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다는 과연 인신제사를 드렸는가? (첫번째)
— 입다의 서원은 경솔하고 잘못된 것인가?(11:30-31).
송영찬 목사(본사 편집국장)
시작하는 말
암몬과의 전쟁을 앞두고 입다가 서원한 행위에 대하여 아직도 성경 해석에 있
어 상반된 이견이 있다.
그 서원 내용은 “그(입다)가 여호와께 서원하여 가로되 주께서 과연 암몬 자
손을 내게 붙이시면 내가 암몬 자손에게서 평안히 돌아올 때에 누구든지 내
집 문에서 나와서 나를 영접하는 그는 여호와께 돌릴 것이니 내가 그를 번제
로 드리겠나이다 하니라”(삿 11:30-31)는 것으로 마치 입다가 인신 제사를 여
호와께 드리려고 하는 것처럼 본문을 해석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의도로 서원
한 것인가에 대한 이견이다. 특히 본문은 ‘번제로 드리겠다’고 한 말을 그대
로 받아들여 입다의 서원이 경솔했다는 견해를 야기시키고 있다. 인신 제사
를 금하는 성경의 내용과 상반되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1. 서원( )이란 어떤 행위를 행하거나 또는 금하
기 위해 신성(神性)으로 이
루어진 엄숙한 약속이다. 여기에는 행위(창28:20-22), 예물(레27장) 또는 절
제(시132:5-7)가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서원은 사람이 하나님께로부터 어떤 특별한 은혜를 받고자 간절
히 기도할 때 그 은혜를 주시는 날에는 그 은혜를 헛되이 받지 않고 선용하
기 위해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가기 위하여 특정한 일을 하거나 자기를 절제
하기로 결심하고 그것을 하나님께 서약하는 행위를 말한다.
반면에 자기의 욕심을 위해 또는 서원의 대가로 하나님께서 어떤 일을 이루
어 줄 것을 바라거나 서원을 함으로써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
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따라서 서원은 어떤 특별한 은혜를 하나님께 받은 다
음에 자기의 약속으로 드리는 것이므로 당연히 그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해야 한다.
2. 그렇다면 암몬과의 전쟁을 앞두고 행한 입다의 서원은 경솔한 행위인가 아
니면 그의 신앙에 근거한 서원인가?
일반적으로 입다가 하나님에 대한 열심만을 앞세워 무모하게 서원함으로써 고
초를 자초했다고 본문을 해석하고 있다. 이것은 입다의 딸을 번제물로 드렸다
는 결론을 전제로 한 것으
로 잘못된 해석이다(34-35절).
1) 전쟁에 임한 입다가 서원한 의도.
입다는 길르앗 전체와 요단 서쪽에 있는 이스라엘 지파들의 평안을 위해 이
전쟁에 임한 지도자이다. 따라서 이스라엘 전체를 위해 꼭 승리를 해야 할 것
이며, 여호와께서 승전을 주시면 그 다음에 여호와께 무엇을 하여 드리겠다
는 차원에서 서원을 하게 된 것이다. 또한 입다는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 모두
가 듣는 가운데 서원을 했는데 이것은 전쟁에 임하는 길르앗 군의 사기에 크
게 관계가 있음을 알고서 행한 것이다.
2) 입다는 율법을 잘 알고 있었다.
입다는 전쟁에 임하기 전 암몬 왕의 침략 구실에 대하여 출애굽의 역사와 율
법의 가르침을 인용해 논박했다. 또한 인신 제사란 적국인 암몬이나 모압에
서 널리 행하여지고 있는 이교 제사의 의식이며 율법서에서는 이를 엄히 금한
다(레18:21;신12:20;18:9-14)는 사실을 모를 리 없다. 율법에서는 자식을 죽
여 제사하는 자는 사형에 해당한다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레20:1-5). 따라
서 인신 제사를 전제로 서원했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3) 입다는 서원의 대상을 여호와께 의뢰했다.
입다는 서원에서 승리한 후
귀가할 때 자기를 영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구체
적으로 지명하지 않고 그 조건만을 말하고 있다. 이런 경우 대체적으로 집 안
에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입다는 누가 되든지 받으실 사람을 하
나님께서 내보내실 것을 의뢰하였음을 알 수 있다.
4) 번제로 드리겠다는 말의 의미.
번제물은 비록 짐승일지라도 일정하게 요구되는 조건과 자격이 따라야 한다.
제사를 드릴 때에도 자기가 할 일과 제사장이 할 일이 구분되어 있다. 또한
장소와 제단도 정해져 있다(레1:1-17). 제물의 준비와 제사의 행위는 규정된
절차에 따라 행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코 사람을 번제로 드리는 제
사는 있을 수 없다.
마치는 말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입다이기 때문에 서원에 따라 그의 딸을 여호와께 드
리고, 그를 번제로 드리겠다는 것은 평소 입다가 번제드릴 때의 정신과 성심
으로 여호와께 경배드리겠다는 의미였음이 분명하다. 또한 입다는 서원한대
로 자기 딸을 여호와께 드리되 임의로 하지 않고 딸의 동의를 얻은 것에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36절). 그러므로 입다의 서원이 경솔한 것이었다
고 일방적으로 단정짓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