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은 날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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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은 날아가고”

정창균 목사 / 본보 편집위원, 새하늘교회

어쨌든 한국교회가 이렇게 세계 교회의 주목을 받는 교회로 성장을 한 데는 
교인들의 헌신이 단단한 몫을 하였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
다. 그리고 교인들이 그렇게 헌신하게 된 것은 교회가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
이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자기들 먹을 것이 없을 때에도 밥을 지을 때
마다 그 밥을 먹을 식구 수대로 한숟갈씩 쌀을 떠놓았다가 주일날 교회로 들
고와서 “성미”로 드리게 한 것 등은 유명한 일 아닙니까? 사실, 우리나라 
교회는 초기부터 헌신하는 교회였습니다. 

제가 유학 중일때, 그 나라 교회들로부터 한국 교회를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여러 번 받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교회들과 교회 단체들의 모임에서 자랑스럽
게 우리나라 교회를 소개하곤 하였습니다. 그때 마다 저는 한국교회는 고난 
받은 교회요, 수 많은 순교자를 내면서 고난을 통과한 교회라는 점을 첫째로 
시작하여 네 가지 특징으로 한국교회의 특징을 요약하여 소개하곤 하였
습니
다. 그때, 언제나 빼놓지 않고 자랑스럽게 소개한 것이 있었는데, 한국교회
는 헌신하는 교회라는 점이었습니다. 예배당 건축을 위하여 자기들의 결혼 반
지를 빼어 드리는 것은 보통으로 있는 일이라는 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들
은 깜짝 놀라는 눈빛들이었습니다. 서양 사람들의 의식속에서 결혼반지는 얼
마나 중요한 것인데… 당신들은 일년에 한달씩 휴가를 하고, 그 휴가를 즐기
기 위하여 방학때면 교회도 주일학교 문을 닫지만, 우리는 방학때면 주일학교
마다 성경학교라는 특별학교(special class)를 개설한다고 말하고, 우리는 일
년에 휴가가 당신들처럼 한달이 아니라 길어야 5일인데 교사들은 일년에 한
번 밖에 없는 5일동안의 휴가를 이 성경학교를 위해서 그 기간에 맞춰 찾아 
쓴다는 이야기를 하면 이들은 혀를 내두르며 한국교회 교인들의 헌신을 부러
워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다시 그곳에 돌아가도 여전히 그렇게 어깨를 활짝펴고 당신들 맛
좀보라는 듯이 우리 나라 교회는 헌신하는 교회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지
는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과거의 자랑거리로는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 
한국 교회
의 중요한 특징으로 헌신을 내세우기에는 양심이 좀 편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사실은 헌신이 점점 사라져가고, 헌신이라는 용어도 점
점 듣기가 어려워져가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 교회의 모습이라는 것이 저
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인상이기도 합니다. 헌신은 자기를 드리는 것을 말하
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 많은 교회들의 자랑스런 자기 교회 선전과 메시지와 
행사들 가운데서 우리가 듣는 것은, 우리 교회는 이런 시설도 있고 저런 장치
도 있고, 이런 프로그램도 있고, 저런 행사도 있으니 와서 마음껏 “누리십시
오!”하는 말입니다. “누리십시오!”만 있지, “드리십시오!”라는 말은 사
라져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소님끌기 작전이라도 펼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인과응보인지, 교인들에게서 보이는 것은 치열한 자기 “드러냄”의 모습이
지, 자기 “드림”의 모습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누리십시오”만 있
지 “드리십시오”가 없는 교회, “자기 드러냄”만 있지 “자기 드림”이 없
는 교인들. 이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백명 모이는 교회
들이 교회 청소를 할 교인들이 없어서 일당 수만원씩을 
주고 일하는 아주머니
들을 사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수천명 모이는 대형교회에서 주일날 
식당에서 봉사할 사람이 없어서 파출부 아주머니들을 사서 한다는 이야기를 
탄식처럼 하는 교인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설거지는 할 수 없고, 대신 돈
을 얼마든지 낼테니 파출부를 사서 하라”는 제안을 한 여선교회가 있었다는 
어느 큰 교회의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문득, 70년대를 휩쓸던 사이몬과 가펭클의 노래가 생각났습니다. “철새는 날
아가고…” 그 노래의 가사 내용과 상관 없이 철새는 날아가버렸다는 그 제목
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철새는 날아가고”라고 
노래하는 대신 “헌신은 날아가고…”라고 노래하고 있는 애처로운 내 모습
이 떠올랐습니다. 교인 수가 빨리 늘지 않아도, 아니 오히려 교인 수가 좀 떨
어져도 “드리십시오!”라고 말하는 목사가 되고, “자기를 드리는” 삶을 사
는 교인을 길러내는 목회를 하는 목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