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 목사님과 함께 했던 세월을 돌아보며…
< 한 석 목사 _ 천응교회 >
“평생 선한 싸움에서 승리한 목사님의 뒤를 이을 수 있기를”
서 호 목사님은 합신 1회 졸업생으로 32년 동안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1동에 소재하고 있는 천응교회에서 사역하다가 2010년 10월 24일 은퇴를 하였습니다. 목회자로서 은퇴하는 서 목사님을 바라보며 느꼈던 몇 가지 감회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지난 2007년 1월 중순 호주의 시드니에서 보냈던 한 여름이 떠오릅니다. 서 목사님과 성옥희 사모님이 한국으로부터 시드니의 저희 가정을 방문하여 약 한 달 정도를 같이 지내며 여행하면서 보내었던 시기입니다.
목사님 내외분과 천응교회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목회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의 모습에 대하여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에 서 목사님으로부터 천응교회 후임목사(물론 성도들이 동의를 한다면)로 와 줄 것에 대한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2007년 5월 초에 그동안 가족들과 함께 약 11년의 세월을 보내었고 아이들의 고향인 시드니를 뒤로 하고 한국으로 역 이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시드니에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시드니의 친구들에게 이야기할 때마다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서 시드니에 머무르도록 저를 설득했습니다.
그 여러 가지 이유들 중에 첫째는 한국 목사님의 구두 약속은 언제 변할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후임이 되기까지 1년도 아니고 3년의 세월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은 거의 깨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들의 교육 문제였습니다. 이미 신분상으로나 위치적으로나 안정이 되어 아이들을 교육하기에 전혀 어려움이 없는 시드니를 떠나는 저희를 바라보며 대부분 이민자들은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서 목사님과의 약속을 하나님 앞에서 한 것처럼 여겼기에 모든 것을 뒤로하고 귀국하였습니다.
그때부터 3년이 넘는 세월을 보내며 목사님과 사모님을 곁에서 지켜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신학 공부를 10년이나 했으니’ 생각하면서 한국교회 목회에 대하여 내심 평가하는 자세를 가졌습니다. 그러나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두 분의 목회적 헌신과 교인들을 향한 삶을 보면서 ‘과연 나는 저 정도라도 할 수 있을까?’라는 자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른 후에는 하나님과 교회를 향한 두 분의 헌신에 대해 존경심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자신을 향하여 “은퇴하는 두 분의 모습처럼 나도 선한 싸움을 잘 마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3년 6개월의 시간을 지낸 후 제일 먼저 시드니에서 저의 역이민을 반대했던 친구들에게 한국교회 안에도 한 번 한 약속을 지키는 분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서 목사님은 저와 구두로 약속한 내용이지만 마치 주님께서 인치신 것처럼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저에게 약속하신 대로 아직 은퇴 연령이 되지 않았는데도 약속하신 대로 은퇴를 하셨습니다.
또한 교회의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아시기에 교회의 형편을 따라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하셨습니다. 노년에 또는 은퇴의 시기에 있을 법한 노욕이나 욕심을 버리고 하나님 앞에서 교회를 향한 헌신의 태도를 끝까지 고수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저에게 서 목사님은 합신 1회 선배답게 교회의 조용한 개혁을 위해 의분과 체휼의 마음을 가진 분이었습니다. 바르지 못한 목회자를 보면 한편으로는 의로운 분노를 내기도 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나도 그 자리에 있었으면…’라고 하면서 그 당사자에 대해 체휼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서 목사님은 밖에서 알려져 있는 것처럼 ‘법통 목사님!’이 아니었습니다. 교회의 법에 대하여 계속하여 연구하고 공부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힘을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하나님 앞에 세우고, 사람을 격려하여 교회에 들어오게 하는 일에 힘쓰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난 세월 함께 하여 온 연세가 많은 천응교회 성도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요양원이나 복지시설을 알아보고 찾아가서 문의도 하는 모습을 동행하면서 많이 보았습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 서 목사님은 ‘법통 목사님’이 아니라 정이 많은 ‘정 목사님’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하늘을 향한 헌신이 땅의 사람을 향한 사랑으로 이어지는 목회자 중의 목회자였습니다.
제 친구들과 서 목사님을 알고 지내는 목회자들이 가끔 저에게 질문을 합니다. “한 목사, 당신은 후임 목회자인데 어떻게 목회할 것인가? 개혁주의적 목회를 할 것인가? 아니면 복음주의적 목회를 할 것인가? 기대해도 되겠는가?” 등등의 질문을 듣게 됩니다.
그때마다 저는 어떤 목회에도 자신이 없습니다. 아니 서 목사님께서 걸으셨던 그 길을 잘 따라가는 것만도 제게는 버겁고 힘들 것 같아서 “주어진 목장을 잘 지키고 양육하는 목회가 제 목회입니다”라고 말할 따름이었습니다. 솔직히 목사님처럼만 해도 칭찬 듣는 목회자가 될 것 같습니다.
서호 목사님! 성옥희 사모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두 분처럼 그 길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많은 기도와 지도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도 여러분! 혹 여러분 중에 목사님 내외분에게 개인적인 감사를 표시하지 못했다면 전화나 문자로라도 그 동안의 돌봄과 기도에 감사의 표시를 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제 서 목사님은 32년의 목회를 접고 한적한 고향으로 돌아가 일상의 삶으로 들어가시게 됩니다. 그 길에서도 목사님은 영원한 목회의 선배이며 존경하는 목회자로 제 가슴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