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하나님 사랑해”
민경희 사모/ 평안교회
“사모님 편지가 책으로 나와서 너무 좋아요”.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인사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책이 나와서 너무 좋겠어
요”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모두가 축하해주는 마음인 걸 알지만 ‘좋겠다’라
는 말은 어쩐지 서운한 마음이 든다. 우리 주일학교 아이들은 설명하지 않아
도 간단하게 ‘좋다’와 ‘좋겠다’의 차이를 안다.
“좋다는 내 일이고요, 좋겠다는 다른 사람일이에요”.
“그래? 그럼 왜 사모님 책을 보고 너희들은 야~! 좋다? 그러니? 사모님 일인
데. 너희들 사진이 있어서 그래?”.
“네네, 그렇지만, 아니~요. 그냥 좋으니까 그렇지요”.
아이들은 눈을 흘기듯 쳐다보며 서운한 눈치다. 신이 나서 책을 가슴에 안고
좁은 교회 안을 뛰어다니고 잔치같이 떠들썩하게 기뻐했는데, 사모님이 왜 이
런 말을 하나싶은 모양이다.
“그런데 얘
들아, 사모님 좋겠어요, 그러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에~이 참, 부러우니까 그러지요.”
남의 일이지만 내 일처럼 여겨야
3월부터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던 경인이가 하나님 품으로 돌아갔다. ‘사랑담
긴 편지’ 책표지 사진에서 앞줄 맨 오른쪽 끝에 두 손을 깍지 껴서 무릎 아
래로 잡고 앉은 남자아이, 별명이 에디슨인 7살 윤경인이다. 내게 ‘좋겠다’
라고 하지 않고 ‘좋다’ 하며 함께 기뻐하던 성도들은 아무도 경인이에게
‘아프겠다’ 말하지 않았다. 경인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어서 가슴 찢는 아
픔으로 함께 했다.
교회는 여름수련회를 취소했고 성도들도 더러는 휴가를 반납하기도 하고 하나
님의 계획이 분명하게 드러나기까지 “주께서 원하시면 오늘 우리 경인이가
낫겠나이다” 통곡하며 주님 앞에 무릎걸음으로 나갈 뿐이었다. 경인이 부모
에게 ‘슬프겠다’ 말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 경인이가 보고 싶어서 울
기 때문이다.
경인이가 한여름 무더위에 3주간을 입원해 있는 동안 우리에게 아픔과 슬픔
을 더한 것은 병상에 찾아와서 기도하고 말씀을 전하는 ‘굉장한 하나님의 사
람들’ 때문이었다. 하나
님의 뜻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인이 부모에게 권면하
는 사람, 복음을 바로 알면 이런 아프고 힘든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교하
는 어느 목사님, 가계에 흐르는 저주를 끊어내야만 한다고 안타깝게 기도하
는 권사님, 부모가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아서라고 권위 있는 선지자처럼 하나
님의 뜻을 전한다는 ‘기도하는’ 사람들….
남의 일 대하듯 할 때 더 가슴 아파
“하나님이 못된 유괴범처럼 네가 내 말을 들으면 네 아들의 생명은 살려 주
마, 그런 건 아니잖아요?”
울분을 삭이지 못하는 아비를 가슴에 품어 안고 “그럼, 그럼. 하나님은 그
런 분이 아니시다. 절대 그렇지 않다. 하실 말씀이 있으면 직접 네 귀에 말씀
하시고 깨닫게 하실게다. 날 때부터 소경된 자도 누구의 죄 때문이 아니라 하
나님의 영광을 위해서라고 하시지 않니? 가계에 흐르는 저주 같은 건 없다.
주님이 그 사슬을 끊으신 거 알지?”
교회에서는 30대 중반을 넘어선 집사지만 하나님께는 ‘사랑하는 이 아들이
요’ 하고 올려드리니 어린 아들을 안듯 등을 쓰다듬고 머리를 쓰다듬고 같
이 울뿐이었다. 경인이는 그런 기도를 하는 사람들과 그런 복음을
전하는 목
사님을 거부했고, 우리는 경인이의 병상을 지키며 큰 은혜를 다시 입었다.
양자의 영을 받지 못한 자들처럼, 의롭다 칭함 받지 못한 자들처럼 두려워 떠
는 자들에게 화를 내거나 마음이 요동하지 않도록 우리의 믿음을 더 견고히
세우고 영적인 무장을 했으며, 며칠 혼수상태에서 잠시 깨어나 “엄마 사랑
해, 아빠 사랑해…. 하나님 사랑해”라고 분명히 말하고 숨이 멎은 예쁜 사
람 경인이로 인해서 우리는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지만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가라” 하시는 명하심 앞에서 돌아갈 본향을 사모하고 살아야 하는 자들
인 것을 마음 판에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