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짱 목회자의 얼굴
이재헌 목사_대구동흥교회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대중에게 사랑 받는 젊은 남자 연예인들 중에 ‘꽃 미
남’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사용되고 있다. 거기다가 ‘살인미소’라는 말
까지 추가되면 거의 그 인기는 절정에 달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언뜻 생각해
도 ‘꽃’과 ‘미남’ 그리고 ‘살인’과 ‘미소’라는 말들은 함께 어울리기
가 쉽지 않은 단어들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단어들을 사용하는 대중들에게
나 또 그렇게 불려지는 그 사람들에게는 이런 말들이 전혀 거리낌 없이 조화
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꽃’과 ‘미남’, ‘살인’과 ‘미소’ 어우러져
‘목회자’라는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직분이 곧 이런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
을 아주 잘 어울리도록 만드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시기 때문에
책벌하시는 하나님을 선포하고 생명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죽음의 길을 가신
그리스도를 가르치는 사역의 본질 때문인지 목회라는 사역은 이런 자연스럽
지 못한 단어들을 조합하여 아주 부드럽고 아름다운 단어로 만들어 보여주는
일을 하며, 이런 일의 전문가들이 바로 목회자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 같
다.
한 해를 정리하고 또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면서 우리는 얼마나 조화롭지 못한
사회 속에서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조화를 이루지 못하며 살아왔는가를 돌아
본다. 누가 옳고 누가 그런지 알 수 없는 혼란한 목소리들이 매스컴을 타고
들려오고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길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제는
이런 혼란이 아주 보편화되어서인지 오히려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고민하는
사람이 시대를 따라 잡지 못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부조화를 조화롭게 만드는 기술 필요해
성(聖)과 속(俗)을 오가는 생활의 갈등 속에서 부딪히며 살고 있는 성도들에
게는 그 혼란의 정도가 아예 흘러가는 대로 몸과 생각을 맡기고 살아가는 불
신자들에 비해 훨씬 더 강하게 다가 올 것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 부
자연스럽고 찌르는 가시가 돋은 소재들 속에서 매우 조화롭고 평안하게 또 아
름답게 다가오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주는 것이 목회자의 사명이라고 보여
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회자 자신이 먼저 그런 부조화를 조화롭게 만들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진리 안에서 살아가는 영적 ‘꽃 미남’의 모습과 그 얼굴에 가득한 ‘살인
미소’까지 가져야 하는 것이 두려움과 불확실 속에서도 소망을 가지고 힘겹
게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성도들 앞에 선 목회자의 얼굴이라 생각한다. 부
족한 중에서도 여호와가 나의 목자이심을 노래하며 풍요로움을 누리는 모습,
수많은 염려와 근심 앞에서도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시는 전능하신 손을 만
지며 나타나는 그 평온한 모습, 불평과 책망의 대상자들을 바라보면서도 얼
굴 가득히 넘쳐흐르는 주체할 수 없는 사랑의 미소가 성도들이 보기 원하는
목회자의 얼굴일 것이다.
단지 몇 발짝 앞서 가는 양인 목회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순진하리만큼 그대
로 뒤따르는 성도들을 향하여 사람인 나를 보지말고 하나님만 바라보며 뛰어
가라고 외치는 강단에서 그 말들은 어쩌면 책임을 면해보려는 목회자들의 궁
색한 변명으로 들려질지 모른다.
조화 속에 아름다움 있어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
에 감사하라’고 설교하며 외치
는 목회자들을 감싸고 있는 수많은 짐들과 감사하기 어려운 여건들은 교회의
규모나 지역에 관계없이 모든 목회자들에게 동일하게 주어진 십자가이다. 다
만 어떤 이는 그 말씀을 힘있게 외치면서도 동시에 주어진 짐들을 힘겹게 투
덜거리며 지고 가는 두 모습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각각으로 드러나기도 한
다. 또 어떤 이는 누가 봐도 힘들고 어려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가르치는 말씀
과 그 모습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며 아름답게 보이기도 한다.
언젠가 한 성도가 어느 설교자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조심스럽게 속마음을 털
어놓았던 한 마디가 생각난다.
목사님들이 한 편의 설교를 준비하기 위하여 기도하고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
여 선포하는 일은 분명 엄청난 시간과 체력과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잘 아
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준비된 설교를 선포하는 자리에서 이 설교가
이토록 어렵고 힘든 과정을 통해서 준비되어서 지금 이렇게 선포되는 것이라
는 말씀을 종종 하는 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말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하신 말씀일 것으로 이해를 합니다. 그러
나 이런 말을 듣는 성도의 입
장에서는 마음이 몹시 편치 않습니다. 이는 마
치 잔치 집에 손님을 초대해 놓고선 이 음식들을 장만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수고를 했으며 돈이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주인을 보는
듯 합니다. 아무리 진수성찬을 차렸다 해도 그 잔치 음식은 입맛을 잃게 하
는 것입니다.
성도는 물 흐르듯 설교하길 바래
비록 힘들게 피땀을 흘리며 준비한 말씀이라 할지라도 적어도 그 말씀을 전하
는 순간만큼은 아주 편안하게 물 흐르듯 쉽게 설교하는 목회자를 성도들은 보
고 싶어한다. 당연히 그 조화의 일은 목회자의 몫이다.
혼란과 불평과 부정적인 사회에서 지친 성도들은 만족한 얼굴과 행복한 미소
가 가득한 목회자의 얼굴을 보고 싶어한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얼
짱’, ‘몸짱’은 아니어도 평안과 기쁨의 ‘살인 미소’가 가득한 목회자를
바라보는 성도들은 자신의 목회자를 위해 눈물로 기도할 것이다. 이 신비로
운 조화 속에서 출발하는 새해가 되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