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턱 쏘세요
인천노회 김승식 목사
예전엔 “한 턱 내라”던 말이 요즘은 “한 턱 쏘라”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자세
히는 모르나 아마도 방송 드라마 주변에서부터 파생된 말이 아닐까 합니다.
어느 날 사람들로부터 “쏜다”는 말을 전해 들으면서 별 말이 다 생기는구나
했는데 지금은 전국적으로 유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런 용어를 사용
하지 않으면 짐짓 시대에 처진 사람, 현실감각에 뒤진 사람이란 소리나 들을
까 해서인지 저 역시 이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명예를 지닌 직책을 맡았을 때 주변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
는 용어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축하한다”는 말이요 또 한 가지는 “한
턱 쏘라”는 말입니다. 감투를 썼으니 한 턱 내놓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공공연
히 압력(?)을 행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들이 우리 신자들 세계나 목회자들 세계에서도 아주 자연스럽
게(?) 오가는 것을 볼 때가 많습니다. 물론 승진이나 합격 등 좋은 일이
생겼
을 때 한 턱 내는 것이야 좋은 일이고, 한 턱 내란 소리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으나 교회 안에서의 직분이나 직책에 대해 이런 관념을 가지고 있다면
좀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총회장이 되셨으니 한 턱 쏘십쇼.” “노회장이 되셨으니 한 턱 쏘셔야죠.” 회
장이 되셨으니 한 턱 쏘시라, 장로가 되었으니 한 턱 쏘시라, 이런 식으로 교
회 내 직분이나 직위 맡음을 무슨 벼슬자리나 한 것처럼 인식한다고 하면 세
상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감투란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니 이렇게 풀이하고 있었습니다. 1. 말총
따위로 만들어 머리에 쓰는 옛 의관의 한 가지. 2. 탕건. 3. 복주 감투. 4.
벼슬.
감투를 썼으니, 벼슬자리를 했으니 가만있어서야 되겠느냐는 협박(?)에 못 이
겨 억지춘향 격으로 갈비냄새를 풍긴다던가 금일봉을 내놓는 관행 따위는 이
제 멀리 해야 될 때가 아닐까요? 혹은 우리가 그렇게 밀어줬는데도 불구하고
입 싹 닦고 만다면서 성토(?)하는 비성경적이고 수준미달의 자세도 버려야할
악습은 아닐런지요.
교회 내에서 주어지는 모든 직책
과 직위는 벼슬이 될 수 없고 감투가 될 수
없습니다. 모두가 다 섬김의 직분이요 봉사의 직분입니다. 총회장이 되셨던
지, 노회장이 되셨던지, 학우회장이 되셨던지, 장로 직분을 받으셨던지- .
세상 감투야 명예로운 것이고, 높은 자리인줄 모르나 그리스도 안에서의 감투
(직분)는 모두가 섬김의 직분입니다. 이제 직분을 맡았으니 시간적 물질적 희
생이 전보다 더 할 것이 자명합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직분을 맡은 자들에게 “한 턱 쏘세요” 하는 대신에 이렇
게 말합시다.
“저희들이 한 턱 쏠게요. 힘내서 일 많이 하세요.”
아마도 이런 풍토가 생겨진다면 교회 내의 모든 직분은 지금보다 더욱 신성하
고 아름다워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