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다리도 두드리며…
박진우 장로/ 본사 사장
새해가 밝았습니다. 우리는 다시 격변의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지 설계하는
때를 맞이했습니다. 작년에도 각 분야에 깜짝 놀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지
금까지의 상황을 볼 때 올해도 그 변화는 더욱 가속 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
체국의 연하장은 줄어들고 신년인사는 이메일로 넘어가고 있고 중국집 자장
면 배달속도는 오토바이에 의해 번개같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무담보 무보증
즉시 대출이 인기이며 인터넷 전화도 한방에 해결되야 하는 시대가 되고 있습
니다.
이제 컴퓨터시대에 ‘빨리’는 그 폭도 각 분야로 넓어져 가고 있고 모든 부분
에 즉각 응답 아니면 직성이 풀리지 않는 시대가 됐습니다. 정부도 개인
도 ‘짧은 시간 더 큰 효과’의 방식 때문에 시행착오가 계속되어도 멈추지 못
하며 컨베이어 벨트같이 세상이 달리니까 나도 달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오늘의 세태입니다. 이제 우리는 여기서 잠깐 멈추어서 돌다리도 두드리며 깊
이 생각하는 삶을 찾을 때가 됐습니다.
얼마 전에 목사님의 건망증 얘기를 재미있게 들은 일이 있습니다. 아파트의
다른 층집을 자기 집으로 잘못 알고 거실까지 들어갔다가 나왔다는 얘기라든
지 신분증을 갖고 온다는 것이 집사람 ‘동네의원 진찰권’을 가져 왔다는 얘
기 등입니다. 이런 얘기에 회중들은 폭소하고 즐거워합니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에 그 사정을 보면 웃을 일이 아닙니다. 멀쩡한 그분이 그렇게 깜박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 이면을 뒤집어보면 다른 한곳에 대한 정신 집중이 있습
니다. 얼마나 그 일에 집중했으면 자기 집 위치까지 깜박했을까? 나는 이 정
신 집중과 그 몰두에 어떤 무서움을 느낍니다. 어떻게 그렇게 집중할 수 있을
까!!!
고 박윤선 목사님은 한번은 식사 중에 밥만 계속 드시다가 옆에서 반찬을 드
시라고 하자 ‘아 그렇지’하고 이번에는 계속 반찬만 들었다는 얘기는 많이 알
려져 있습니다. 그 날 식사 중에 목사님은 정신을 한 곳에 집중하고 있었습니
다. 그와 같은 정신집중 속에 깊은 영감이 떠오르고 거기서부터 나오는 말씀
속에 풍성한 은혜가 넘치게 됐으리라 나는 믿습니다. 박
윤선 목사님은 이 정
신집중을 태권도에 비유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태권도 선수가 정신을 집중
하고 힘을 집중하고 시간을 집중해서 내리칠 때 그 부드러운 손에 벽돌이 깨
어져 나가는 것 아닌가!!’ 성경에서도 “전혀…, 오직…,” 이란 말에는 집중
의 뜻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이 에바브로디도를 칭찬하면서 ‘저가 그리스도
의 일을 위하여 죽기에 이르러도 자기목숨을 돌아보지 아니한…’다고 했거니
와 그는 생사의 경계선에서도 그리스도의 일에만 집중했습니다.
‘당신이 내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하지 아니하겠나이다.’ 야곱이 얍복나루
에서 천사와 씨름할 때 환도뼈가 위골 되어도 놓지 않는 필사의 집념이 있었
습니다.
그러나 오늘에 와서 우리의 삶 속에는 이와 같은 기도, 전념, 몰두, 집중은
드물어지고 되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바람부는 대로, 쉽게 살아 가고자하
는 풍조가 만연함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있습니다. 이제 원점으로 돌아가
야할 때가 됐습니다.
기독교개혁신보사는 올해로 창간 20년을 맞이합니다. 개혁총회보로 출발해서
오늘까지 믿음의 선배들이 말씀 속에 생명을
캐내는데 육신의 진액을 짜낸
그 노고 속에 오늘에 이르렀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새해를 맞이해서 우리는
신앙선배들의 기도와 전념 그리고 땀으로 이룬 개혁신보를 독자에게 믿음과
기쁨과 용기와 희망을 주는데 촛점을 맞추고 집중하고자 합니다.
“너희는 가서 하나님을 신뢰하라. 그리하면 견고히 서리라.”하신 말씀을 붙들
고 달려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