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특집>
그리운 삼보 할머니
변이주 목사/ 알곡교회
이변이라면 이변이었다. 어쨌든 죽은 것으로 판명된 사람이 살아났다는 것은
이변 중에도 이변이 아닌가!
삼보 할머니는 분명히 임종을 하셨고, 나는 교인들과 더불어 임종 예배를 드
리고 왔다. 가족들은 이미 관과 수의를 준비했고 가까운 친척들에게 전화로
할머니의 임종 소식을 전했다. 그 할머니가 살아나신 것이다.
‘삼보 할머니’로 통하는 최만덕 할머니는 당시 86세의 고령이셨고 허리가 반
쯤 굽어 지팡이에 의지하여 걸어다니셨지만 몸 어디 불편한 곳 없이 건강한
편이셨다. 할머니는 교회만 오시면 금방 코를 드르렁드르렁 고시는 바람에 한
바탕 웃음판이 벌어지곤 해서 ‘잠보 할머니’라는 별명을 얻으셨다. 그러면서
도 예배 시간에는 빠지지 않고 지성으로 참석하셨다. 할머니는 날짜 가는 것
도 모르시기 때문에 주일과 수요일은 꼭 알려드려야만 교회에 나오실 수 있었
다.
할머니는 ‘잠보’라는 별명
외에도 코를 잘 흘리신다 하여 ‘코보 할머니’, 게
다가 욕을 잘하신다 하여 ‘욕보 할머니’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명도 가지셨
다. 아무튼 잠보, 코보, 욕보 하여 통칭 ‘삼보 할머니’었다. 그러나 교회에
나오신 후 4년여 동안 나는 할머니가 욕을 하시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
다.
삼보 할머니가 어떻게 해서 의식을 다시 회복하게 되었는지 그건 잘 모르겠지
만 아무려나 할머니는 의식을 회복하고 나서 느닷없이 천당 갔다온 이야기를
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그 이야기는 좀 황당무계한 데가 있어서 신빙성
이 있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자무식인 할머니는 그런 이야기를 꾸
며서 할 수 있는 실력도 없는 형편이고 보니 더욱 신기한 일이었다.
그런데 할머니의 천당 갔다온 이야기는 그렇다 치고 누구라도 부인할 수 없
는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의식을 회복한 후 기미 투성이었던 할머니의 얼굴
에 광채가 나는가 하면 그렇게 흘려대던 코가 뚝 그쳐버린 것이었다.
몇 달이 지난 후부터는 할머니 얼굴에 다시 기미가 끼고 코도 여전히 흘리셨
지만, 참으로 감사한 것은 할머니의 믿음이 몰라보게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아마 부활의 소망을 확실히 붙잡은 것 같았다.
그 후 할머니는 2년 이상 더 사시다가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어따어따, 내일
이 벌써 주일이요?” 하며 반가워하시던 목소리와, 광채가 나던 그 얼굴이 눈
에 삼삼 어릴 때면 지금도 삼보 할머니가 몹시도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