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력 넘치는 가을걷이_김무정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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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력 넘치는 가을걷이

김무정 목사_홍동밀알교회, 농어촌부 충남노회지역간사

추수를 하였습니다. 가을걷이를 하던 날, 높푸른 하늘아래 따사로운 햇빛과 산들바람까
지 선물로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게으른 농부에게도 거둘 것을 주셨습니다. 

추수하는 기쁨 만끽해

나날이 황금빛이 더해가는 요즈음 세상에서 벼 익어 가는 냄새보다 더 좋은 냄새는 없
는 것 같습니다. 낫질을 할 때 서걱서걱 베어지는 벼 베는 소리보다 더 좋은 소리도 없
는 것 같습니다. 가을걷이의 설레임으로 파종할 때의 수고와 숨이 턱에 차도록 땀을 쏟
아내던 고생은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같은 일을 해도 가을걷이는 왜 그리 재미있는지 송골송골 땀이 맺히지만 웃음이 있고 
기쁨이 있습니다. 일하는 이들은 저마다 행복한 얼굴들입니다. 훗날 마지막 추수를 하
시며 이한 낫을 휘둘러(계 14:15) 알곡들을 천국창고에 들이시는 주님도 이처럼 기쁨
이 가득하실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요즈음에는 시절이 좋아져서 질어서 빠지는 땅이나 
구석진 곳이 아니면 낫으로 추수하
는 경우는 드뭅니다. 아무리 보아도 콤바인이란 기계는 신기하기만 합니다. 혼자 벼를 
베어 탈곡하여 자루에 담아주기까지 하지요. 쏟아져 나오는 낱알들을 자루로 받아내는 
농부는 한 톨이라도 흘릴 새라 정성을 다하여 자루를 잡는 손이 아이를 받는 산모의 정
성과 다르지 않습니다. 
얼마나 나왔을까 작년보다는 더 많이 나온걸까? 눈으로 자루를 세어보며 마음으로 계산
을 해 봅니다. 곡식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자루를 채워주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간절합
니다. 사실 가을걷이의 많고 적음은 봄의 파종과 거름주고 풀 뽑아주는 한여름 보살핌
의 때에 이미 결정이 되어진 일입니다. 
추수 때에야 더 많은 수확을 바라는 것은 지혜로운 농부의 모습이 아닙니다. 먼 훗날 
안타까움과 때늦은 후회로 가슴 치지 않도록 부지런히 복음의 씨 뿌리고 돌보는 부지런
한 농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추수에 앞서서 농부는 피사리를 먼저 하게 됩니다. 곡식 사이에 간간이 섞여있는 피를 
제거하는 것입니다. 알곡에 피가 섞여서는 안되기도 하지만 피를 그대로 두고 추수를 
할 경우 씨가 떨어져서 내년에
는 아예 피밭이 되고 말지요. 제초제를 뿌리지 않는 한 
피가 전혀 없을 수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벼와 함께 뿌리내리고 사는 피는 모양이 벼와 너무 흡사하여 이제 겨우 농사 
8년차인 어리숙한 농부인 저의 눈으로는 구별조차 못합니다. 단지 이앙기는 일정한 간
격을 맞추어 줄지어 심었으니 벼의 줄과 간격이 아닌 다른 곳에 난 것은 피라고 여겨 
뽑아냅니다. 그러면 그것은 거의 틀림없이 피가 맞습니다. 성도가 있어야할 자리를 지
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며 자리를 떠나 교회를 벗어나 비슷한 모양을 따라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추수기에는 벼와 피가 확연히 구분되어집니다. 벼는 더욱 ‘벼’다와지고 피는 
더욱 ‘피’다와집니다. 영글어가는 벼는 서서히 고개를 숙이기 시작합니다. 열을 지
어 고개를 숙인 알곡들에 살랑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일제히 출렁이는 모습이 주 앞에 미
리숙여 경배와 찬양을 드리는 성도의 모습과 다르지 않습니다. 자연의 찬양이요 숭고
한 알곡 성가대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피는 우선 벼보다 키가 커서 높은 곳 영화로운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고개
를 숙이는 법이 없습
니다. 고개 숙인 알곡들 위에 고고하게 홀로 높은 곳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영화는 여기까지입니다. “넌 누구냐? 무겁게 익어가는 고개숙
인 알곡들을 내려다보며 남보다 더 높은 곳에서 교만하게 영화를 누리는 너는 누구
냐?” 하며 농부는 심지 않은 악한 씨를 제거합니다. 꼼꼼히 살피는 농부의 낫질을 피
해갈 수는 없습니다. 여지없이 베어버리는 농부의 행위는 정당한 것이며 마지막 진노
의 심판이 쏟아질 때 하나님의 심판하심은 의롭고 참되십니다(계 15:3-4) 
농약과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논이라서 콤바인의 앞길에는 메뚜기들이 난리입니
다. 콤바인을 피하느라 메뚜기들이 좌우로 갈라지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춤을 추는데 
그 모습이 정말 장관입니다. 생명이 가득한 풍경입니다. 넘치는 생명을 확인하는 순간
입니다. 
죽어있는 논, 다른 생명체를 다 죽이고 벼만 생산해내는 쌀공장이 아닌 모든 생명체들
이 숨쉬며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땅입니다. 생명을 가득 머금은 쌀입
니다. 건강과 행복을 주는 생명의 쌀입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장관이라 카메라에 담으
려 했지만 어줍잖은 솜씨와 소형카메
라의 작은 렌즈로는 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춤
추는 메뚜기들은 환경부장관이 주는 유기농인증보다 더 확실한 정직한 농사에 대한 보
증이 됩니다. 
생명을 담은 쌀은 성도들의 손으로 정성껏 포장되어 도시 교회로, 소비자에게로 나갈 
준비를 합니다. 정직한 농업은 땅을 살리고 농촌을 살리고 도시소비자를 살리고 그리
고 농촌교회도 살립니다. 생명의 쌀은 복음의 쌀도 되어서 농촌교회와 농촌사역이 지속
적으로 일할 수 있는 농촌선교의 힘이 됩니다. 
계시록에는 안식하는 교회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24장로와 수많은 성도들이 보좌에 앉
은 이에게 영광과 찬송을 돌리는 모습, 그 구름같이 둘러선 거룩한 성도들 속에 우리
의 모습이 있음을 믿음으로 바라봅니다. 

성도는 생명의 쌀처럼 되어야

그러나 지금은 전투하는 교회요 선한 싸움을 싸우는 때이니 승리하라고 격려하시는 주
님의 응원에 힘입어 전투적 교회로서의 농촌교회도 힘을 다하여 싸워갑니다. 오늘도 농
촌교회의 씨 뿌림과 지켜나가는 수고는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