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을 즐기는 인생
박종훈 목사_궁산교회
“결과 위주의 인생은 괴로운 인생 살아갈 뿐”
몇 주 전에 텃밭에서 기르던 기러기가 자연 부화를 했다. 사람의 손길을 거
부하며 열심히 알을 낳더니 19개를 품기 시작했다. 어미의 처절한 인고(忍
苦)의 시간이 다 되자 하나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껍질 깨고 나오는 생명 아름다워
하룻밤만에 17마리가 알에서 벗어나자 웬일인지 나머지 두 개의 알을 둥지
밖으로 내놓았다. 이미 앙증스러운 부리가 껍질을 뚫고 바깥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낌새를 보니 어미 기러기는 현재 먼저 나온 새끼들로 만족하는 것
같다.
저대로 놔두면 그냥 죽을 것 같아 두 알을 방으로 데려와서 부화시키기로 했
다. 어미 품처럼 따뜻하게 하려고 수건으로 감싸주고 지켜보았다. 가냘픈 소
리를 지르며 그동안 자신을 감싸준 알의 껍데기를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지
만 쉽게 되지 않았다.
그동안 부화된 병아리만 보았고 부화 과정은 책에 나오는 사진으로만 알았다
r
가 막상 피나는 현실을 보니 장난이 아니었다. 급한 마음에 껍질을 벗겨 주
고 싶지만 그러면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다는 상식을 알기에 그저 지켜보고
만 있었다.
하루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어 살펴보니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었다. 그러
다 결국 하나는 부리만 내놓은 채 죽음을 맞이했다. 나머지 하나라도 살리려
고 더 따뜻하게 해 주었더니 마침내 부화에 성공했다. 겨우 알에서 벗어나
는 것도 사투(死鬪)를 해야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텃새인 굴뚝새가 늘 집 주위에 살고 있다. 그들의 집은 아주 가까운 곳의 살
짝 가려진 나뭇가지 사이에 집을 발견한다. 은목서를 가지치기하려다 그 새
집을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다. 겉으로 보기에는 얼기설기 대강 만든 것 같은
데 새 집안의 모습은 얼마나 정교하고 아늑한지…….
그 작은 부리로 어떻게 이 집을 지었을까? 아마 수백 번은 재료를 물어 날랐
으리라 여긴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지은 집을 단 한 번의 부화를 위해서
만 사용한다는 사실이다. 해마다 새 집을 발견하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우리 인간 같으면 어렵게 잘 지은 만큼 계속 사용하겠지만 그들은 해마다 다
른 장소
에서 새로운 집을 지었던 것이다. 제비들도 이와 같은 모습을 발견한
다. 새들은 새 집을 새로 짖는 과정을 즐기며 새 힘과 새로움을 누리는 것
같다.
필자가 십여 년을 넘게 사택과 교회당을 지으며 많은 힘과 고생의 과정을 겪
었지만 결코 후회함이 없다. 돈으로 완벽하게 다 지은 집을 들어가는 즐거움
도 있겠지만, 손수 지은 이 과정으로 인해 배우고 누리고 깨닫는 삶의 의미
는 소중한 보물처럼 여긴다.
비록 허물과 실수도 있고 자로 잰 듯한 반듯한 모습이 아닌 어딘가 미숙함
이 곳곳에 남아있지만 손마디가 굵어진 것만큼 정성과 인간적인 숨결이 배어
있다.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땀의 가치와 원칙과 예술과 우주를 배
우며 주님의 세심한 손길을 체험할 수 있었다.
누구나 한 번 살아가는 인생 길에서 이 세상이 전부라고 여기며 결과에 목
숨 거는 사람과 삶은 과정이고 내세의 결과를 보며 사는 사람의 인생은 하늘
과 땅 만큼 차이가 날 것이다.
성경에서 사람의 제일 되는 목적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그를 영원토록
즐거워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결과 위주의 인생은 늘 불만과 다 채우
지 못하는 욕심으로
괴로운 인생 길지만, 과정의 인생은 모든 일에서 감사
가 나오는 인생이 되리라 확신한다.
욥기에서 위로(慰勞)하려왔던 세 친구들은 욥의 현재 나타난 결과만 보고서
정죄(定罪)자들로 논쟁을 다루는 모습이 나온다. 하나님은 욥기 38장에서 모
든 피조물들의 과정을 설명하며 결과만 보고 함부로 판단하는 사람들의 무지
함을 책망하며 측량치 못할 창조주의 위대함을 드러내신다.
좋은 원인(遠因)이 좋은 결과(結果)가 오듯이 좋은 과정은 또 좋은 결과가
올 것이므로 과정을 즐기며 산다면 그 인생은 행복이라 여긴다. 내일 일은
결과라면 오늘 일은 과정이다. 내일을 염려하지 말고 오늘 일의 과정을 즐거
움으로 지내면 하루 하루가 창조주 하나님이 바라시는 삶이라 믿는다.
매일의 과정 통해 감사하는 삶 살아
정원의 꽃과 나무가 자라며 때마다 꽃피고 열매 맺는 식물들이 사랑스럽다.
성도들의 신앙이 자라고 아이들이 커 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교회를 중심으
로 조금씩 아름답게 달라지는 마을의 풍경이 보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