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스카의 문어
유화자 교수/ 합신 기독교교육학
해양 생태계와 바다 속의 동식물을 연구하는 미국의 해양학자들에게 한 가지
큰 고민이 생겼다. 여러 가지 이유와 필요에 의하여 태평양 바다에 사는 열
대어를 알라스카(Alaska)로 운송해야 하는데 그 수송 과정에서 중요한 문제
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해양학자들은 태평양의 열대어들을 선박으로 알라스
카로 수송하는 과정에 열대어들이 불편이나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최적의
여건을 위하여 세심한 배려와 신경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열대어들이 알라
스카에 도착할 무렵이면 모두가 다 죽는 것이었다.
“왜 열대어들이 죽어 가는 것일까? 무엇이 열대어들을 죽게 하는가? 운송
과정 중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열대어들을 살려서 알라스카
로 수송할 수 있을까?” 해양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수 없이 토론과 연구
를 거듭하면서 실험을 계속하였지만 열대어들은 여전히 죽어가고 있었다.
큰 수송선의 거대한 어항 속에서 이유를 모
른 채 계속 죽어가는 열대어들을
지켜보는 해양학자들의 안타까움과 답답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연구원의 제의로 열대어들의 어항 속에 큰 문어 한 마리
를 집어넣게 되었다. 열대어들을 살려서 수송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보다는
한 실험방법으로 시도하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문어가 들어간 어항을 지켜
보던 해양학자들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그 동안 열대어들만을 대형 어항 속에 넣고 항해하였을 때는 열대어들이 마음
대로 자유롭게 움직이기도 하고, 자기들끼리 장난도 하면서 편안하게 보였는
데, 불청객인 거대한 괴물 문어가 어항 속에 들어가면서부터 어항 속의 분위
기가 사뭇 바뀌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신들의 영역 안에 들어 온 시커면 괴물을 지켜보면서 열대어들은 이 문어
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 긴장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무법자 문어
는 열대어들의 긴장이나 주의에는 아랑곳없이 마음 내키는 대로 어항 속을 헤
집고 다니면서, 그 길고 흉물스러운 많은 다리로 열대어들을 잽싸게 건드리기
도 하고, 또 때로는 뭔가 심사가 뒤틀린듯 열대어들을 향하여 시커면
먹물을
마구 뿜어 대면서 심술을 부리기도 하였다.
열대어들은 자신들과 전혀 동질성도 없고 호의도 느낄 수 없는 이 문어라는
괴물의 횡포를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계속 긴장하면서 괴로
움과 고통을 겪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예측 불허의 이 문어의 행동에 열대어
들은 두려움에 떨면서 어항 귀퉁이 구석으로 몸을 숨기는 등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태에서 알라스카까지의 긴 여행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열대어 수송선이 알라스카에 도착하게 되었을 때, 놀랍게도 열
대어들은 많이 지쳐있는 모습이기는 하였지만 한 마리도 죽지 않고 모두 살
아 있었다. 해양학자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수없는 실패 끝에
태평양의 열대어들이 마침내 살아서 알라스카에 도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
다.
무엇이 태평양의 열대어들을 살아서 알라스카에 도착할 수 있게 하였을까?
해양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열대어들의 긴장감과 생명을 위협하는 무
서운 적에게서 살아나야 한다는 강한 생존 본능이 그들을 살려낸 것이라고 한
다.
아무런 위협이나 두려움 없이 모든 것이 충족된
상태에서 편안한 여행을 즐
길 수 있었을 때는 열대어들이 굳이 긴장하거나 강한 생존본능을 발휘할 필요
가 없었으며, 그런 안이한 긴 여정 속에서 열대어들은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문어라는 괴물의 끊임없는 공격과 생명의 위협 앞에서 열대어들은 한
시도 방심할 수 없는 절박한 상황에 휘몰리며 긴장하게 되었고, 살아야 한다
는 생에 대한 강한 의지와 생존 본능이 그들을 살려 낸 것이었다. 생존을 위
한 치열한 긴 사투의 여행 끝에 마침내 살아 난 열대어들을 해양학자들은 마
치 자신들의 생명의 은인이기라도 하듯 감사와 사랑의 눈길로 한동안 바라보
고 있었다.
하나님께서는 인생 여정에 여러 종류의 삶의 문어들을 우리에게 허락하시고
있다. 때로는 그 문어들이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 직장의 상사와 동료, 크리
스챤 리더, 혹은 교인들일 수도 있으며, 인적 요소가 아닌 어떤 상황이나 사
건일 수도 있다. 권위 있는 한 세계적 연구 기관의 보고에 의하면, 사람들
의 최대 고난과 어려움의 대상 85%가 인적 요인, 곧 인간 문어들이라고 한
다. 지금 이 순간도 자신을 연단하고 훈련하
는 인간 문어들 때문에 고통과
괴로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는 알고 있으며, 또 주변에서 만나게 된
다.
살아있는 생명체는 인간을 위시하여 작은 미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동식물이
강한 생존본능을 가지고 있다. 이 생존본능은 그 생명체가 처한 생존환경이
열악해질수록 생에 대한 의지력과 집착, 생존본능이 더욱 강해진다고 한다.
이것은 생명체를 위한 하나님의 창조 원리이시며, 또한 모든 생명체의 생존전
략이기도 하다.
하나님의 쓰임을 받은 성경과 역사 속의 인물들 중 고난과 어려움 없이 쉽고
안이한 인생을 살아 온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나님은 많은 인생 문어들 속
에서 죽음과 같은 훈련과 연단을 받은 사람들과, 때로는 생존 자체를 위협받
는 고난과 역경의 터널을 통과한 성숙한 신앙인격의 사람들을 통하여 복음을
전하시고 그의 뜻을 이루셨으며, 지금도 그렇게 하시고 있다. 전적으로 타락
한(Total Depravity) 본질적 죄인인 인간들이 강도 높은 하나님의 인생 훈련
없이는 소중한 생명과 삶의 의미를 깨달을 수 없으며, 또 하나님의 뜻에 합당
한 그릇으로 빚어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상
담을 하다 보면 때로는 “주위 사람들(인간 문어들)때문에 인생이 너무 힘
들어 삶을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으며, 예수님이 아니었다면 그런 포악하
고 불의한 사람들을 살인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라고 고백하는 내담자
들을 만나게 된다. 이것은 비단 일부 사람들의 고백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의 고백일 수 있으며, 정말 예수님이 아니었다면 그런 절박감이 현실화 될 가
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불의와 포악이 일상화 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지금 내 인생의 문어는 누구이
며, 무엇인가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필요성과, 자신은 그 인생 문어들이
주는 교훈을 신앙으로 잘 승화하면서 성숙한 크리스챤 인격자로 성장하고 있
는지 아울러 면밀히 점검해보아야 한다.
동시에 중요한 사실은, 자신이 혹시 다른 사람들의 불의하고 포악한 문어 역
할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두렵고 겸허한 마음으로 자신과 주변을 살펴보며 자
성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 대한 불의한 인생 문어 역할이 결코 우리
의 몫이어서는 안된다. 이스라엘의 출애급을 위한 포악한 문어였던 애급의
말로를 생각해 보시라! 사람들에 대한
격려와 사랑만으로도 우리의 인생은
너무 짧지 않는가!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 주변에, 특히 지도자라는 사람들 속에 이런 인생 문어
들이 많다는 사실을 듣고, 보고, 체험해야 하는 것은 유독 상담자들만이 안
고 있는 고민과 안타움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