문 이해가 언제나 당연
히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등의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청중이 다 잘 알고 있는 본문이기 때문에 본문 설명이나 해석의 과정이 필
요 없다는 김 목사의 견해는 위와 같은 여러 문제들에 대하여 너무 소박하거
나 혹은 무책임한 설교자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청중이 본문을
다 잘 알고 있다는 것은 어쩌면 현실성 없는 그의 소망 사항일 뿐이다. 그리
고 그가 본문을 잘 알고 있다고 전제하는 그 청중은 어쩌면 실재하지 않는
추상적 존재일 뿐이다.
4. 설교는 성경 본문으로부터 나와
야
설교자는 성경 본문을 가지고 이 말씀이 바로 하나님께서 지금 당신들에게
하시고자 하는 말씀임을 청중에게 드러내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리고 그
것을 밝히기 위하여 그리고 그것에 청중의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하여 본문
을 설명하고 해석하고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나서야 그
것을 근거 삼아 거기로부터 우리의 삶의 현장을 향한 구체적인 적용으로 나
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설교는 본문 말씀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문 말씀으로부터 말하는 것이
다. 성경 본문을 말하지 않으면서 감동이 되고 은혜가 되는 설교는 자칫 감
언이설이 되기 싶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물론 성경 본문의 심오한 의미를 파헤친다는 명분으로 청중의 삶에 전혀 관
련을 맺지 못할 뿐만 아니라 청중과의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잘
소통이 되지 않는 설교를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본문의 근거가 없는 잘 전
달되는 설교가 감언이설이라면, 청중과 관련을 맺지 못하면서 본문의 심오
한 깊이를 다루는 설교는 무용지물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할 것
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에도 그것이 설교이기 위해
서는 성경을 말하며, 성경으로
부터 말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