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토론회 파행, 교회는 안중에 없나?
< 최재호 · 실로암교회 >
“예정된 찬반토론회 불참은 한국교회를 향한 무책임한 태도”
지난 10월 8일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릴 예정이던 WCC 관련 찬반 토론회가 찬성 측의 불참으로 인해 반쪽 행사로 전락했다.
한 기독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찬성 측 토론자가 불참했으며, 주최 측 기독교사상연구원(원장 최덕성)은 하루 전 반대 측의 토론회 불참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한편, 오래 전부터 언론광고와 SNS광고 등을 통해 ‘WCC 실체는 무엇인가?’ 행사 개최 사실을 알고 적지 않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이들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토론 참가자가 이형기 명예교수(장신대, 찬성 측)와 최덕성 전 교수(고신대, 반대 측)여서 행사 전부터 팽팽한 설전과 함께 찬반입장의 신학적 근거가 제시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은 후라, 그 실망감과 당혹감은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
같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합교단내 여러 인사의 불참 권유가 있었고, 이 교수가 이를 수용하면서 토론회 불참이 결정됐다고 한다. 주최 측이자 반대 측 토론자 최덕성 교수의 불만과 비난이 잇따른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안들을 보면서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한다.
사실 2013년 부산 WCC 총회에 대해 보수 신학진영에서 우려를 표명하거나 반대 입장을 천명한 것은 드러난 사실이다. 그리고 에큐메니컬 진영에서 이 같은 우려와 반대에 대해 ‘교회의 하나 됨을 헤치는 편협한 주장’, ‘세계교회 차원의 축제에 재를 뿌리는 행위’ 등을 내세우며 적극 공박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총회가 열릴 부산 경남지역의 보수교단들의 반대움직임은 상당히 거셌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WCC 총회를 유치하고 준비하는 이들은 많은 교회들이 우려하는 WCC 의 신학적 노선, 정체성, 방향성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적극적인 이해를 구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유주의, 세계교회건설, 종교다원주의, 에큐메니컬운동 등 논란이 되는 부분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들의 입장을 성경적 근거나 합당한 추론을 통해 선명하게 밝히는 노력이 선행되고 나서 행사의 동참과 지원을 요청하는 것이 순서에 옳다.
또, 이번 토론회는 ‘교회를 위한’이란 정신을 간과했음을 지적하고 싶다.
교회사를 통해 보면 교회를 혼란스럽게 하고 대립하게 하는 신학사상이 제기되었을 때, 그때그때 교회들은 회의를 통해 논의하고 입장을 정리해 왔음을 볼 수 있다. 교회의 순수성과 하나 됨을 유지하기 위해서이며, 교회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그런 노력들을 기울여 온 것이다. 좁게는 한국교회가, 넓게는 보편교회가 대립하고 분열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해 논의하고 정리하여 하나의 보편교회를 견고히 세워가는 일이 진정 에큐메니컬 진영이 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번 토론회에 불참한 분도, 그를 권유하여(?) 불참케 한 통합교단내 일부 인사들도 그분들이 천명하고 강조해온 신학적 노선과는 달리 에큐메니컬적 입장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교회를 염두에 둔 학자도, 지도자도 아니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게 됐다.
2013년 WCC 총회를 즈음해 무조건적 찬성이나 반대가 아닌, 교회 안에서 신학적 점검과 검증이 있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은 교회를 위해 매우 유익하리라 생각된다. 단순히 행사 찬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입장과 주장에 대해 교회가 분명한 이해와 해석을 하는 것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이번 행사는 많은 기대를 가졌던 이들에게 하나의 해프닝으로 지나가겠지만, WCC 운동에 적극적인 분들은 반드시 이에 대한 해석과 점검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교회를 위한다면, 교회에 의한 모임이라면, 또 스스로를 교회라고 여긴다면 공교회의 유익을 위해 교회의 순결과 순수성과 거룩성을 견지해야 하며 교회의 통일성을 말하는 것의 의미에 대해 잘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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