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의 시>
부활
윤여성 목사<열린문교회>
여의도 다리 너머 희미한 새벽 불빛이 가물거리고 아직 햇빛은 그날을 위해
떠오르기 전 한 떼의 무리가 가로등 아래로 무리지어 흘러가고 있을 때 나도
강물처럼 그 가로등 아래로 나의 인생을 짖누르는 많은 질문들을 안은 채 한
젊은 날을 방황하고 있었지. 그래! 희미한 불빛처럼 꿈꾸는 듯 손짓하는 여의
도의 빌딩숲 어디에서인가 그 많은 사람들의 얼굴 속에 담긴 사랑과 슬픔과
빛과 어두움의 노래, 결혼 혹은 죽음, 미래에의 약속, 빛나는 면류관 … 뭐
그런 것들 … 그런 것들이었어 …
어느새 사람들의 발길이 강물이 되어 쌓이고 바다를 이루듯 광장 한 편으로부
터 채워지고 찬양이 하늘을 찌르는 듯 하더니만 순간 그 자리, 그 다음 순간
… 그리고 나의 영혼은 하늘로부터 문득 빛 가운데로 던져지는 그분의 음성
을 들었다. “너는 나를 믿지 못하느냐.” 나는, 나의 삶은 그를 보았다. 그
를, 그의 눈빛과 그의 몸, 그의 체온과 그의 실체가 광
장 스피커를 통해 형상
화 되어 나를 향하여 다가서면서 나를 품고 나를 어우르더니 마침내 나를 포
로로 그의 사랑의 포로로 잡은 뒤 드디어 나를 그의 사랑 그의 신부 그의 꿈
과 기쁨 영광 그리고 소망 그의 대사 그의 증인 그의 동역자 그리고 그의 면
류관 그의 나라가 되게 하셨다.
그날 희망은 나의 것이 되고 모든 기쁨이 나의 것이 되고 자랑도 보람도 영광
도 나의 것이 되고 꿈도 사랑도 소망도 … 심지어는 나의 좌절과 죽음까지도
그 안에서 새 것이 되어지는 … 그래서 부활 안에서 그와 내가 하나 되고 내
가 그와 하나 되는 찬란한 빛의 세례를 받게 하셨다.
… 고요히 20년의 흐름을 지나 여의도 다리를 건너 한 형제의 고통의 병상을
찾아 위로와 함께 생명, 영원한 그 새 날의 희망을 간증하고 그로 하여금 병
과 죽음을 넘어서는 힘찬 새 출발의 여로에 등불을 밝히고 돌아오는 2001년
의 부활절은 여전히 나에게 잊을 수 없는 감사와 기쁨의 축일(祝日)이 아닐
수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