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델베르크<50>
성찬 참여 자격을 누가 결정하는가
“참된 말씀과 합당한 교제 가운데 있어야”
이윤호 장로_‘선교와 비평’ 발행인
81문> 누가 주의 상에 참여할 수 있습니까?
답> 자기의 죄 때문에 자신에 대해 참으로 슬퍼하는 사람, 그러나 그리스도
의 고난과 죽음에 의해 자기의 죄가 사하여지고 남아 있는 연약성도 가려졌
음을 믿는 사람, 또한 자신의 믿음이 더욱 강하여지고 돌이킨 삶을 살기를
간절히 소원하는 사람이 참여할 것입니다. 그러나 외식하거나 회개하지 않
은 사람이 참여하는 것은 자기가 받을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입니다.
82문> 자신의 고백과 생활에서 믿지 않음과 경건치 않음을 드러내는 자에게
도 이 성찬이 허용됩니까?
답> 아닙니다. 그렇게 되면 하나님의 언약이 더럽혀져서 하나님의 진노가 모
든 회중에게 내릴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와 그의 사도들의 명령에 따
라, 그리스도의 교회는 천국의 열쇠를 사용하여 그러한 자들이
생활을 돌이
킬 때까지 성찬에서 제외시킬 의무가 있습니다.
우리 교회에는 성찬을 앞둔 한 주간동안 자신을 돌아보며 점검하는 좋은 전
통이 있습니다. 이것은 사도 바울이 고린도교회에 보내는 서신에서 요구하
신 내용이기도합니다. 때로는 이러한 자기 점검이 성찬 참여의 여부를 결정
하기도 합니다.
성찬은 주님이 배설하신 자리
예컨대 자신을 천천히 돌아보았을 때 남들에게 밝히기조차 꺼려지는 죄를 범
하였다면 성찬의 떡과 포도주를 받지 않습니다. 반면 명백하게 두드러지는
죄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는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성찬의 떡과 포도주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범한 죄가 스스로 규정해 놓은 성찬 참여의 기준선을 넘나들
때, 떡과 포도주에 참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성찬이 진행되는 순간까지 고
민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성찬 참여의 자격을 스스로 규정하
는 경우를 찾아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생각해 볼 때, 우선 용어를 살피는 것이 유익할 것 같습
니다. 성찬(聖餐)은 거룩한 만찬이라는 뜻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올바른 표
현인 것 같습니다. 이
만찬을 통해서 우리는 신령한 삶을 살아갈 수 있으므
로 거룩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많은 교회에서는 성찬이라는 말과 동일한 의미이지만
다소 어감이 다른 표현인 ‘주의 만찬’이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이 단어가
지닌 의미에 주목할 때, 우리는 적지 않은 교훈을 얻습니다. 이 말은 성찬
의 주인이 누구인지 매순간 생각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거룩한 만찬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것의
주인이시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볼 때 지금 우리가 만나는 내용, 즉 성찬 참
여자의 자격의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해 보다 분명하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
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사람의 성찬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성도 개
인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만찬의 초청자는 바로 우리
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시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만찬에 참여하고 싶다
하더라도 이것의 주인이시고 초청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허락하지 않는다
면 음식을 먹는 자리에 함께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왕이신 주님께서 만찬을 준비해 놓고 부르실 때, 우
리
의 개인적 판단으로 그것을 거절할 권리도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만찬에 참
여하고 안 하고는 오직 주님의 결정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성경이 우리에게 만찬에 앞선 자기 성찰의 중요성을 말씀하시는 것은 분명
한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을 때 우리의 죄를 먹고 마시는 것이라 하였습니
다. 그러므로 우리가 성찬에 앞서 그것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
역과 자기 자신의 죄에 대해서 진지하게 살피는 것은 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이 우리 자신으로 하여금 성찬의 참여 여부를 결정하라는 말
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올바른 자세로 성찬에 참여할 것을 요
구하는 말씀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82문은 성찬참여 여부의 결정 주체가 누구인지를 암
시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주님께서 교회에게 주신 중요한 사명 한 가지
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떤 사람들을 분별하여 성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책임입니다.
이것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성도가 성찬에 참여하는 것
은 교회의 허락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교회는 이 만
찬의 주
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자신 사이의 관계를 알고 그에 합당하게 살고자 하
는 성도에게 성찬에 참여하도록 허락하는 것입니다.
이 만찬에 참여하도록 허락된 자들은 이를 통해 주님과의 관계가 더욱 견고
해 질 것이고, 거절된 자들은 돌이켜 주님과의 관계를 회복하려 애쓸 것입니
다. 그러므로 교회의 허락과 거절은 모두 성도의 신앙적 유익과 교회의 순결
을 위해 유익한 것입니다.
교회는 성찬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초대에 합당한 사람들을 분별
할 책임을 위임받았습니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교회가운
데 올바른 말씀이 거하고 성도의 합당한 교제가 있을 때 비로소 이 일이 온
당하게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찬 참여 결정은 교회의 권한
성도 개인에게도 중요한 의무가 주어졌습니다. 성찬에 참여할지 말지를 스스
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성찬에 대한 교회의 권위에 순종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