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대학을 나오지는 못했다_김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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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대학을 나오지는 못했다

김재홍 /은강교회

필자는 대학을 나오지는 못했다. 소위 말하는 인텔리는 아니기에 문서선교 방
면으로 비전을 가지고 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진리를 깨달으며, 구원
에 이르기를 원하신다’는 사도 바울의 신념을 그 분이 디모데에게 보낸 목회
서신을 읽고 하나님의 뜻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업학교에서 편집디자인과 인쇄를 착실히 그리고 남들보다 바쁘고 극
성스럽게 공부했다. 얼마나 극성스럽게 공부했는지, 내가 중급수준의 포토샵 
활용서를 가지고 공부하는 것을 보고 같이 공부하는 선배가 그렇게까지 극성
맞게 공부하고 싶지 않다고 할 정도였다.

지금 생각해도 후회가 없을 정도로 정말 성실히 문서사역의 길을 준비했다. 
그 후 작년 12월부터 고시학원에서 교재 만드는 일도 하고, 아는 목사님의 소
개로 팜플렛과 로고를 만들기도 하고, 자그마한 출판기획사에서 표지와 본문
을 맡아서 디자인하기도 하면서 나름대로 경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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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쉬운 길은 아니었다. 매일 계속되는 야근, 불안정한 환경, 적은 임금 등
으로 이직률이 높은 분야 중 하나로써 3D업종이라고까지 불리는 업종이 편집
디자인이기 때문이다. 정말 편하고 우아한 일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면 하
지 않는 게 속 편할 거라고 말해주고 싶을 정도이다.

그래도 인내하면서 일하면, 문서사역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갖고 성실
히 일을 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좋은 데로 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환
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환상은 말 그대로 환상인 것 같다. 바로 대졸자
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학력 차별 때문이다. 학력 차별의 높고 높은 벽이
여…

최근엔 복음주의에 충실한 내용의 책들을 많이 만들어내는 기독교 출판사에 
응시하고자 했다. 특히 자신 있는 분야라서 자신감을 갖고 응시하고자 했는
데, 자격 요건을 대졸자로 정한 것을 보고 허탈하기 그지없었다. “실력을 봐
야지 껍데기를 왜 보는가?”라는 정당한 분노가 들었다. 

그래서 학력차별이라고 항의했더니 학력차별이 아니라면서, 적합한 인재를 뽑
기 위한 인사정책이지 차별이 아니라며 궤변을 늘어놓는다. 오
히려 고맙게 이
런 해명하는 것을 여기라는 오만한 말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한 인사 정책은 실력을 보
는 것이지, 껍데기인 학력이 아님을 알 것이다. 현재 그 회사에는 응시 기회
를 줄 때까지 이력서를 넣겠다고 했고, 그렇게 하고 있다. 그 회사에 입사하
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학력 차별에 대항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우리 개신교(改新敎)를 가리켜서 프로테스탄트(Protestant)라고 한다. 로마 
카톨릭의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 항거하는 자, 항의하는 자라는 의미이다. 

즉, 우리 개신교가 앞장서서 차별 등의 불의에 대해 항의하고 개혁해야 할 의
무가 있다. 그런데도 뿌리깊은 학력차별에 항의는커녕 동조하고 있으니 문제
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누구나 능력만 된다면 지원할 수 있도록 해
야 한다.

능력만 보게 하도록 학력, 출신 지역이나 국가 등을 적는 난이 없는 이력서
를 구직자들에게 제공하는 서구 기업들의 인사정책처럼 이력서에 학력난을 없
애고, 실력을 입증할 증거물을 첨부하게 하여 학력차별을 타도해야 한다. 그
게 우리 프로테스탄트가 그 이름 값
을 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