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놀이터는 어디?_박정인 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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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코드맞추기>

아이들의 놀이터는 어디?

박정인 집사_강변교회

“아이들 자신감과 자정능력 키워 주어야”

“저는요, 엄마가 나가면 컴퓨터 게임하다가 엄마가 들어오는 소리나면요 얼
른 전원 끄고 제방으로 달려가서 책보는 척 해요. 게임한 거 아시면 엄마한
테 혼나거든요.” 
“우리 엄마는 저 게임하는 지 몰라요. 왜냐면요 낮에는 안 하구요 밤에 엄
마, 아빠가 자러 들어가시면요 그때 일어나서 게임 하거든요. 그럼 절대 안 
들켜요.” 
토요일이면 자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게 하는 우리 집 분위기 때문에 토요일
마다 어김없이 우리 아이는 한 무더기씩 친구들을 몰고 온다. 아이들과 어울
려 같이 떠들며 게임을 하다보면 내가 친구 엄마라는 생각을 하는지 안 하는
지 아무 망설임도 없이 자신들의 게임하는 비법들을 줄줄이 늘어놓는다. 
처음 이런 고백아닌 고백을 들었을 때 내심 나는 무척 당황스러웠다. 이걸 
그 아이 엄마에게 알려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
다 결국 입을 다물기로 
하였다. 나를 믿고 자신의 비밀을 말해준 아이에 대한 존중의 의미도 있겠지
만 어쩜 내가 그런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아이나 엄마에게 별 유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더 크게 들었기 때문이다. 

부모에게 절대 들키지 않아

우리 아이가 유치원을 다니던 시절에는 컴퓨터로 다양한 학습놀이를 하는 것
이 고작이었다. 신비한 인체탐험 내지는 우주의 신비 등등 그런류의 CD를 혼
자 열어서 여기 저기 다니며 저도 잘 알지도 못하는 말들을 해댈 때 “아, 
이렇게 컴퓨터가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컴퓨터 앞에 
앉은 아이가 고맙기까지 했었다. 
게임이라면 오히려 엄마인 내가 더 열을 올리며 당시 유행하던 스타크래프
트, 디아블로 등 일련의 PC게임들을 하면서 아이에게 게임이란 것을 가르쳐
준 셈이 되었다. 바야흐로 초고속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 게임이 하나의 산
업으로 등장하던 그 시기에 우리 모자는 크레이지 아케이드라는 새로운 형태
의 온라인게임에 눈을 뜨게 되었고 정신 없이 이 게임에 몰두했다. 
나도 어떻게 해서든 금비행기(레벨 표시를 금, 은, 동 등의 비행기로 
표시)
를 한번 달아보겠다는 일념으로 거의 신기에 가깝게 움직이는 아들의 손가락
을 질투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맹렬하게 게임에 매진하였건만 한순간 우리를 
허망함에 빠트린 것은 계속되는 패치, 바로 그것이었다. 
익숙했던 PC게임은 어쨋거나 결말이 있었다. 내가 다 해내느냐 못 하느냐지
만 게임의 끝은 분명했다. 그런데 이 온라인 게임은 그야말로 끝없는 전쟁
의 연속이었다. 
오직 금비행기만이라도 될 수 있다면 하는 일념으로 달려왔는데 어느 날 패
치가 되면서 엄청난 상위 레벨이 생겨버린 것이다. 할 수 있을 것같은 생각
은 거기서 그만 접었다. 우리는 적에게 몰려 퇴각하는 전사들처럼 강한 동지
애 속에 불평을 늘어놓으며 그 게임을 떠났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 수
많은 전장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그후로도 테일즈위버, 메이플스토리, 갯앰프트에 이르기까지 아들과 나는 초
등학교에서 유행하는 많은 게임들을 해보았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이제 더 
이상 그때처럼 레벨을 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지는 않은 우리 자신을 보곤 한
다. 

게임에 속은 기분 아직 남아

내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우리의 
놀이는 주로 밖에서 이뤄지는 것이었
다. 집에 오면 책가방을 마루에 던져놓고 그대로 나가서 밤이 어스름해져서
야 혼날 것이 두려워 슬그머니 집으로 들어왔던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랑 사
방치기, 고무줄, 오징어 땅콩 등을 하는 것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밥도 싫
었고, 때론 야단맞을 줄 알면서도 늦게까지 어울려 놀았다. 
요즘은 놀 곳도 마땅치 않지만 노는 아이들 찾기도 정말 힘들어졌다. 방과후
에도 각자 학원이나 배우는 내용에 따라 시간이 다르니 시간을 맞추기도 힘
든 것이다. 그나마 같이 만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인터넷, 구체적으
로 온라인 게임상에서이다. 
“저는요 제가 집에 있을 때 인터넷 들어가면 일단 버디버디부터 열어요. 채
팅하려는게 아니구요, 같이 놀 친구가 누가 있나 찾으려구요. 그래서 있으
면 같이 온라인 게임해요. 친구랑 같이 하면 얼마나 재미있다구요. 만일에 
없으면 그냥 꺼요. 혼자하는 건 별로거든요.” 
나에게 이렇게 말한 아이도 사실 외관상 굉장히 게임을 좋아하는 것임에 틀
림없으나, 얘기를 나누면서 게임 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
다. 아이들이 자라는 발달 과정의 
각 단계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청소년기까지는 친구가 중요한 시기임이 분명하다. 어
쩌면 온라인 게임은 이 시대의 아이들에겐 우리가 재미있게 뛰어놀던 그 마
당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보다는 친구들을 좋아해

가끔씩 엄마들과 만나서 게임얘기가 나오면 엄마들의 반응은 한결같다. 
“우리애가 중독아닌가 몰라요, 게임만 할려고하니..” “난 절대 게임 않시
켜요. 그거 하다 중독되면 어떻게 해.” “게임만 하면 언제 공부해요. 아
예 지금부터 맛을 들이지 말아야지.” 
게임의 폭력성, 선정성 그리고 중독성 등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이
다. 그러나 이미 게임은 이 사회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
라, 아이들 사이에선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행코드이기도 하다. 아이를 언제 
까지나 엄마의 손에 붙잡고 있을 수 없듯이, 그 아이를 이 게임 문화의 영향
에서 벗어나게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우리 아이와 내가 새로운 게임을 시작 할 때면 짧게나마 꼭 거쳐가는 작업
이 있다. 게임을 같이 둘러보면서 한 가지씩 한 가지씩 집어 보는 것이다. 
이 게임
에서 폭력의 정도는 어떠한지? 아이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왜 의상
은 이런걸 택했는지? 만든 사람은 무슨 목적으로 이렇게 했는지? 등등. 
때로 아이는 “그래도 재미있는데”라고 반응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건 너
무 폭력적인거 같아. 이건 않 할래” 하며 손을 떼기도 한다. 아직은 매번 
같이 의견을 교환하면서 때론 설득하는 과정이 있기도 하고, 때론 설명하는 
과정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조금씩 스스로 선택하고, 분별하는 능력과 더불
어 정해진 시간 내에서 자유롭고 당당하게 게임을 즐기고 절제하는 훈련을 
통해 게임에 의해 지배당하지 않고 즐겁게 게임을 하는 주체로 서주길 바라
고 있다.

게임의 주체로 자라게 해야

게임이 미치는 모든 악영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고, 그러면서 자율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길은 사회도 아니고 부모도 아닌 오직 아이 자신의 자정 능력
에 달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놀이미디어 교육센터
gamemedia.or.kr 
Tel : 02-2637-8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