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가 된 이유/ 정창균 목사

0
29

 

 
 
 
-저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였습니다. 신학교에 갈 때 제게는 나름대로
의 포부가 있었습니다. 제가 대학에서 공부한 경영조직론이나 인간관계론, 혹
은 재무관리론 등의 경영이론을 신학에 접목하여 교회를 위한 새로운 학문 분
야의 체계를 세우는 학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당시 제 눈에는 교회들이 온통 
비능률과 비합리 투성인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신학 공부를 
시작하고 얼마가지 않아서 저의 생각은 완전히 바뀌고 말았습니다. 신학을 공
부하고, 교회를 배우면서 교회는 세상의 다른 조직들, 특히 대학에서 배운 경
영조직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경영조직
은 경제의 원리가 지배하는 곳입니다. 경제의 원리가 지배한다는 말은 그 조
직의 궁극적인 목적이 이윤의 극대화나 능률의 극대화에 있다는 말입니다. 
거기서는 100원을 투자하여 50원을 얻을 수 있는 길과 100원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100원을 얻는 길로 가야 합니다. 50원을 얻는 
길을 택하는 것은 심하게 말
하면 자살 행위와 같은 것으로 여겨집니다. 그러
나 제가 신학을 공부하면서 확인한 참다운 교회란 그런 게 아니었습니다. 교
회는 100원을 투자해서 100원을 얻는 길을 빤히 보면서도, 때로는 오히려 100
원이 적자나는 곳을 의도적으로 택하여 가야되는 때도 있는 특수한 단체였습
니다. 교회는 경제성의 원리가 아니라, 덕의 원리 그리고 사랑의 원리에 따
라 살아나가는 곳이었습니다.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는가, 어느 정도의 경제
성이 있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무엇을 원하시는가 하는 것이 교회
의 의사결정의 절대적인 기준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전액을 다 손해보는 길인
데도 교회는 그 길을 가야만 할 때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에서 
공부했던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교회에 대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교회
는 능률 최우선의 단체도 아니고, 프로그램 중심의 조직도 아니고, 성장 최우
선의 단체도 아니라는 그때의 깨달음은 줄곧 저의 교회관과 목회철학의 형성
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었습니다. 사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직면하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는 덕과 사랑의 원리보다는 경제성의 원리에 의하여 교회

를 세워가려 하고, 믿음의 원리보다는 합리성의 원리에 의하여 교회를 이끌어
가려고 고집을 부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교회에 대한 생각
이 바뀌니 진로도 바뀌었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했던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
고, 순수한 신학자가 되려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이 생각은 제가 졸업
반이 되면서부터 시작한 교회 사역을 통하여 다시 한번 바뀌었습니다. 52kg
의 깡마르고 볼품 없는 나같은 어린 사람의 설교와 기도를 통해서도 사람들
이 변하는 일이 일어난다는 희한한 경험을 하면서 목회의 희열을 맛보게 되었
고, 그래서 저는 교회 현장의 목회자가 되기로 최종결심을 굳힌 것입니다. 말
씀의 능력과 성령의 역사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목회 현장의 이 
맛을 저는 평생 누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 감격스러운 일에 목회 일생을 
걸고 싶었습니다. 이것이 제가 목회자가 된 이유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목회자들이 목회자가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간혹 회의가 생
기기도 합니다. 교인들이(아니 교회의 몇몇 지도자들이) 주는 갈등을 더 이
상 감당할 수 가 없어서 다음 사역에 대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마침내 교회
를 사임하고 나 앉는 몇몇 선후배 동역자들을 근래에 보면서 회의가 생기는 
것입니다. 여러 이유로 목회자를 괴롭게하고 마침내 대책없이 교회를 나가게 
하는 교회들이, 아니 교인들이 사실은 야속합니다. “좀더 참아줄 수 있을텐
데”하는 아쉬움도 생깁니다.

이전 기사부흥운동을 하라(2)
다음 기사생명존중과 조직체
기독교개혁신보
기독교개혁신보사는 대한예수교장로회(합신)의 기관지로서 바른신학, 바른교회, 바른생활이란 3대 개혁이념을 추구하기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본사는 한국 교회의 개혁을 주도하는 신문이 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