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북경칼럼> 선교와 국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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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북경의 살며 생각하며

선교와 국제화

김북경 총장_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해외선교는 하나님의 명령이지만 인간적으로 볼 때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특히 오지로 갈 때는 순교의 정신이 없으면 안 된다. 최근 어느 교회 선교
사 파송 예배에 참석한 적이 있다. 파송하는 성도들이 장례식을 치르듯이 아
우성을 치며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하기야 전선으로 죽으러 나간다는 
생각을 하면 당연하겠다. 옛날에는 식인종이 살고 말라리아가 만연한 아프리
카에 선교하러 간다는 것은 주님을 위해서 순교하러 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였
기 때문이다. 지금도 선교사는 종교전파의 자유가 없는 나라에서는 감옥이
나 추방, 심지어 암살까지 감수해야하는 실정이다. 

해외선교사는 현지 문화에 푹 젖어 살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현지인과 교
통할 수 없다. 태국의 한 장로님이 한국 선교사에게 부탁한 말이 있다. 즉 
태국문화와 언어를 충분히 터득해달라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겠거든 그 대안
으로 현지인 지도자를 
양성해 달라는 것이다. 의사 소통 못하는 선교사 몇 
사람보다는 현지인 한 사람을 잘 양육시키면 훨씬 효과적인 선교를 할 수 있
다는 것이다. 

루마니아 혁명 후 부카레스트에 있는 한인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교회
는 루마니아인들을 모아놓고 오후에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필자가 말씀을 
전하면서 트란실바니아(루마니아 북서쪽 지방)에서 한 개신교 목사가 혁명
의 주동자 역할을 한 것을 언급했다. 그런데 루마니아인들의 표정이 굳어져
가고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트란실바니아 사람들은 헝거리인들의 후예로
서 루마니아인들이 무시하는 지방인들이었다. 현지의 문화와 정치에 어두운 
소치로 큰 실수를 한 것이다. 

한국 선교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제화다. 선교의 “세계복음화”는 선교사
의 국제화를 전제조건으로 삼고 있다. 인천비행장을 떠날 때 이미 타문화권
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제화가 과거 서구의 패러다임을 답습
하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국식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보고 들은 것이 한국적인 것이니 한국 사람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선교에 
워너 메이커의 “고객이 왕이니라”는 원칙을 적용해 볼만하지 
않을까? 이것이 사도 바울의 현지인에 대한 태도가 아니었던가? 물론 한국 
선교사의 교회개척의 열정과 희생 정신, 그리고 임기 응변에는 누구도 추종
을 허하지 안는다는 것을 국제 사회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다. 그런데 우리
가 서구의 과거 식민 시대적 선교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그들과 똑같이 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볼만하다. 

특히 한국선교사의 숫자가 미국의 것을 따라잡을 날이 멀지 않은 이 시점에
서 진정한 성경적 선교원칙을 재정리할 때라고 생각한다. 한국적 은사와 국
제화는 구분되어야한다. 한국적인 것을 고집하는 것은 식민정책과 다름이 없
다. 사도 바울적 국제화는(최소한 선교에 한해서만은) 현지 문화에 마음 문
을 여는 유연성을 의미한다. 한국식만 고집하는 경직성을 버려야한다. 선교
사는 본국에서 배운 것을 현지인에게 그대로 전수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문
화를 다시 배우고 현지인들을 겸손과 오래 참음으로 섬기는 자세가 필요하
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인생살이에 자신이 생긴다는 것이다. 자신이 있는 사람
은 마음 문이 열려
있다. 선교의 어른이 되려면 유연성이 있어야한다. 더구
나 성령의 역사를 기대한다면 나의 고집은 금물이다. 작년에 언더우드 선교
사가 한국을 떠나면서 한 말이 있다. “한국인은 외국인에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