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의 우상시대_조석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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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단상(1)

화폐의 우상시대

조석민 목사_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신약학교수

“성도들은 자본주의 급류에 저항할 줄 알아야”

오늘날처럼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시대가 없었던 것 같다. 사람의 인격
도 돈으로 가늠하고, 한 사람의 능력도 돈으로 평가되는 시대이다. 성경은 
돈 자체가 악한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능력도 돈으로 평가하는 시대

다만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
심으로써 자기를 찔렀도다”(딤후 6:10)라고 언급했을 뿐이다. 바울은 우리
의 삶에 있어서 돈이 필요 없다고 하거나 돈을 벌지 말라고 교훈하는 것이 
아니다. 바울은 돈을 사랑하는 것의 파괴력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그 부정
적인 폐해를 인식하고 젊은 목회자에게 분명하게 권면한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한국은행을 통해 새롭게 만든 천원, 오천 원, 만 원 권의 새
로운 화폐를 이미 
사용하고 있다. 얼마 전 정부는 고액권의 화폐를 발행하기
로 결정했다. 이미 현재의 화폐는 만원이 최고의 액수이기에 불편하다는 이
론이다. 한국은행의 고액권 발행을 앞두고 찬반양론이 오고가고 갔지만, 예
정했던 대로 액면가 십만 원과 오만원의 화폐가 발행될 것이다. 

고액권의 화폐 발행에 대한 평가가 아직도 불투명하지만 이 고액권들을 사용
할 날이 멀지 않았다. 한국은행에서 발행될 고액권이 그 동안 돈의 분량이 
많아서 어려웠던 문제들을 해결해 줄 것이다. 그렇지만 고액권의 발행으로 
해소될 문제는 항상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고, 부정적인 면에서도 불
가피하게 기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의 모든 범죄의 뿌리를 캐내어 보면 돈을 사랑하는 것과 연관
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본주의가 만발한 사회에 살면서 돈을 생각하
지 않는 것이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자본주의
의 물결에 함께 휩쓸려 갈 것이 아니라 이런 급류의 물살을 헤치며 살아가
야 할 책임이 있다. 이런 삶을 위해서는 함께 생각을 갖고 동조하며 격려하
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런 공동
체는 교회라는 틀 속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도 예수
를 머리로 하는 모든 교회가 그 공동체가 될 수 있다. 나 혼자만이 아니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격려하고 붙들어주고, 힘이 되어 줄 때, 우리는 
현대의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괴물을 직시하며 위험천만한 사회 속에서도 생
명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MBC 방송사가 세금을 안내는 성직자의 문제를 다루면서 일부 대형 교회
의 목사들이 향유하고 있는 부의 추한 모습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것은 참 슬
픈 일이다. 오늘날 자본주의 시대가 만발한 사회에서는 돈이 모든 것을 말하
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화폐가 우리의 우상이 될 수 없음을 그리스도인들
은 입으로만 아니라, 삶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가지 
않으면서 돈이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없음을 보여줄 수 있을 때 우리는 화폐
의 우상시대를 거슬려 살아가는 것이다. 

돈이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없어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처럼 작고 소박한 삶, 필요를 채우는 삶이기보
다는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최소한 충족시켜 가
는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을
까 생각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살아 계심을 이런 소박하고 단
순한 삶을 통해서 보여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