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신학 배경 (II) 정승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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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신학 배경 (II)
정승원 합신교수

임마누엘 칸트 (Immanuel Kant, 1724-1804)
계몽주의는 현대 신학이 태동하기에 적절한 환경을 조성했다고 한다면 칸트
는 현대 신학의 사상적 틀을 만들어 주었다고 하겠다. 슐라이어막허를 소위 
“현대 신학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아마 칸트는 ‘현대 신학의 할
아버지’ 정도 될 것이다. 그는 슐라이어막허 보다 약 40년 앞서 태어났는데 
슐라이어막허로 시작되는 현대 신학에 누구보다 많은 영향을 준 사람이기 때
문이다. 칸트가 유명하게 된 것은 바로 인간의 인식론과 신앙에 대해 새로 
짠 틀 때문이었다. 그의 인식론은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라고 일컫는다. 
칸트 전에는 인식적 과정에 있어서 인간 외의 사물을 주체로 놓고 인간을 객
체로 놓았지만 그는 이 과정의 순서를 역으로 놓았다. 즉, 인간의 마음이 경
험을 통해 수동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이 물체들을 정하고 
인식하는 능동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 마음대로 모든 것을 
정한다는 것
이 아니다. 이 세계는 인간의 마음에 상응하는 범주 (category)내
지는 조건 (condition)이 주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범주나 조건이 벗어난 것
을 그는 “물자체” (物自體, ding an sich)라고 부른다. 이 물자체는 인간
의 인식에 벗어난 것, 즉,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인식론
에 있어서만 아니라 윤리에 있어서도 그는 어떤 “범주”를 정한다. 그의 유
명한 윤리 개념 “정언명령” (正言命令, categorical imperative)이 바로 그
것이다. 계몽주의 이후로 믿어 왔던 어떤 순수 이성을 비판하고 대신 어떤 정
해진 범주로부터 주어지는 윤리적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칸트의 이중적 세계를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 그에게는 “본체
적 세계” (noumenal world)와 “현상적 세계” (phenomenal world), 두 세계
가 있다. 경험과 순수 이성, 다른 모든 현상들은 “현상적 세계”에 국한 되
고 종교와 영혼 불멸과 자유와 ‘물자체’와 神은 본체적 세계에 속한다. 본
체적 세계란 인간이 인식할 수도 경험할 수도 없는 세계를 말한다. 그러나 현
상적 세계를 위해서는 꼭 있어야 하는 그런 초월적 범주 세계인 것이다. 칸

가 이성의 한계를 파헤치고 종교와 神의 영역을 따로 둔 것은 어떻게 생각하
면 잃어 버렸던 계시와 기독교의 권위를 다시 찾으려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정 반대이다. 계몽주의는 계시와 神을 버렸다고 한다
면 칸트는 계시와 神을 가두어 놓고 죽이려는 것이라 하겠다. 그렇게 가두어 
놓아야 인간은 더 자유스러울 수가 있고 인간의 자율성은 더 철저하게 자율적
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원론적 세계관이 현대 신학자들로 하여금 인간
의 자율성과 자유를 유지하며 동시에 하나님을 논하게 하는 사상적 근거가 
된 것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몇가지로 어떻게 칸트가 현대신학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논할 수 있을 것이다.
1. 칸트가 神, 물자체, 인간 자체, 도덕적 가치, 자유 등을 이성으로는 알 
수 없는 본체적 세계에 국한시킨 것에 관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우리에게 그 본체적 세계를 알 길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어떻게 神, 
도덕, 자유 등에 관해 이야기 조차 할 수 있는가? 또한 우리가 알지도 못하
는 세계에 속한 神이라면 그런 神은 어떤 도덕적 개념이나 자유와 어떻게 구
분되
는가? 즉, 그런 神은 극히 추상적 개념 일 뿐이요 인간 세계에 어떠한 것
도 자의적으로 할 수 없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神의 개념은 단지 현상적 세
계에 속한 인간 경험의 가능성과 의미를 위해 존재할 뿐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닌 빈 개념일 뿐이다. 현대 신학에서 주로 찾는 하나님이 바로 이런 하나님
이다.
2. 인간이 알 수도 다다를 수도 없는 칸트의 하나님은 ‘전적 타자’ 
(wholly other)로 나타난다. 그러나 그 하나님이 일단 현상 세계에 내재하면 
그는 전적으로 자연적 객체가 되어 버린다. 현상 세계에는 초자연주의가 용납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창조주와 피조물의 차이가 없어진다. 한 예로 
이러한 초월적 신 개념은 바르트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즉, 하나님
은 동시에 감추어진 자요 또한 전적으로 나타난 자라는 바르트의 신관의 사상
적 원천이 된다.
3. 칸트의 도덕이나 윤리는 (정언명령 같은) 실재적으로 우리가 체험하고 활
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험을 초월해서 있는 것이다. 그것은 형식적 
(formal) 규범일 뿐이다. 달리 표현하면 하나님이나 우리 속에 있는 도덕적 
규범은 진짜 존재해서가 아니라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그것에 따라 실천한다
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하나님이나 도덕적 규범을 마치 있는 것으로 보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인간으로 하여금 전
혀 믿지 않는 하나님과 윤리적 규범을 따라 실천하도록 하는가? 그 근거는 어
떤 세계에 속한 것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의 자율성에 속한 것이다. 이
러한 형식적 규범이나 윤리관이 바로 현대 신학에서 자주 논하는 윤리관이요 
종교관이다.
4. 칸트에게는 특별 계시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 이유는 그러한 초월적 
계시 (하나님의 임재)가 있다는 것은 인간의 자율성 (autonomy)이 부인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율성이란 인간에게 어떤 도덕적인 규범이 주어진 것을 
의미한다. 물론 현상적 세계의 순수 이성의 역할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러므
로 칸트에게는 성경의 특별 계시라는 개념이 거부된다. 인간의 이성을 통하
여 알 수 없는 것이 어떤 계시를 통하여 알려 진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 한편 그 계시가 현상 세계에 주어지는 것이라면 이성에 의해서 증명되어
야 받아 들인다는 것이다. 현대 신학자들은 어떤 초월적 의미, 
초자연적 계시
를 논하지만 결코 인간의 자율성을 포기하면서까지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
려 인간의 자율성을 꾸며 주는 시녀 역할만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특별 계시를 (성경을) 단지 인간 이성으로 걸러내고 결국 그것을 내재적 (인
간적)인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5. 칸트의 도덕적 규범은 우리를 초월해서 오는 것이므로 기독교에서 말하는 
계시의 개념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런 개념은 결코 언어적 계시가 아니다. 언
어라는 것이 초월적인 것을 담을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모든 
자유 주의자들이 갖고 성경관이다. 언어로 되어 있는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
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자율성을 위해서 만들어 낸 초월적 
세계는 어떤가? 그것은 언어로 주어진 하나님의 계시보다 더 초월적이고 의미
가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6. 칸트는 인간의 자유 의지의 결과 외에는 어떤 도덕적인 책임이란 없다고 
한다. 인간은 본래 선하다고 주장하며 악의 근원은 신비로 돌린다. 그러므로 
원죄는 역사적일 수가 없다고 한다. 만약에 인간이 원죄에 책임이 있다면 그
것은 인간 자유 의지에 의해서 도덕적 규
범을 범한 것 뿐이라고 한다. 그러
나 이러한 도덕적 책임은 형식적 (formal) 책임이다. 즉, 의미 없는 것이다. 
느껴도 되고 안 느껴도 되고, 뉘우쳐도 되고 뉘우치지 않아도 되고, 생각을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그러한 의미 없는 도덕관이다. 선 혹은 악의 절대적 
근원은 본체적 세계에 속해 있어야 하고 현상적 세계에는 절대적인 것이 있
을 수 없다고 칸트는 주장한다. 그러므로 그 근원은 역사적일 수 없다는 것이
다. 이러한 사상은 현대 신학자들의 죄나 악의 개념으로 연결이 된다. 죄나 
악의 근본 책임은 인간에게 있지 않고 그것은 신비나 일시적인 상황이나 ‘무
존재’ (nonbeing)으로 돌린다. 현대 신학에서는 인간의 자유와 자율성을 해
치는 것으로 생각되는 ‘죄’를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7. 칸트의 하나님은 본체적 세계에 속해 있기 때문에 그의 은혜나 도움은 인
간이 먼저 받을 자격이나 능력이 있어야 그것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
므로 구원에 있어서 하나님이 인간을 위해 무엇을 하셨나를 아는 것이 필수적
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 도움이나 은혜에 자격을 갖추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가를 아는 것이 필수적이
라고 한다. 그래서 현대 신학자들 가운데는 마
치 하나님이 존재하는 것처럼 또한 그의 명령에 순종하는 것 처럼 행위를 강
조한다. 선을 베풀고 정의를 위해 싸운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자기 실현 
(자율성 확인)을 위하는 것 뿐이다.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가 들어 설 여지가 
전혀 없다.
8. 칸트에게는 그리스도란 인간의 도덕적 완성의 개념을 의미한다. 그는 그리
스도를 영원전 부터 하나님안에 있었고 그로부터 보냄을 받은 자로 해석하며 
그를 창조주로 보기도 하며 모든 만물이 도덕적 존재를 위해 그에 의해 지음
을 받았다고 한다. 또한 그 안에서 하나님은 인간의 도덕적 완성의 가능성을 
위해서 인간을 사랑하신다고 한다.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도덕적 완성의 본형 
(archetype)으로 본다. 우리는 이 도덕적 완성의 본형이 우리 안에 성육신 
될 것을 믿음으로 (도덕적 능력과 실천적 믿음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받을 
만한 사람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그리스도는 전적으로 우리에게 타자이면서 
전적으로 우리와 함께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런 그리스도 개념은 현대 신
학에 많이 나온다. 우리와 동일시 하는 것은 바울이 말하는 그
리스도와의 연
합 사상 (union with Christ)과 형식적으로 비슷하다. 그러나 그 의미는 정반
대이다. 즉,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란 인간 스스로 자유와 자율성과 도덕적 성
취를 의미한다.
9. 결론적으로 칸트의 사상은 현대 신학에 커다란 영향을 줬다. 특별히 그의 
이원론적 세계관은 현대 신학 구석 구석에 배어 있다. 두 가지 역사 개념 
(Historie와 Geschichte), 나-그것/나-너 (I-it/I-thou) 관계, 역사적 예수
와 믿음의 그리스도 구분, 이성과 믿음의 구분, 초월적 세계와 내재적 세계
의 구분, 변증법 (dialectical method), 육체와 영의 구분 등등에 영향을 주
었다. 현대 신학에 숨어 있는 이러한 칸트의 사상을 발견함에 따라 우리는 현
대 신학의 오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은 신학이 아니라 인간의 이성
의 지위를 높이며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인간학에 불과함을 알 수 있을 것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