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가 좀 튀면 어때서?
황대연 목사/ 경기서노회
아내가 염색을 했습니다. 지난 월요일, 모처럼 큰 마음을 먹고 아내와 함께
개척교회 목사님들을 위해 미용봉사를 하는 같은 시찰회의 S교회 K집사님의
미용실을 찾았습니다.
나는 진작에 커트가 끝났건만 아내는 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는 모양
입니다. 그렇게 얼마를 기다렸을까, 생머리인 아내의 찰랑거리는 머리칼이 윤
기 나는 갈색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이야~!, 나 오늘 수지 맞았네. 울 아내 한 5년은 더 젊어 보이네!”
나는 조금 과장된 어투로 감탄을 하며 기쁜 내색을 합니다.
입 발린 칭찬이나 농담이 아니라 정말 5년은 젊어 보였습니다. 아내는 집안
내력이긴 하지만, 근래에 흰머리 칼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생각보다 머리 색깔이 밝게 나왔다고 안절부절하는 눈치입니
다.
“여보, 정말 나, 괜찮아요?”
“응, 근데 왜?”
“사모가 너무 튀면 안되니까…”
“사모가 좀 튀면 어때서? 그거 겁나면 염
색하지 말지 그랬어?”
“그래도… 당신보다 (나이가)더 들어 보이면 안되니까…”
“….”
아, 꼭 무어라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아내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습니다.
목사의 사모….
활달하면 사모가 너무 말이 많다고 하고, 조용하면 우리 사모는 무뚝뚝하다
고 하며 유행에 맞지 않는 옷을 입으면 “촌스럽다”고 하고, 입은 옷이 유행
에 맞으면 “너무 화려하다”고 하는, 맵디매운 시집살이 저리 가라할 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목회의 뒤안길에서 옷 한가지 입는 것도 조심스러운 이
목회 풍토 속에서 신중함이 조심스러움까지 된 아내의 모습을 보며 문득 가슴
이 짜안해짐을 느낍니다. 목사의 아내가 아니었더라면 그까짓 머리 색깔이
좀 밝은들 대수인가,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을 터인데….
“여보, 괜찮아. 멋있기만 한데 뭘!”
아내는 집을 나섰습니다.
한 여성도와 일대일제자양육성경공부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거울을 몇 번 보면서 약간은 쑥스럽고 어색한 듯이, 조심스럽게 문을 나서는
아내에게 한 마디 합니다.
“여보, 괜찮아. 당신 정말 멋 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