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황무지에도 하나님의 사랑이
조대현 목사_화순화성교회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전임자로부터 교회와 주변 마을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
기를 듣게 되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이곳에 교회가 있어야만 되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1948년 전라남도 여수에서 시작한 여순사건과 6.25때의 빨치
산 사건이 교회가 있는 이곳과 무관하지 않았다.
격전의 현장에 세워진 교회
마을 뒤편에 있는 백아산은 그 능선이 지리산까지 연결된 곳으로 당시 빨치
산의 본부가 있던 곳이었다. 밤에는 빨치산이 내려와 국군에게 협조한 사람
들을 죽이고, 식량을 빼앗아가고 낮에는 국군이 들어와 지난밤에 빨치산에
게 협조한 사람들과 가족들을 처형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러는 사이
에 이웃이었던 사람들이 원수가 되었고 그 상처는 앙금처럼 깊이 가라앉아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 험한 세월동안 죽음 앞에서 얼마나 떨며 마음 졸였을까! 생각해보면 이들
의 아픈 상처가 안쓰럽기 그지없다. 평생을 미움과
원망으로 용서하지 못한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큰 고통으로 멍들어 있을지 가히 상상하고도 남을 일
이다. 요즘, 그때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사람들에게 국가에서 보상을 하겠다
고 여러 가지 것들을 조사해 갔다. 그 때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울며 몸서리
치는 한 집사님의 모습에서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보게 된다.
이곳에 있는 영혼들을 치유하시고 살리실 이는 우리 하나님의 사랑밖에 없기
에 하나님께서는 이 골짜기에 주님의 몸된 교회를 허락하셨음을 새삼 깨닫
게 된다. 지난해에는 신명기를 통해서 하나님의 조건 없는 사랑, 용서할 수
없는 패역한 자들을 용서하시고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자들을 끝까지 사랑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공부했다.
60여 년이나 지난 그때의 일은 방금 전의 일처럼 또렷하게 설명하면서도 어
찌된 일인지 조금 전에 광고한 내용은 금방 듣고도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분들, 우리나라 평균 수명 연령을 훌쩍 넘기신 분들이 대부분이라 인간적으
로 생각할 때 저분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
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힘이나 능으로 되는 일이 아니고 오직 여호
와의 신으로 되는 일이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하나님의 저들을 향하신 간절
한 사랑과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가 오늘도 저들을 천국으로 더 가까이 인도
하고 계심을 믿는다.
우리 교회 할머니들에겐 특별한 인사법이 있다. 귀가 잘 들리지 않는 분들
이 많으셔서 얼굴을 가까이 대고 인사를 한다. 이마를 마주 대고 볼을 비비
며 ‘사랑해요’하면 제일로 좋아하신다. 처음에는 멋쩍어 하시던 분들도 이
젠 심방을 가면 손을 덥석 잡아주시고 눈을 맞추고 이마를 부딪치며 반가워
라 맞아주신다. 올해로 100세가 되신 할머니는 이마를 맞대고 내 얼굴을 좀
더 적극적으로 비벼대신다.
이곳에 있는 이 한 영혼을 온 천하보다도 귀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그 사랑
이 오늘도 이 영혼들에게 살 소망을 주시며 천국에 잇대어 있는 삶을 살게
하신다. 치유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을 치유하시고 목회자의 연
약함도 함께 치유하시는 하나님은 윈윈(Win & Win)의 하나님이시다. 하나님
은 이 농촌 산골짜기에도 교회를 세우셔서 당신의 사랑하는 백성을 부르시
고 그들에게 사랑을 쏟아 부어 주신다.
사랑 쏟아 부으시는 하나님
올
해 우리 교회의 목표는 ‘마음으로 뜨겁게 피차 사랑하자’이다. 지난날
우리 성도들의 상처가 우리 하나님의 사랑으로 치유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지만 하나님의 지극히 크신 능력을 믿기에 올
해 우리 교회 사랑의 온도계가 날로 상승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