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인도하는 묵상칼럼 (8)
사도행전 6:1-6
경영학의 원리에서 교회의 원리로
정창균 목사_합신 교수
저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였습니다. 배우는 과목 중에 경제수학을 제외
하고는 모든 과목이 제법 흥미도 있고 관심도 있어서 나름대로는 열심히 공
부를 하였습니다. 특히 경영조직론, 노사관계론 등 조직을 경영하고 사람을
다루는 일에 대한 공부는 더욱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택으로 공부한
행정학 분야의 과목들도 상당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경제, 행정학 분야 재미있어
이러한 공부를 하면서 교회를 보니, 당시 제 눈에 비친 교회라는 조직은 온
통 비능률과 비효율과 비합리성으로 뒤범벅이 된 엉터리 조직일 뿐이었습니
다. 저는 제가 전공한 경영의 이론들을 신학에 접목하여 이러한 비효율적이
고 비합리적인 교회의 행정을 바로 세우는 학문 분야를 개척하리라는 당찬
꿈을 품고 신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그러나 신학을 공부하고 성경을 배우면
서 교회가 무엇인지를 조금씩 알게 되
자 저는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경영조직이라는 것
과 교회라는 조직은 그 본질이 다른 것이었던 것입니다. 2학년 후반이 되었
을 때 신학교에 입학할 때 가졌던 포부를 미련 없이 던져버렸습니다. 교회
는 경제성의 원리와 합리성의 원리가 최고의 지배원리로 작용해서는 결코
안 되는 특수한 조직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사도행전 6장 초두는 교회가 역사상 최초의 직분자를 선택하는 현장을 소개
하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 원망의 문제가 생긴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그
리고 원망의 시발은 사도들의 행정적인 실수 때문이었습니다. 사도들은 재산
을 팔아서 가져온 교인들의 헌금으로 빵을 사서 가난한 교인들에게 나누어주
거나, 때로는 구호금을 나누어주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많다보니 의도적으로 그런 것은 아닌데도 구호에서 누락되
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고, 우연히도 그 누락된 사람들이 외국에서 돌아온
재외 동포 교인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그쪽 그룹 사람들이 원망을 시작
하였고, 그것이 교회의 문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사도들은 즉각적으
로 회의
를 소집하였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이 일만 전담할 직분자를 선택하
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므로 이 직분자들이 해야 할 일은 처음부터 분명하였습니다. 재산을 팔
아서 가져온 헌금을 집계하여 관리하고, 나누어 줄 물건을 구입하고, 남은
재고를 관리하며, 때로는 돈을 나누어주고 그 내용과 잔액 등을 관리하는 일
입니다. 물론 이러한 일은 교회 안에만 있는 일은 아닙니다. 사실, 세상 어
디에도 없고 오직 교회 안에만 있는 일이기 때문에 그것이 세상의 일과 구별
되는 교회의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황당한 것은, 이런 직무를 감당할 사람을 뽑으면서 이들에
게 요구된 자격 요건이 참으로 엉뚱한 것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성령이
충만하고 지혜가 충만하고 칭찬 듣는 사람”(3절), “믿음이 충만한 사람”
(5절).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고, 경리나 구매나 재고관리 분야 경력
소유자도 아니고, 성령과 지혜와 믿음이 충만한 사람, 그리고 칭찬 받는 사
람이라니!
해야 할 일은 세상 어디에나 있는 그런 일인데, 그 일을 담당할 사람에게 요
구된 자격요건은 그 일의 효율적 수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영적인
조건이 요구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
는 것인가? 고민과 묵상 끝에 저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교회 밖 세상 어디에나 있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교회 안에서, 교회
의 이름으로 행해질 때는 그 일의 본질이 영적인 일로 되는 것이다. 그러므
로 그 일을 할 사람에게도 영적인 조건이 중요한 것이며, 그 일들의 수행에
는 경제성의 원리가 아니라, 영적인 원리가 최우선의 원리로 적용되어야 한
다!”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수많은 교회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의 진정
한 원인이 무엇인가가 분명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나도 회사에서 평생 그 분야에서만 30년을 근무했는데요, 그렇게 하는 것
이 아닙니다!” 교회가 하려는 일을 놓고 자신의 교회 밖에서의 경력과 경
험 등을 내세우면서 고집을 부리는 것이 왜 잘못된 일인가가 분명하여졌습니
다. 교회는 능률 최우선이나 합리성 최우선의 조직이 아니라, 덕과 사랑과
영적인 원리가 지배하는 조직이라는 것을 교회의 직분자들이 알았으면 좋겠
습니다.
교회는 영적 원리가 지배해야
사도들이 제시한 이 해
결책을 모든 교인들이 좋게 여겨서 드디어 영적인 조
건이 갖추어진 일곱 사람의 직분자가 선택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이 문제는
해결되었고, 교회는 예루살렘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계기
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7절). 교회의 직분자 선택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
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