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정년제’ 이제는 재고할 때다
< 성희경 목사, 초원교회 >
“정년제의 취지는 살리되 현실적 여건에 따른 적절한 배려 생각해야”
본시 목사의 70세 정년제는 담임 목사에게 휴식의 기회를 주고, 교회의 더 나은 발전을 위하여 입법된 법이다.
한국교회에 최초로 목사 70세 정년제 도입을 제안한 목사 중에 한 분이신 고(故) 임택진 목사(청량리중앙교회 원로목사)는 자신의 책 ‘장로교회 정치해설’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항존직에 정년을 규정한 것은 시대적 차이와 후배의 양성과 자신의 휴식을 위하고 교회의 보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것이다”(p. 71).
고 임택진 목사는 목사로서 귀감이 될 만큼 욕심 없이 사신 분이다. 그가 처음에 발의한 원안은 65세였는데 총회가 결의하면서 70세 정년으로 수정하여 채택하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발의한 안에 따라 65세에 은퇴하였다.
한국교회의 ‘목사 70세 정년제’의 역사는 근 40여년 된다. 1969년 8월 20일자 경향신문의 기사를 보면 이런 기사가 나온다.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측)는 오는 9월의 총회를 앞두고 장로교 기본 헌법을 전면 개정, 교회의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기 위한 개정안을 마련, 마지막 수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마련된 개정안은……중략…….목사와 장로의 정년제를 신설하는 등 상당히 파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중략…… ③목사의 정년을 만 70세로 하고, 장로도 목사와 같이 만 70세로 정년으로 하며, 이하 생략.”
그 이전까지는 정년이 없는 종신제였기에 당시에는 사회적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이후 J. A. Hodge가 쓴 ‘장로교 헌법은 무엇인가’(What is presbyterian law?)를 한국교회 초대 선교사인 곽안련 목사가 번역하였으며, 원저와 번역서를 다시 참조하여 박병진 목사가 이를 ‘교회정치문답조례’(敎會政治問答條例)라는 제명으로 새로 발간했다. 그 책을 보면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위임목사>
“한 지교회나 1구역(4지교회까지 좋으나 그 중 조직된 교회가 하나 이상 됨을 요함)의 청빙으로 노회의 위임을 받은 목사이니,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 담임한 교회를 종신토록 시무한다. 위임목사가 본교회를 떠나 1년 이상 결근하게 되면 자동적으로 그 위임이 해제된다”(p. 48). 이 종신제가 정년제로 바뀐 것이다.
이때부터 ‘목사 70세 정년제’가 한국교회에 정착된 지도 어언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그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개인적으로 정년제가 당장 폐지되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은퇴 준비가 전혀 안된 시골교회 목회자나 소형교회의 가난한 목회자들을 생각하면 이 법은 수정, 보완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그들이 당하는 불행을 개인의 문제일 뿐이라고 하며 외면하는 것은 하나님의 공의도 아니며 사랑도 아니다.
예장백석의 경우 목사 정년은 만 70세로 당회가 결의한 경우 3년을 연장할 수 있게 하였다. 그런데 2012년 제35회 총회에서 ‘정년제’를 폐지하지 않는 대신 “지교회의 형편상 목사가 시무를 계속해야 할 경우에 정년 후에도 시무는 계속하되, 담임목사직 이외의 노회 및 총회의 공직은 맡을 수 없다”는 절충안(折衷案)을 추가했다.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이 든다.
캐나다, 호주, 미국 등 외국의 개혁교회에서는 현재 정년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캐나다 개혁교회 교회질서 ‘제2장 직분과 교리의 감독 제13조’를 보면 이렇다.
<제13조 목사의 은퇴>
“말씀 사역자가 나이 때문에 혹은 질병이나 육체적이거나 정신적인 무능력으로 인해 자기 직분을 수행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은퇴한다면, 그는 말씀 사역자의 영예와 직함을 보유해야 한다. 그는 또한 자신이 마지막으로 봉사했던 교회와 결속하여 자기의 직분을 보유하고 이 교회는 그에게 훌륭히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 목사의 홀로된 아내나 그의 직계 가족들에게도 이런 동일한 의무가 실행되어야 한다. 목사의 은퇴는 확대 당회의 승인과 노회와 지역 총회의 대표들의 일치된 조언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은퇴 목사에 대한 깊은 배려가 인상적이다. 목사에게 있어서 70세란 단지 숫자일 뿐 퇴물로 넘어가는 경계선이 아니다. 노(老) 목사를 존경하고 대접하는 분위기가 아쉽다.
우리 교단이 목사 정년제를 폐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時機尙早)일 수 있다. 그러나 농어촌 목회자들과 가난한 목회자들을 생각하면 그들을 위한 실제적이고도 적절한 배려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교단이 ‘목사 정년제’를 폐지하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수정 보완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 구체적인 방법은 총회의 몫이다. 나는 우리 교단의 현명한 판단과 처사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