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시수석합격 배성희 집사
“모든 것을 주께 하듯 하라”
배성희 집사 | 한사랑교회 교사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
와시니라”(잠언 16:9) 저는 모태신앙이었지만,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만난 것
은 대학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말씀을 통하여 막연하게나마 사람을 도우며 살
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졸업 후 5년 이상 직장이라는 울타리 속
에서 안일하게 살았습니다. 회사를 다니면서도 계속해서 무엇인가 의미 있
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평생 일할 것을 꿈꾸며 살았습니다. 그래
서 더 늦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고 퇴사한 후 숭실대 대학원 사회사업학과
에 입학하였습니다.
연애시절부터 저의 이러한 생각들을 잘 알고 있는 지금의 남편 고영호 집사
는 제게 행정고시의 소년보호직을 권유하였습니다. 남편은 행정고시 1차를 여
러 번 합격하였지만 아쉬운 점수 차이로 최종시험에 합격하지 못하거나 다양
한 이유들로 시험
을 응시할 수 있는 기회들도 차단되어 당시에는 학원 강의
를 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시어머니만큼 교회에
서 기도를 많이 하는 분이 없었다는 이야기 등을 자주 들었습니다. 그분이 아
들의 시험 합격을 위해 얼마나 기도했을지 짐작할 수 있었고, 그러한 눈물의
기도에도 불구하고 합격을 보지 못한 채 돌아가신 것에 대해서 가족들과 교
회 성도들 모두 아쉬워하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자신의 수험 경험을 통해 터
득한 시험공부 전략을 제게 고스란히 전달해 주었습니다. 수험서 선정에서부
터 공부 방법, 답안작성법 등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두 남편에게서 배웠습니
다.
2001년 처음으로 행시에 대한 탐색을 위해 소년보호 1차에 응시하였습니다.
시험에 불합격했지만, 열심히 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러한 자신감을 가지고 2001년부터 2002년까지 대학원 수업을 병행하며 1차와
2차를 매일 조금씩 공부하였습니다. 2001년에는 혼인도 하였습니다. 그 당시
남편의 친구가 법무부의 소년보호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저희는 그
분을 많이 의지했습니다.
그 분은 2003년에는 소년보호직을 모집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그 말을 믿고 2003년 1차 합격을 목표로 공부하였습니
다.
그런데 2002년, 예상치 못한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출산 예정일을 추정해
보니 2003년 7월, 2차 시험 기간과 딱 겹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저희의
예상과는 달리 2003년 1월이 되어 시험공고를 보니, 그 해에는 소년보호직을
뽑지 않았습니다. 2년 동안의 공부와 저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그래
서 시험 과목이 비슷한 보호관찰직에 응시하였지만 1차에 한 문제 차이로 낙
방하였고, 결국 시험을 포기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며 주부로서의 평범한 삶
을 살게 되었습니다.
예상치 않았던 임신, 미채용 공고 등의 과정은 저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하
나님께서 어떻게 이렇게 하실 수 있나 하는 생각에 하나님을 은근히 원망하기
도 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하나님보다는 사람들과 제 자신을 더 의지했던
것을 회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 2004년 1월 혹시나 하고 남편이 행시 공고를 보더니 소년보호직
2명을 뽑는다고 하였습니다. 공부의 양은 상당히 모자랐습니다. 아무리 2
년
동안 꾸준히 준비했다고 하지만 대학원 수업도 병행하였고 혼인에, 출산에 그
리고 아기 양육까지 하다보니 쉽지는 않았습니다. 행정고시의 특성상 오랜 시
간을 집중하여 공부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1차는 50여일 정도를 준비하였
습니다. 그것도 태어난 지 6-7개월 된 아들을 젖먹이며 공부해야 했기에 하루
의 공부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였습니다.
1차 시험을 본 뒤 합격은 거의 확신하였지만, 아이를 돌보느라 합격자 발표
때까지 2차 준비를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1차 합격을 확인한 후에서야 그때
부터 2차 준비를 하였습니다. 시간은 약 35일 정도밖에 없고 시간은 부족했지
만 1차의 합격도 하나님께서 선물로 주신 기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2차
도 내 노력과 공부는 부족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붙을 것이란 믿음이 있었습
니다. 특히 저희 부부는 “하나님 2차까지 올해에 모두 합격주실 것이면, 1차
를 붙게 해 주시고 그렇지 않으면 그냥 1차부터 떨어지게 해주세요!”라고 기
도했는데 1차 시험에서 커트라인보다 아주 높게 합격시켜준 것을 보고, 2차
도 합격시켜 주시리라 생각하였습니다.
2차 시험을 본 후 4개
월 후에나 합격자 발표가 납니다. 모두 떨리겠다고 말했
지만 저는 사실 떨리지 않았습니다. 때론 합격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신도 생
겼지만, 만약 합격하지 못한다고 해도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을 가장 좋은 길
로 인도해 주시리라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저의 합격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돌아가시기 전 아들
의 합격을 위한 시어머니의 기도가 며느리를 통하여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그 분의 기도가 그냥 사라지지 않고 열매를 맺었다는 것에 대해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찬양하고, 위로를 받습니다. 또한 제가 그 기도의 복을 받은 것 같
아 감사합니다. 그 외에도 우리 가정을 향한 사랑의 음성을 듣게 됨이 감사합
니다.
이제 제게 남은 일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따라 청소년을 위한 사명을 잘 감당
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을 주께 하듯 하라”는 말씀을 붙잡고 이 사명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