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의 전화 박종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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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전화

박종훈 목사 / 궁산교회

며칠 전에 한참 잠에 곯아떨어지는 새벽 한시쯤에 고요한 정적을 깨며 전화
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한밤중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바싹 긴장을 하
고 일어났다. 성도들 집에서나 아니면 부모님 집에서 급한 일이 있어 올 수
도 있기에 정신이 번쩍들어 차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내가 놀란 목소
리로 수화기를 들면 상대방이 더 놀랄까봐 목소리를 가다듬고-

“여보세요?”
하자 대뜸 들려오는 어는 남자의 약간 혀 꼬부라진 목소리가 나를 황당하게 
한다.
“거! 누구시오?”
“예? …”
“누구요?”
“아니! 전화한 사람이…” 
‘뚝’ 띠띠띠…

그제야 상황이 파악되었는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추측이 간다.

어느 남자 분이 밤늦도록 술마시며 놀다가 집에 있는 아내에게 전화를 한 
것 같다. 그런데 번호를 잘못 눌러 엉뚱한 사람에게 전화를 하고서는 이처
럼 나를 나쁜 사람으로, 그는 의처증(?)의 증세를 보여 주었던 
것으로 추측
이 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갖는 오해나 의심, 그리고 지나친 열등감과 우월감은 대
부분 남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된 생각과 판단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
다. 요즘 읽은 책 중에서 마음에 자리잡은 구절이 떠오른다. 서울 지하철에
서 맨발로 전도하는 최춘선 할아버지의 말씀이다.

‘행복은 무엇인가?’
‘세상에 무서운 사람 없고, 세상에 부러운 사람이 없으며, 세상에 미운 사
람, 보기 싫은 사람 하나 없으니 감사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항상 기뻐하고 항상 감사하는 삶이라고 말하는 그 분이야말로 진
정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 최장수로 살다가 간 외국의 어느 할아버지도 좋은 물과 공기도 좋은 환
경적인 요인도 있지만, 평생 남을 미워하거나 보기 싫은 사람 없이 살았기
에 장수하는 요인이 되었다고 한다.

결국 사람의 행복과 불행은 남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자세와 가치관을 가지
고 사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불행과 잘못은 남
의 탓이요, 잘한 것과 행복은 자신에게 돌리는 원초적인 병을 가지고 있다. 
변화와 개혁은 나 자신부터 이루어져야 
비로소 모든 사회가 발전된다는 평범
한 진리를 생활의 작은 일로서 체험케 해 주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얼마 후 또 하나의 경험을 하게 되었다. 교회당에 나오는 
학생들을 데려오는 과정에 평상시대로 오전 9시 반에 그 집에 도착하여 태우
고 왔다. 예배를 마치고 돌아가는 차안에서 그 학생은 열심히 과자를 먹고 
있었다.

“지금 그렇게 먹으면 점심밥맛을 잃어버리지 않나?”
“아침에 밥을 못 먹고 와서 배고파서 그래요”
“아니! 왜?”
“목사님이 너무 빨리 와서 그랬잖아요?”
“…”

그 학생의 집은 다른 학생들을 태우고 제일 마지막으로 가는 지점이고, 그 
시간은 아침 먹기에 결코 늦지 않은 시간이었다. 결국 내가 잘못한 사람이 
돼 버린 것이다. 깊은 생각 없이 내뱉는 그 말속에 뿌리깊은 인간 본성의 모
습을 그 학생만 가지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한 때 ‘내 탓이요’라는 선전광고를 붙이고 다니는 차량들이 생각난다. 이
제는 부정적인 것만 아니라 긍정적으로 ‘행복도 나하기 나름’이라는 선전
글귀를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