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순수한 열정
< 홍문균 목사, 주은혜교회>
“사람 마음 사로잡아 목회하려는 것은 무서운 타락의 현상”
목회 현장에서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있다면 그것은 여기저기 표어를 내어 거는 것이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전도합시다! 올해는 기도하는 한 해가 됩시다! 서로 사랑하며 서로 섬깁시다. 1년에 성경을 1독 합시다! 예배에 실패하면 모든 것을 실패합니다! 우리교회 좋은 교회입니다!” 등등.
물론 교회당 안과 바깥 벽면 잘 보이는 곳에 큼지막한 플래카드에 구호들을 내어 걸고 성도들의 열심을 독려하는 노력들을 크게 잘못하는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그렇게 하는 것도 성도들의 분발을 유도하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온 교회가 주님의 거룩하신 뜻을 합심하여 받들어 가자는 데 시비걸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성도들의 관심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고 늘 깨어 있는 마음을 갖도록 돕는 것은 참 좋은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유의 방법론이 성도들을 너무 유치하게 취급하는 것 같아 보인다.
어떤 세미나에서 성도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함축된 단어로 표어를 만들어 계속 반복하여 숙지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지만 교회가 북한 사회도 아니고, 이념 집단도 아니고, 시장터도 아닌데 계속 사람들의 마음에 충격을 주어 몰아가는 식의 목회 스타일을 받아들이기에 결코 쉽지 않다.
때로는 신앙생활에 뒷짐을 지고 한 발을 뒤로 슬그머니 빼고 관망만 하고 있는 성도들에게는 그런 동기 유발의 수단들이 효과도 있겠지만 성령께서 그런 식의 유치한 방법으로 성도들의 영혼을 흔들어 깨울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단순히 ‘표어’를 내거는 행위를 논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더 깊은 안쪽 내용으로 작금 우리 목회자들의 모습 가운데서 그럴듯한 ‘표어들’을 내어 걸고 성도들의 마음을 한 쪽으로 몰아 목회자의 의도대로 교회를 끌고 가고자 하는 잘못된 방법론들이 하나님의 신성한 교회 안에 판을 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정책들과 당근으로 포장된 ‘포퓰리즘식’ 방법론으로 겉모양만 보기 좋게 꾸며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아 자신들의 입지를 세워가는 정치인들처럼 교묘하게 성도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성도들의 인기에 영합하여 자신의 목회 이상을 이루어가고자 하는 의도가 만약에 교회 안에서도 알게 모르게 자행되고 있다면 이것은 한국교회의 무서운 타락이 아닐 수 없다.
“기도 중에 응답을 받은 내용입니다! 이와 같은 일을 하는 것은 우리 교회에 주신 하나님의 뜻입니다! 성령께서 우리 교회를 향하여 이런 사명을 주셨습니다!” 이런 표현들은 너무나 은혜스러운 도전이지만 과연 그것이 진정 성령께서 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도인지, 성령님과 아무 관계없는 목회자 자신의 개인 소신인지 어떻게 알겠는가.
일반 상식에도 걸맞지 않는 일들이 성령님의 이름을 빙자하여 ‘주님의 사역’이라는 미명 아래 하나님의 시선이 무서운 줄도 모르고 교회 안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면 이 일을 어찌해야 하겠는가.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마음 속 사람은 ‘너나 잘 하세요’라고 외친다. 아마 필자 자신에게도 그 같은 요소들이 중심 저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목회 현장의 진정한 가치는 인간 지성이나 인간 능력의 어떤 요소들이 주가 되어 조작되고 시도되는 인위적인 방법론이 아니라 진리의 말씀을 가감 없이 바르게 전하는 결과로 성령께서 주도하고 역사하고 깨워주시는 신령한 방법론을 추구해야 된다.
이미 각 성도들 심령마다 임재해 계시는 성령께서 성도들의 마음에 친히 순수한 열정을 일으켜 주시고, 그 순수한 열정이 기초가 되어 하나님을 위한 자발적인 거룩한 헌신이 발생되어진다면 가장 힘있고, 가장 진실되고, 가장 충만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하나님 앞에서 살 수 있지 않겠는가.
누가 시켜서가 아니고, 누군가가 보고 있기 때문도 아니고 오직 신실하신 아버지 하나님, 그 존엄하신 하나님의 살아 있는 말씀의 부흥으로 사역자들의 마음에서 그리고 성도들의 가슴에서 용암처럼 솟아오르는 뜨겁고도 순수한 열정이 하나님께 드려지는 복된 한 해, 그런 교회상을 주님께 간절히 기도한다.
“하나님, 우리 심령에 성령의 타는 불을 붙여 자발적 순수한 열정을 일으켜 주옵소서!”